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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미야자키 감독의 ‘겁쟁이 애국담의’를 읽고
이수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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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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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경 /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


   
 ▲  ‘겁쟁이 애국담의(고시누케 아이코쿠단기, 腰抜け愛国談義)’(문예춘추 지브리 문고판)
대학원의 제자 권유로 근처 미타카시의 지브리(Ghibli) 스튜디오에 다녀왔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72세) 감독이 관장으로 있는 곳이다. 그의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환경문제와 생명의 존엄성, 평화를 염원하는 내용들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혹은 상상을 초월한 환상적인 모험으로 전개하는 깊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 문제를 과감히 지적하는 용기도 있었다.

지브리 스튜디오에는 그런 그의 힘든 작품 제작 과정 등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 그가 지난 9월 6일에 현재 개봉 중인 ‘바람이 분다’를 끝으로 은퇴를 한다고 표명했다. 기존 작품과는 달리 실존 인물을 등장시킨 ‘바람이 분다’는 비행기를 좋아하는 미야자키 감독이 동경해 왔던 호리코시 지로(堀越 二郎, 1903-1982)란 엘리트 비행기 설계사의 비행기 제작에 대한 열정과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하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을 등장시킬 때는 그만큼 신중하게 선택하고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책임성이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된다.

2차 대전 때 편도 기름만 넣고 적진으로 날아가 자폭한 비행사들을 양산한 ‘가미가제’ 특공대에도 사용된 제로전 폭격기를 제조한 호리코시를, 자신의 꿈을 추구한 청년으로 아름답게 승화시켰다면 아직도 전쟁의 기억 속에 고통 받는 희생자 측을 의식하지 않은 ‘배려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작품은 작품으로만 봐야 한다.”라는 변명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대중적 영향력이 강한 작품엔 항상 사회적 반응이 뒤따르기에 도의적 책임이 가치평가가 되기도 한다. ‘겨울 연가’ 한 편의 위력이 얼마나 막강한 파워를 가졌었던가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렇다. 문화란 어마어마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다.
그렇기에 히틀러 정권 선전에 천재적 수완을 보였던 게펠스는 철저한 문화이용의 프로파간다로 국민들을 세뇌시켰다. 지난 50년간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된 관객은 어린 아이들이었고, 숱한 작품이 성장하는 동심에 다양한 영향을 미쳐왔다.

‘바람이 분다’와 더불어 8월10일에 일본 문예춘추사에서 발행한 작가 한도 가즈토시(半藤一利)씨와의 대담을 엮은 ‘겁쟁이 애국담의(고시누케 아이코쿠단기, 腰抜け愛国談義)’(문예춘추 지브리 문고판)를 구입해서 읽었다. 그 속에는 일본이 침략 전쟁을 일으켰던 무모함이나 전쟁의 허구함을 논하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

그 책에서 미야자키 감독은 삼촌과 아버지가 제로전 전투기의 바람막이나 야간전투기‘월광’의 부품을 조립하던 약1500명 직원의 비행기 공장을 경영했기에 어릴 때부터 비행기에 친근했었던 환경도 시사하고 있다. 그래서 ‘붉은 돼지’ ‘마녀배달부 키키’ 등 그의 작품마다 다양한 도구로 비행하는 장면들도 많고, 그가 기획한 ‘지브리’란 이름도 이탈리아 정찰 폭격기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도 첨단 기술의 ‘아름다운 비행기’가 강조되고 있다.

미야자키의 판타지 작품 속에 돋보였던 생태, 환경, 평화 추구가 응축된 마지막 작품을 기대했기에, 전쟁이란 처참한 공간 속에서 호리코시가 설계한 비행기로 산산이 부서져 간 생명과 전쟁의 참혹함보다는 꿈과 낭만, 사랑이란 감상주의적 접근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그의 역사인식의 한계라서 아쉽기 그지없다. 차라리 15세기 르네상스를 빛낸 천재 화가이자 정밀한 설계도로 일찌감치 비행기를 연구했던 레오날드 다 빈치나 인류 첫 비행 성공자인 라이트 형제를 서사적인 장편으로 남겼더라면 미야자키 감독은 세계를 잇는 문화의 거장으로 유종의 미를 남기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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