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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북의 '눈물'을 보수가 믿을까
LA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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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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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중앙일보 <칼럼> / 정구현 논설위원 ]


"노길남이 울었다고? 나보고 그걸 믿으라고?"

꼬장꼬장한 백발의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미주지역 '보수의 완전체'로 불리는 김봉건 씨다. 그가 불신한 눈물의 주인공인 노길남 씨는 친북성향 매체 '민족통신'의 대표다.

각각 극우와 극좌의 대칭점에 있는 두 사람이 지난 20일 맞붙었다. 권투로 치자면 영원한 라이벌간의 챔피언 결정전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일전이다.

타이틀 매치전의 이름은 '평화와 통일을 위한 미주동포 토론마당'이었다. 당초 이 행사는 최근 북한을 다녀온 LA 한인 3명의 방북 보고행사로 마련됐다. 친북인사 주도 행사였기에 김봉건 씨의 참석은 의외였다.

취재차 갔던 기자로선 의도치 않게 양극점의 격돌을 '관람'하게 된 셈이다. 1부에서는 7월말 북한의 전승절(정전협정 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노길남 씨와 최재영 목사(손정도 기념학술원장), 5월 평양 국제상품박람회를 다녀온 이태선(도요타 시스템 매니저)씨 등 3명이 방북 소감을 발표했다.

관객 입장에서 기대됐던 2부 질의응답 순서가 왔다. 김봉건 씨는 기다렸다는 듯 맨 먼저 손을 들었다. 그는 발표자들의 발언을 "과장된 북한 선전"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다가 '눈물' 발언으로 정점을 찍었다.

"노길남 씨가 북한 봉수교회에서 최 목사의 설교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는데, 말은 그럴 듯하다. 그런데 (친북인사인) 노길남의 눈에서 어떻게 눈물이 나오나?"

김봉건 씨의 발언에 지켜보던 '관객'들도 가세했다. "북진 통일 해야 한다", "쓰나미로 북한을 쓸어버려야 한다", "적화 통일하자는 소리냐" 등등 원색적이고 도발적인 말들이 발표자 3인을 향해 융단폭격처럼 떨어졌다.

답변에 나선 노길남 씨는 웃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온다는 말 종종 듣는데, 이번엔 진짜 눈물을 흘렸다니까요."

최재영 목사도 거들었다. "내 돈 써가며 보고 들은 내용을 전할 뿐인데 믿지 못하겠다니 어쩌란 말씀입니까."

관람 평을 하자면 이날 행사에서 승자는 없었다. 통일이라는 하나의 과제를 두고 치열한 논리의 일전을 기대했지만, 보수는 감정적이었고 친북은 객관적이지 못했다.

그나마 위안은 행사가 의외의 흥행을 거둔 것이다. 행사 후 노길남 씨는 "60여 명이 왔다. 예약했던 40명 자리를 못 채우면 어쩌나 걱정했다"며 안도했다. 그동안 비슷한 행사에서는 20명 올까말까였단다.

행사 후 노길남 씨 등 발표자들과 늦도록 맥주를 마셨다. 논리의 부재를 지적하다가 단도직입적으로 진짜 울었냐고 물었다. 그는 "그렇다니까. 아니 왜 울었다는데 못 믿지. 줄줄 눈물이 흐르더라고."

김봉건 씨와 노길남 씨의 대화는 좌우 이념 대립의 축소판이다. 서로가 상대의 눈물도 믿지 못한다. 눈물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조차 부정한다. 이념의 잣대가 감정 전달의 통로마저 꽁꽁 얼어붙게 했다.

그런데, 토론회 내내 극을 달렸던 두 사람이 딱 한번 서로 공감했던 말이 있다. '평화 통일'이다. 평화를 바라본다는 두 사람이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진 못해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까.

곧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다고 한다. 분명 눈물바다가 될 것이다. 그 많은 울음 중에서 진짜와 가짜 눈물을 가려낼 수 있을까. 또, 염분의 농도를 가려낼 수 있을까. 북측 노모의 눈물이 남쪽 아들의 눈물보다 덜 짜거나 더 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설사 가려낸다고 해도 의미가 있을까.

노길남 씨도, 김봉건 씨도 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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