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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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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코리아 <데스크칼럼> / 최윤주 편집국장 ]
 

   
 
올해 4월 올랜도 센트럴플로리다 대학에서 일어난 일이다.

“문제가 아주 어렵지. 여러분들이 이 질문들에 서서히 질식사 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내가 한바탕 총기난사라도 저지른 거니?”

어려운 과제로 인해 무거워진 수업 분위기를 되살려 볼 요량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 학생이 교수의 이러한 발언을 ‘위협적’이라며 학교 당국에 제보했다.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던진 한국계 교수의 농담은 ‘무기한 정직’이라는 중징계로 돌아왔다. ‘진짜 반전’이 일어난 셈.

작은 말 실수 하나로 인해 삶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급선회하는 이야기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유명한 밀란 쿤테라의 소설 ‘농담’에도 나온다.
“트로츠키 만세!” 여자 친구를 놀리기 위해 장난삼아 엽서를 보낸 주인공 루드빅. 진심은 아니었다. 그러나 트로츠키 사상을 철저히 배척하던 체코 정권은 그를 인민재판에 넘겼고, 농담 하나 때문에 그는 생각지도 않던 삶 속에 갇히게 된다.

말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 중 하나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말이라는 축복의 울타리 속에서 자라나고 일생을 통해 그 울타리 안에서 소통한다. 그러나 이 축복은 예기치 않게 큰 화로 돌변하기도 한다.

말에 담긴 놀라운 힘 때문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진실과 거짓, 폭로와 고발, 해명과 토로, 핑계와 변명, 진담과 농담 등 셀 수 없이 많은 언어의 유형 속에서 말은 어디로 튈지, 어떻게 튈지, 어떤 저의가 있는지, 어떤 진의가 있는지, 쉽게 구별할 수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말의 상처다. 적훼소골(積毀銷骨), 지속되는 험담이나 비방은 뼈도 녹인다는 뜻이다. 뼈만 녹이는 게 아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를 피우는 험담은 온 몸에 독을 퍼뜨려 귀한 생명을 빼앗기도 한다.
비방의 주체가 언론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최근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노라면 건강한 여론형성에 위기감마저 느낀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10여 년간 한 여성과 혼외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들(11)을 얻은 사실을 숨겨 온 것으로 밝혀졌다.”
6일(금) 조선일보가 날린 메머드급 핵폭탄의 첫 문장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발칵 뒤집힌 건 당연했다.

그러나 10일(화) 채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 씨가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에 편지를 보내, 자신의 아이는 “검찰총장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이”라고 밝혔다. 뒤집어 얘기하자면 조선일보가 한 여인과 아이의 신상을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보도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보도자세도 다분히 폭력적이다. 채동욱 총장은 차치하고라도, 일반인의 내밀한 부분을 건드리면서도 시종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다. 설득력 있는 증거나 명확한 근거 제시도 없이 의혹만을 뻥튀기해 전 국민의 관심사로 올려놓은 후, 여론을 통해 마녀사냥을 당해서 내려오면 좋고, 아니어도 흠집 내기로 만족하겠다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혼외자식’으로 몰린 채 군과 임 씨의 인권은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아동인권 침해의 폭력까지 휘두르는 조선일보의 ‘채동욱 죽이기’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채동욱 검찰총장 체제가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국정원 수사를 총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는 건, 그 조직이 건강하지 않다는 뜻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아프다. 말을 건강하게 다스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애써 참고 넘어가기에는 상식을 벗어난 일이 너무나 많다. 총에 맞은 상처는 나을 수 있지만, 언어에 의해 입은 상처는 아물지 않는 법임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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