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경제 <오피니언> / 문일현 중국 정법대 객좌교수 ]

핵무기 반대 동일하지만
한(한)・미(미)는 ‘북한 비핵화’
북(북)・중(중)은 ‘한반도 비핵화’

비핵화는 멀고 험한 여정
냉철하게 상황을 읽어내며
장기레이스 전략 마련해야

▲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핵무기 제거인가, 아니면 한반도 전역의 비핵화인가.

이에 대한 논란은 `뜨거운 감자`다. `북한 비핵화`란 이미 만든 핵무기는 제거하고, 핵무기에 필요한 물질이나 관련 설비 등은 없앰으로써 북한의 핵무기 제조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반면 `한반도 비핵화`란 남북한 모두 핵무기 제조ㆍ보유는 물론 다른 나라 핵무기를 반입ㆍ배치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슷하게 들리지만 전혀 다른 개념이다. 6자회담 당사국들 간에도 해석이 다르고 비핵화 셈법도 제각각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비핵화`에 합의하지 못하고 `한반도 비핵화`라고 표현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라는 주장이다.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직후 한국에 배치됐던 전술 핵을 미국이 모두 철수했으므로 한국엔 더 이상 핵 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근거다.

반면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한다. 북한 비핵화와 동시에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고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5년 9ㆍ19 공동성명 내용이다. 여기에 핵 무기를 실은 미국 항공모함이나 핵 잠수함, 이지스함 등이 연합훈련 명목으로 한반도 근해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 우산을 정확히 겨냥하는 것이다. 북한 핵무장을 해제시키려면 한국을 보호하는 미국 핵우산도 제거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이 핵무기를 실은 군함을 한반도 근해에 투입하는 것은 북한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을 작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전략이기도 하다. 북한은 미국에 이를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핵 보유국으로서 미국과 핵 군축 차원에서 거래를 하자는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주장을 일관되게 견지하면서 9ㆍ19 공동성명을 그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공동성명은 북한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 대북 경제 지원, 북ㆍ미 수교와 평화협정 체결 등이 핵심이다. 중국은 9ㆍ19 공동성명이 한반도 비핵화 당사자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고, 당사자의 안보 염려도 반영한 합리적 방안으로 평가한다. 당사자의 안보 염려란 북한을 지칭한다. 세계 최강 군사대국 미국과 한국, 일본에 둘러싸인 북한이 느낄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미국이 북ㆍ미 수교와 평화협정 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중국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망이 자국을 겨냥한 것으로 의심한다. 그래서 북핵이 해결되면 MD도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월 미ㆍ중 외교장관회담 직후 "중국 주도로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MD를 축소할 수 있다"고 확약한 것도 MD가 중국과 연계돼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또한 중국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미국이 북한 핵을 핑계로 자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한반도 내 핵무기 제조ㆍ보유와 반입ㆍ배치를 모두 금지하면서 미국이 북한에 선제공격을 하지 않음을 보장하는 선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선호하고 있다.

북한 핵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모두 같다. 그렇다고 반드시 `북한 비핵화`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 비핵화`냐 `한반도 비핵화`냐는 비핵화 성패를 가르는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비핵화는 일차적으로 북한 측 판단에 달려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북한 요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또 중국 측 협력 없이는 그 과정이 순조로울 리 만무하다. 비핵화는 멀고도 험한 여정이다. 복잡하게 얽힌 상황을 정확하고 냉철하게 읽어 내면서 목표점에 도달하는 장기 레이스전략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