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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과 독심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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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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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코리아 / 최윤주 편집국장 ]


   
▲ 최윤주 뉴스코리아 편집국장
인터넷 댓글은 버즈(Buzz)라고도 불린다. 윙윙 날아다니면서 벌떼들처럼 입소문을 낸다는 의미다. 버즈가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네티즌의 의견이나 짧은 감상평 이상의 존재가 된 건 이미 오래 전 얘기다.

9년 전, 미국 최대의 식품회사 크래프트 푸드는 자사 홈페이지에 트랜스 지방에 대해 항의하는 260만 여건의 버즈를 확인했다.
벌떼처럼 몰려든 소비자의 불만을 확인한 회사는 즉각적으로 자사제품에서 트랜스 지방을 제거할 것을 공식발표를 함으로써 자칫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던 위기를 발빠르게 넘겼다.

댓글은 나비효과의 전형으로도 꼽힌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뜻을 가진 나비효과는 일반적으로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버즈의 윙윙소리가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데는 인터넷 만한 곳이 없다. 댓글 하나는 나비의 날갯짓 정도지만, 무작위 대중이 같은 의견으로 하나가 되어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똑같은 날갯짓을 계속한다면 엄청난 파급효과가 일어날 건 자명하다.

이러한 댓글의 위력은 가히 위협적이다. 여론조사만 믿고 인터넷의 입소문을 간과한 후보가 낙선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인터넷 포럼에 울려퍼진 버즈의 윙윙댐이 정부정책에 압박을 가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댓글로 인해 유명인사가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진다.

사이버 여론조작이 조직적으로 가세하는 세태도 댓글의 위력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작은 인터넷 게시판이나 각종 사이트의 댓글란을 주무대로 삼는다.

지금 대한민국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국가정보원 댓글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만 하는 국정원이 70명의 직원과 속칭 댓글 알바로 불리는 외부 조력자까지 끌여들여 SNS 전담반을 설치, 트위터와 다음 아고라, 오늘의 유머 등의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댓글작업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건이다.

지난 16일(금)과 19일(월), 국정원 댓글 사건에 관한 국정조사 청문회가 열렸다.
국정원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에 화가 나 벌써 몇달 째 암울한 정치현실을 촛불로 밝히던 국민들의 울분이 청문회를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되기를 바랐던 것이 욕심이었을까.
빼도 더할 것도 없이 청문회장은 우기기 일색에, 당혹스럽다 못해 우스꽝스러운 정치쇼에 불과했다. 증인선거 거부권과 가림막 뒤에 안전하게 숨은 핵심증인들은 짜맞춘 질문과 준비된 답변만을 우겨댔고, 여야 의원들에게서는 진실을 찾기 위한 분별력도, 균형감도, 날카로운 의지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일부 여당의원들은 사건의 당사자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건강을 걱정하는가 하면,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장이 경찰의 은폐 축소와 선거개입의 정황을 용기있게 폭로하자, “삐뚤어진 소신” “독선적이다” “광주경찰이냐”는 등 저급하고 폭력적인 언어 구사를 서슴치 않았다. 국회의원의 자질을 의심스럽게 하는 이들의 좌충수는 흡사 코미디 쇼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다.

정치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조직이든 정직성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모든 걸 잃게 되기 십상이다. 이번 국정조사가 딱 그 꼴이다.

요란만 떨다가 용두사미로 흐지부지 끝난 국정조사 때문에 지금 인터넷은 버즈의 윙윙거림으로 시끄럽다. 나비의 날갯짓이든 벌들의 입소문이든 소리없이 스며드는 온라인 입소문은 그 사회의 깊은 속내를 읽어내는 독심술이다. ‘국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비들의 절박한 날갯짓은 이미 속을 만천하에 드러냈건만, 정권을 쥔 대한민국 정치권은 묵묵부답이다.

요즘은 유난히 국가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국가걱정에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불쑥 뇌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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