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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기념관과 위안부 기림비
LA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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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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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중앙일보 <칼럼> / 임상환 취재팀장 ]


7월 30일, 미 서부 지역 최초로 지방자치체와 한인 커뮤니티가 힘을 모아 마련한 '평화의 소녀상'이 글렌데일 중앙도서관에서 제막식을 가졌다.

이로써 미국 내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기림비(조형물 포함)는 모두 4개가 됐다.

뉴저지주와 뉴욕주, 가주 2개의 위안부 기림비는 앞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왕의 군대에 의해 자행된 반인류적 범죄 행위를 널리 알리게 된다. 또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자는 각성을 일깨울 것이다.

위안부와 마찬가지로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희생된 이들이 또 있다. 바로 나치 독일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Holocaust) 희생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유대인들이다.

미국 내에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기리는 시설의 수는 얼마나 될까. 위키피디아에 나오는 박물관과 교육센터, 조형물 등을 합치면 35개 내외다. LA와 뉴욕 등 대도시는 물론 전국 각지 중소도시에서도 홀로코스트 기념시설이나 조형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미 홀로코스트 기념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1978년 11월, 홀로코스트 생존자, 역사학자, 연방의원들을 포함한 34명이 기념관 건립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약 13년 5개월이 지난 1993년 4월 22일 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연방정부는 기념관 예산의 70%를 지원한다. 입장료가 없는 이 기념관은 인류사에 유례가 드문 비인간적 범죄를 고발하고 다시는 인종청소와 같은 추악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4개와 35개란 수치상의 차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왜 전국 각지에 홀로코스트 기념관이 마련돼 있느냐다.

연방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번듯한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마련한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전시 대학살은 2차 대전 이후에도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코소보, 보스니아, 르완다 등지에서 벌어진 인종청소가 대표적인 예다.

유대인을 포함한 세계인들이 다시는 인종학살의 희생자가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그토록 많은 기념관이 마련되지 않았겠는가.

각지에서 벌어진 인종청소의 공통된 특징은 집단강간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이 동반됐다는 점이다. 별개의 사안처럼 보이는 홀로코스트와 위안부 문제 사이에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이는 위안부 기림비 설립 운동에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유대인들과 2차 대전 전쟁범죄 피해자란 공통분모를 갖고 캠페인을 펼칠 필요성도 일깨워준다. 더 나아가 중국, 대만, 필리핀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와 네덜란드 등 위안부 피해국 출신 주민들과도 공감대 형성이 가능할 것이다.

홀로코스트 기념관과 위안부 기림비 설립 과정에서의 차이는 극명하다. 독일은 미국 내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지 않았다. 기념관이 들어설 도시에 독일계 주민들이 몰려가 항의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외무성 대변인이 글렌데일 소녀상 제막과 관련, 불쾌감을 표시하고 LA의 총영사관이 여기저기 서한을 보내 위안부 기림비 설립을 방해하는 일본, 공청회에 몰려와 위안부를 매도한 일본계 주민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일본계 주민들과 각을 세울 필요는 없다. 그저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를 당당히 하면 된다.

한인들은 흔히 '유대인을 배우자'고 말한다. 유대인에게 성공의 비결, 자식농사 잘 짓는 비결을 묻는 것도 좋지만 연방정부 지원을 받는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세운 비결도 배우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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