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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교수의 DMZ와 인근지역 탐방 - (2)- 양구의 전쟁기념관과 해안면 을지전망대, 그리고 제4땅굴로 보는 한반도 현실
이수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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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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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경 /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


양구전쟁기념관에 침묵하고 있는 전시품에 서려진 사라져간 사람들의 영혼들을 기리며 밖으로 나오니 제4땅굴 방문절차와 더불어 현지 귀농민이자 비무장지대에서 장교로 군 생활 마치고 전역한 인제군 서화2리 이장 장근세(DMZ 유기산채 작목반 대표) 씨가 우리 일행에게 다양한 현지 상황과 을지전망대, 제4땅굴 관련을 소개해주기 위해 동행하였다.

   
 
장근세 씨는 춘천서 대학을 졸업한 뒤 고향인 서화로 돌아와서 입시학원을 하다 귀농 생활을 하는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최근의 현지 지역민의 생활 및 실상에 대해서 알기 쉽게 설명을 해 줬다.
장근세 씨 말대로 을지전망대로 가는 산비탈 길에는 대규모의 인삼밭 등이 있었고, 최근엔 외부 인삼재배 사업가들의 진출이 증가하는 바람에 현지 주민들의 소규모 자본이 열세라는 현실이 실감이 갔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 북방한계선이 보이는 을지전망대에 오르니 중간에 병사들이 인원 체크를 한다. 차에 오른 군인은 얼굴에 여드름이 아직 가시지 않은 동안의 청년이었다. 왠지 긴 장총이 버거워 보이는, 아직 어려보이는 소년의 이미지가 남아있는 그 군인의 얼굴을 보면 [씩씩하고 용감한 군인 아저씨] 이미지와는 다소 생경(生硬)하다. 필자가 보기엔 이제 막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 같기도 했기에 남북 분단의 현실에 가슴이 미어졌다.

동행한 장근세 씨가 을지전망대에서는 북한 쪽 사진을 일체 찍지 말라고 한다. 다툼의 원인이 되어 단체행동에 제한도 생긴다 하니 모두들 카메라를 집어넣는다.
을지전망대 현지 가이드의 위트 있는 비무장지대 소개와 더불어 우리들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지형의 특징을 설명하기에 고개를 들어보니, 분단의 현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북녘 땅은 바로 우리 앞에 놓여있었다.
국경을 넘어서 세계 곳곳을 꽤 다닌 필자건만 정작 가장 가까운 철조망 건너편 민족의 갈라진 반조각 땅엔 출입조차 할 수 없으니 참으로 기구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특히 한국인으로 일본의 국립대학 교수를 하다 보니 쉽게 갈 수 있는 입장이 아니어서 더더욱 조국의 비애 땜에 생기는 고갈에 심한 갈증을 느껴야만 했다. 과연 내 생전에 저 북녘 땅을 질러서 마음 편히 여행 할 기회는 오는 것일까?

   
▲ 을지전망대에서 일행들과 함께한 기념촬영.

해안면 마을을 내려다보며 을지전망대를 뒤로한 뒤, 우리 일행은 남방한계선을 넘어서 1990년3월에 발견 된 제4땅굴 쪽으로 향했다. 백두산 부대가 1992년 2월까지 37억 원을 들여 안보기념관과 기념탑 등을 세우고 갱도 및 갱내시설을 설치해 안보교육 및 안보관광지로 공개를 하고 있다고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땅굴 쪽의 계단을 올라가니 제4땅굴이라고 적힌 기념비와 더불어 전시 때 사용된 비행기나 전차, 탱크 등이 안보기념탑 좌우로 설치되어 있고, 땅굴 수색 중에 북한군이 설치한 수중지뢰로 산화한 군견[헌트]의 충견비가 입구 근처에 세워져 있었다. 땅굴 내부에선 사진 촬영은 절대 엄금이라고 강조하는 담당 군인들의 어조 속에서 군대문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어둑한 땅굴 내부를 투명유리 덮개의 전동차로 전후 몇 미터 왕복을 경험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민간인이 땅굴을 체험할 수 있는 최단거리의 공개라고 볼 수 있기에 큰 체험 기대보다는 땅굴의 실태 확인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밖으로 나와 오른 쪽에 위치한 안보전시관에 들렀다. 학사장교급 군인 몇 명이 안내 데스크에서 성실하게 답해준다. 같이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으니 기분 좋게 응해준다. 필자의 제자 중엔 오래전에 칠성부대 장교로 전역한 학생도 있기에 오버랩이 되었다. 어떤 면에선 제자들이 보낸 비무장지대의 군대 환경을 눈으로 보고, 느끼면서 현실적인 한반도를 확인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안보전시관 역시 한국 전쟁 당시를 상기시키는 무기 및 유품, 북측 전리품 등의 전시되어 있었고, 양구의 격전지 중에서도 단장의 능선전투(Heartbreak Ridge), 백석산 전투, 가칠봉 전투, 펀치볼 전투(Punching Ball), 도솔산 전투, 피의 능선 전투(Blood Ridge Area) 등의 전투 상황에 대해 화면과 더불어 상세한 소개가 있었다. 전시관을 둘러보며 아직도 전투의 피가 마르지 않은 비무장지대의 긴장된 현실을 직시하며 일행은 다음 목적지인 ‘한국DMZ 평화생명동산 교육마을(Korea DMZ Peace-Life Valley Education and Training Center,서화 평화도서관 포함)’ 로 이동을 했다. 평화생명마을이란 푯말이 서 있는 촌락 좌우엔 독특한 자기부대 특성을 슬로건으로 내 건 군부대들이 있었다. 그 곳에 도착한 우리는 짐을 푼 뒤, 곰취나 더덕 등의 산나물 등이 대단한 향기를 뿜어내는 저녁 식사를 마쳤다. 정말 필자를 위해선 이곳의 산채나물과 된장국 등의 음식들은 너무도 맛있고 향긋하게 심신을 만족시켜주는 힐링 푸드(Healing-Food)의 정상급 음식이었다. 지금 이 글을 적으며 그 날 찍어왔던 음식 사진을 보고 있자니 심야임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침이 고인다. 음식에 대한 본능의 갈구가 이토록 강할 줄이야.

저녁을 먹고 나니 [한중경제신문]의 류재복 편집국장이 “그동안 우리 일행의 마이크로버스를 운전해 주신 장영진 씨가 현지에서 경영하는 펜션을 구경 가자고 하는데 같이 가보겠냐”고 물어왔다. 필자도 맑고 아름다운 대자연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산채나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펜션에서 편안히 집필할 기회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터라 대구계명문화대학의 오카다 교수도 불러서 동행을 했다. 인제와 양구를 잇는 도로 쪽에서 구비길로 들어가는 인제 서화면 천도리에 위치한 이 펜션 옆에는 제법 큰 규모의 비교적 얕고 넓은 강물이 흐르고, 앞뒤로는 산과 숲이 어우러지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펜션](속칭 아다펜)이었다.

   
▲ '아름다운 펜션' 전경

원래 외부에서 생활을 하다 귀농생활 겸 강원도 관광 안내도 맡으며 펜션 경영을 한다고 했는데, 2층에서 별도 생활이 가능한 공간이 되어 있어서 중장기 체류도 가능한 곳이었다. 미리 전화를 하면 펜션주인인 장영진 씨가 픽업을 한다고 하는데, 인가가 적고 조용하여 집필 등의 집중 작업이 필요할 때에는 쉬면서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했다.

산천의 수려함을 재확인한 뒤, 숙소로 돌아오니 풍류학교 교장도 맡고 있는 지성철 씨의 시나위와 민속풍물패 ‘광대패 모두골’의 연주, 정대호 대표의 재치 있는 노랫말에 흠뻑 젖어 모두가 흥겨운 교류회를 가졌다. 한 때 힘든 세월을 보낸 양홍관(삶의 출판 협동조합) 주간이나 독서르네상스운동을 전개 중인 황광석 사무총장, 동북아 평화연대의 홍선희 대표에 안양불교문화대학의 홍대봉 학장 일행 등도 그 공간에서는 뜻을 함께하며 시간을 공유했다. 의외였던 것은 계명문화대학교의 오카타 타쿠미 교수의 유니크한 노래실력은 물론, 마치 한국 유학동안 풍악 장소만 조사하러 다닌 듯한 후쿠오카 대학교의 히로세 테이죠 교수의 유창하고 능숙한 한국 노래실력에 모두 경탄을 금치 못했다. 고려대학에서 유학을 한 그의 실력은 대학에서 공부만 한 수준이 아니라서 모두 앙코르를 요청할 정도였다. 그에 어우러져 이혜경 대표의 춤과 참가자들의 가락소리에 주최 측인 이대수 목사의 인사 소리도 만족으로 충만한 듯하였다. 국경과 종교를 넘어선 이 모임의 취지, 그 곳엔 우리가 추슬러야 할 민족사뿐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생명의 존엄성과 전쟁 구조의 불행을 반복하는 우매한 행위를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고 약속하는 상생화해의 장이기도 하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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