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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엔 이종선 할머니의 소원
김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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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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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현 / 한민족평화연구소장 ]


   
▲ 김용현 / 한민족평화연구소장
애리조나 주를 지날 때 대부분의 한인들의 입에서는 ‘카우보이 노래’가 절로 나오지만 실은 미국에서 ‘카우보이 스테이트’ 라고 하면 와이오밍 주를 말한다. 지금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알려졌으나 서부개척의 길목에 자리 잡은 와이오밍 주는 한때 무법자와 사냥꾼, 보안관의 흔적이 가장 많던 곳이다.

거친 남자들만의 세상이었던 이 황량한 땅에 미국 최초로 여성 참정권이 부여되고 최초의 여성 주지사, 최초의 여성 판사가 나왔다는 기록이 흥미롭다. 이 와이오밍 주의 남동부에 샤이엔(Cheyenne)이라는 도시가 있는데 인구 6만 명 남짓한 주도로 와이오밍 주에서는 그래도 큰 도시의 하나로 꼽힌다.

샤이엔은 옛날 서부개척시대의 요새답게 서부개척사 박물관이 있고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의 중심지 워렌 공군기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작은 도시에 해마다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날이나 정전이 된 7월 27일이면 참전용사들을 위로하는 행사가 있어 왔다고 한다.

올해는 정전 60주년으로 지난 Memorial Day 때 미리 특별한 행사가 있었는데 이 지역신문은 이날 행사장 복판에 서 있던 자그마한 키의 한국 할머니가 인상적 이었다고 전한다. 유달리 키가 큰 와이오밍 주지사 매트 미드 부부에 둘러 싸여 환담을 나누고 있었던 이종선(Sunny Lee, 81세)할머니.

할머니는 1949년 서울에서 고려대학교 전신인 우석대학교 간호학과를 나와 간호장교로 한국전쟁에 참전한다. 정전이 된 2년 뒤인 1955년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텍사스의 미 육군병원에서 간호 마취사가 되었고 한국에 돌아가1965년 소령으로 제대한 뒤 1966년 미국으로 이민을 온다.

한 때는 롱비치 재향군인병원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었으나 지난 1988년부터 이 작은 도시 샤이엔에 정착한 이종선 할머니는 간호사직을 은퇴한 뒤 지금은 샤이엔에 있는 프레스톤(Preston) 대학의 문화 자문역을 맡아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일생을 혼자 지내고 있는 이종선 할머니는 특별히 미국에 있는 간호학과 동창들이라면 동생처럼, 자식처럼 챙겨주는데 지난 달 대륙횡단 팀으로 김영진, 이인희 후배들이 LA에서 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도착하는 날 후배들 먹일 음식을 준비해 놓고 호텔 로비에서 아침부터 서성이고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기다렸을까, 버스에서 내리는 후배들을 붙잡은 이종선 할머니는 끝내 굵은 눈물 자국을 보이고 말았다. 그러나 그 다음날로 후배들은 떠나고 적막한 도시 샤이엔에 혼자 남은 이종선 할머니에게 다시 7월 27일이 다가오자 60년 전에 겪은 한국전쟁의 참혹한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전쟁 중에 밤마다 경주 육군병원으로 실려와 비명을 지르던 그 꽃다운 나이의 젊은 부상병들은 다 어찌되었을까, 죽은 사람들은 없었을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며 온다. ‘전쟁은 없어야 한다. 더구나 동족간의 전쟁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 이종선 할머니의 결기는 누구 보다 못지않다.

조국에서 오랜 분쟁과 갈등을 끝내고 평화를 찾자는데 국내 동포나 해외동포가 다를 수가 없다. 냉전의 잔재인 군사적 대결상태를 마감하고 평화체제를 만들어 가자는데 남과 북이 다를 리가 없고 보수와 진보가 다를 수가 없다.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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