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러 봐도 울어 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보고 땅을 치며 통곡해도 다시 못 올 어머니여 불초한 이 자식은 생전에 지은 죄를 엎드려 빕니다.”
1975년 9월 24일 장충체육관. ‘조총련계동포모국방문사업’ 일환으로 추진된 ‘추석성묘단’ 서울시민 환영대회에서 원로가수 고 김희갑이 토해 낸 ‘불효자는 웁니다’의 가사일부이다. 단장(斷腸)을 에이는 그의 노래는 장내를 울음바다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본 온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오욕의 세월을 살아야했고, 조국의 분단과 이념대결로 고향 땅을 밟지 못한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진 것은 동포애였다. 민단과 조총련의 극한 이념대결을 끝내기 위한 한국정부의 동포모국방문사업은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의 인식변화는 물론 민단이 조총련을 압도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공안 통치와 국가보안법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박정희 대통령의 용단에 의해 추진됐던 일이다.

# 지난 달 20일 수원지검(지검장 김수남)은 국가보안법위반(북한 찬양고무죄) 혐의로 고발 된 재일교포 3세 축구선수(현 K리그 수원 삼성 블루윙즈 소속) 정대세(29)를 공안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보수논객 변희재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회장이 정대세가 과거 해외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을 존경하며 믿고 따른다.’, ‘내 조국은 북한’이라고 말한 것 등을 문제 삼아 검찰에 고발해서 벌어진 사건이다.

한국국적의 아버지와 조선적(籍)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정대세는 부계를 따라 한국 국적을 갖게 되었다. 민족교육을 중요시했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조선학교를 나와 (재일)조선대학교를 졸업한 후, 일본 프로축구선수로 활약했고, 국제축구연맹(FIFA)의 중재에 따라 한국 국적임에도 북한 대표 팀 선수로 뽑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는 브라질과의 경기직전 그라운드에 울린 국가를 따라 부르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이 북한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도 하다.

정대세는 특수한 역사성에 기인한 존재인 ‘자이니치(在日)’로 살면서 정상에 오르기까지 일본사회로부터 숱한 차별과 멸시와 냉대를 받으면서도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이를 극복해냈다고 했다.
조선학교 교육을 받은 재일동포들은 ‘남한을 고향, 북한을 조국, 일본을 거주국’으로 여기며 산다. 이들에게 있어서 국적이란 하나의 거주국등록증에 불과하다. 남북한, 일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한계인으로 살다가, 언젠가 통일이 되면 하나의 국적을 찾겠다는 것이 이들 자이니치들의 신념이다.

아직도 많은 조선적 재일동포들이 한국방문에 제약을 받거나 거부당하고 있다. 무엇을 위한 제약이며 누구를 위한 거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재일동포들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이 일본의 우경화와 극우보수단체들의 도를 넘는 행태를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동포애적 접근보다는 재일동포의 역사적 특수성을 외면한 채 무지와 편견 속에 재일동포들을 분단이데올로기로 재단하려는 작태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윗 글은 월간 'OKTimes' 7월호 권두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