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7.16 화 15:02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교포지논단
경제성장과 정치체제
뉴욕 중앙일보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3.08.30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 뉴욕중앙일보 <시론> / 오명호 HSC 대표 ]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열린사회'여야 모든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이념을 믿어왔던 많은 사람에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의 논쟁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쉽게 말하면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닫힌사회'도 경제성장이 가능하다 아니 오히려 더 능률적으로 성장이 가능하다면 믿을 수 있을까.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와 시장경제를 최고 가치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이다. 공산주의가 패망한지 25년이 흐른 21세기 현재 이러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UC버클리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MBA를 취득 후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벤처캐피털리스트로 거부가 된 45세의 에릭 리라는 중국인은 지난해 뉴욕타임스에 '중국 정치모델은 왜 우월한가'라는 칼럼을 통해 중국 일당독재 정치체제가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를 신봉하는 서구 시스템보다 경제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훨씬 능률적이라는 주장을 편다.

그의 얘기는 이렇다. 30여 년 전 중국 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이 남부지역을 시찰하면서 '중단 없는 개혁개방'을 선포한 후 30년 만에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중국이 농경사회에서 세계 제2위 경제대국으로 변모했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가 빈곤퇴치를 위한 업적을 다 합쳐도 일당 독재국가가 해낸 일의 새 발의 피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한 "서양인들은 일당독재는 무조건 안 좋은 것이고 문화. 역사와 상관없이 자유민주주의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개발도상국에 경제사상과 사회발전을 위해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를 강요하는 것은 우리 종교가 너희 것보다 우수하니 받아들이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싱가포르 리콴유 정치제도를 보면 동양과 서양은 사람들 의식이 뭔가는 다른 게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오래 전부터 해보았다. 리콴유는 옥스포드대학 출신으로 싱가포르를 세계적인 선진국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의 정치체제도 일당 독재체제지만 경제성장은 놀랄 만큼 이룩해 아시아의 경제 선진국으로 자리를 잡게 한 인물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믿어 의심치 않았던 가치 즉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는 서구인들에게만 맞는 제도일까.

옥스포드대학 출신이자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인 니알 퍼거슨은 중국은 거대한 싱가포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충분히 경제가 성장한 후 권위주의 정권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사실 최근의 국제금융시장 흐름을 보면 그의 예측이 맞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미국 연방은행의 양적완화 정책 중단 시기가 곧 임박했다는 시그널을 버냉키가 보내자 아시아 국가들은 1997년 발생했던 한국을 포함한 경제위기가 제2의 환란 모습으로 다시 닥쳐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지만 중국의 가능성을 예견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무려 3조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중국은 해당사항이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발달했다는 인도의 루피화는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으며 위기의 진앙지다. 참 묘한 느낌이다.

리콴유는 '국가문화는 운명이다'는 주장을 20년 전에 편다. 한 나라의 유구한 역사 속에 자리 잡은 문화는 운명일 수밖에 없다. 직선적인 사고를 하고 개인주의를 강조하는 서구 사상이 동양인들에게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동양은 유교와 불교가 정신세계를 지배하지만 서양은 기독교 사상이 역사와 문화를 지배해왔다는 점이다. 결국 수직적인 동양사회와 수평적인 서양사회는 문화적인 공통점이 거의 없다는 얘기인 것 같다. 자기 문화 속에 맞는 고유한 정치체제가 경제성장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 그의 주장인 것 같다.

'집 없는 억만장자'인 니콜라스 베르그루엔은 파리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다. 한때는 칼 마르크스에 심취했던 그는 미국으로 이주해 뉴욕대를 졸업하고 월가에서 경력을 쌓고 현재는 20억 달러의 자산을 갖고 있지만 전용기와 휴대전화 그리고 양복 몇 벌만 남기고 모든 것을 다 없앤 인물이다.

그는 서구의 직접민주주의가 향후 서구 정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지금은 거의 모든 재산을 털어 연구소를 만들고 과거 유력 정치인들을 고문으로 모시고 끊임없이 연구・토론 정책 반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영국 총리를 역임한 토니 블레어를 비롯해 각국 총리와 미 국무장관이었던 콘돌리자 라이스 등등이 그의 토론 대상들이다.

그가 펴낸 책 '21세기를 위한 지적인 거버넌스(Intelligent Governance for the 21st Century)'의 부제는 '동양과 서양 사이의 중도'라고 붙였다. 이제는 서양의 것만 옳다고 주장하지 말고 동양의 것도 좋은 것은 취하는 중용의 태도가 아주 중요하며 21세기를 다스리는 통치자들에게 매우 필요한 덕목이라는 결론을 편다.

우리는 사고의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 무조건 옳고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이제 낡은 옷이다. 벗어 버릴 때도 되지 않았을까. 이 글을 쓰면서 과거 학창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장한 '한국식 민주주의'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그때는 그렇게도 반대했지만 말이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종로19(르메이에르 종로타운) B동 1118호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아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 | 편집인 : 이구홍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혜민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