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한반도정책 최우선 순위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북한정권의 붕괴방지는 후순위
- 북한 내 다른 친중 정권 바라고 있어... 김홍락 미 웨스트 버지니아대 교수 주장 (편집자 주)

▲ 김홍락 웨스트 버지니아대 교수(정치학)

(대담자 = 김도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6월 30일, 3박4일 일정의 중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방중 성과에 대한 이런저런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한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이번만큼 크게 환대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일단 대내외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혈맹국인 중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한지 4개월 만에 중국을 국빈자격으로 방문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 등장 후, 북한의 지속된 핵실험과 로켓발사, 북한에 대한 유엔안보리의 제재결의, 북한의 전쟁위협, 정정협정 파기선언, 6자회담 재개의사 표명 등으로 이어진 북미간의 대결은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2일, 미국에서 동아시아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김홍락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대 교수(정치학)가 해외교포문제연구소를 찾았다. 한반도를 둘러싼 일련의 정세변화 속에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은 국제정치학적인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그에게 들어봤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왜 박근혜 대통령을 환대했는가

박 대통령의 방중에서 나타난 중국의 반응과 변화에 대한 태도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배경 하에서 이뤄졌는지 궁금했다.

“김정일 사후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은 어떻게 하면 북한의 김정은을 아버지 김정일 정권시대와 같이 정치・경제적으로 부담되지 않는 방향으로 이끌 것이며, 중국의 말을 잘 듣고 협력하게끔 하는 가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진타오 주석시절 중국의 입장을 어느 정도 존중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권력승계 후 얼마 되지 않은 2012년 4월 미사일발사 실패로 체면이 많이 손상되자 이를 만회하고 새 정권의 위신을 세우기 위해 핵실험을 준비했습니다. 그러자 중국은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가게 된다면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기에 이르렀죠. 이에 대해 북한은 2012년 6월, 자신들은 핵실험을 할 의향이 없으며, 한국이 그런 소문을 퍼트리고 있다는 식으로 대응을 했습니다.”

김 교수는 미국도 처음에는 김정은이 김정일보다는 경제에 관심을 둘 것이고, 중국 입장을 잘 받아들일 것으로 보았다고 했다. 중국 또한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자존님을 높여오던 중이었고, 2012년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면서 북한에 리젠궈(李建国,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이자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장 겸 비서장)를 첫 번째 특사로 보내 ‘핵실험을 하지 말아 달라’는 뜻을 전했기 때문에 북한이 중국의 입장을 받아들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예상과 달리 리젠궈가 돌아가자마자 12일 후 핵실험을 강행하는 일방적인 행태를 취함으로써 시진핑 주석과 중국정부는 심한 불쾌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후 중국은 유엔안보리의 북한제재결의안에 찬성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북한 또한 당혹감과 배신감 속에 급기야 2월 12일 핵실험을 감행하게 된다.

“결국 중국의 북한에 대한 압력은 성공을 못한 셈이고, 중국으로서는 상당한 불쾌감을 갖게 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북한의 핵실험 방지에는 실패했으나 미사일 발사 방지는 성공했죠. 반면,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방지 모두에 실패함으로써 중국 최고 권력자로서의 위신이 땅에 떨어짐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새롭게 중국을 이끌게 된 시진핑 주석이 북한의 돌출적 행동과 일방적 행위에 대해 얼마나 불쾌감을 갖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여론의 반(反)북한 정서

최근 들어 혈맹관계로 맺어진 북한과 중국 간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고, 특히 중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고 일부지역에서는 반북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련의 이러한 중국인들의 반북한 정서는 어떤 배경에서 비롯되었는지 궁금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사설을 보면,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용납 불허, 핵보유국 지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이후 환구시보는 북한에 반드시 벌을 줘야 하고, 다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사설을 게재하는 등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사설의 내용 한 구절을 보면, ‘북한은 중국에 중요한 나라이나, 외교원칙을 저버린다면 중국은 북한을 도울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에 상응하는 정책의 주요 내용은 원조대금 삭감 또는 중단 등입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중국의 대북 압박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 2월 중국 기관지 학습시보(學習時報) 부편집장인 덩위원(鄧聿文)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내용을 소개하며 중국내 반북한 정서의 배경을 설명했다.

“덩위원(鄧聿文) 학습시보 부편집장이 FT에 ‘중국은 북한을 버려야 한다’는 기고문을 썼는데, 그 주요내용은 ①북한은 희망이 없는 나라이고, 중국의 원조에도 몰락할 나라이니 원조를 할 이유가 없다. ②북한은 핵미사일이 미국과 남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하지만 언젠가는 중국에 대한 공갈 협박용으로 쓰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③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돕는 결과를 초래하고,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 ④한반도에서의 전쟁으로 인한 중국의 손해는 한반도의 통일로 인한 손해보다 크다. ⑤차후 최소한 북한에 친중 정권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중국의 말을 듣지 않는 김정은 정권을 그냥 둘 수 없다는 주장이지요.”

북한의 반응

이 같은 중국의 입장에 대해 북한은 어떤 반응을 보였으며, 그리고 향후 북한의 대응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물어봤다.

“북한은 중국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핵무기 실험이 현재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실시될 것이며, 정전협정 무효화와 전투태세 1호 발령, 서울불바다 같은 위협적인 발언을 일삼으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중국의 4대 은행에 있는 북한의 구좌를 동결시키고, 압록강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품통제와 돈의 유입을 막음으로써 북한은 급속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또 지난 5월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특사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나려 했으나 시진핑 주석이 지방출장을 핑계로 만나 주지 않았고, 3일째에 겨우 만났는데 최룡해가 군복을 입고 만나려 했으나 시진핑이 평복을 입고 오라는 요구를 했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서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시진핑에게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시진핑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절하는 한편, 6자회담에서 약속한 대로 한반도의 평화를 깨뜨리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최룡해는 다급해서 한국, 미국 등과 대화할 것이고, 6자회담에도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요.”

김 교수는 이런 와중에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은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됐을 것이라며, 중국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환대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보여준 것이고 그 반사이익을 한국이 얻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일련의 중국의 태도는 중국의 외교정책의 일환이며, 중국의 전략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한반도 전략의 우선순위

김 교수는 중국의 한반도 전략이 약간 바뀌고 있다며, 중국의 장래와 국가이익을 위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중국에 절대적인 만큼 이러한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고, 김정은 정권의 체제유지는 이런 전략적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의 입장을 따르지 않는 한 후 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중국의 한반도전략의 첫째 목표는 북한의 붕괴방지였습니다. 왜냐면, 중국에 있어서 한반도는 중요한 전략지역이기 때문에 만약 북한이 붕괴된다면 중국으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방지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입니다. 세 번째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것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3순위에 있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다소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대 한반도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습니다. 1순위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두고 이것의 실현을 위해 북한의 비핵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붕괴방지는 3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고, 김정은 정권을 수호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주장하는가

세계 G2국가로 부상한 중국.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 한일 간의 역사문제와 영토주권 시비, 미국의 대 중국 견제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변화는 중국으로 하여금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G2국가로서의 위상과 경제발전의 지속, 선진국 진입문제 등 대내외적으로 중국이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중국의 상황에 비춰볼 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중국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김 교수에게 여쭤봤다.

“중국은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중국의 안위가 위태해 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의 지속과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굳히기 위해서는 주변국들의 평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중국의 외교정책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중국으로서는 북한 김정은 정권을 도와줄 이유가 없는 것이죠. 그래서 친중 정권을 바라는 것이고, 한국 주도의 통일이 된다 해도 한반도의 평화만 지속된다면 중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중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전쟁으로 인한 중국내 산업시설 파괴라고 했다. 만일 어떤 형태든 전쟁이 발발해 중국이 개입하게 된다면 중국이 공격을 받게 되고 이는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산업시설 파괴로 이어져 재기불능의 상태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이 대만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이 한국의 입장을 반기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고, 공존공생의 길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김 교수는 또 북한의 핵실험 후 중국 여론주도층(전문지식인 등)의 북한의 비판으로 중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으며,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의 중국의 환대도 이런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며, 시진핑 주석 한 사람의 기분에 좌우된 것이 아님을 상기시켰다.
북한의 개성공단 철수에 대해서는 “북한의 강경파들은 자신들이 개성공단 철수한다고 위협하면 한국이 특사를 보내와 부탁을 할 것이고, 또 다른 원조를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한국정부가 원칙대로 처리함으로써 예상과 빗나간 결과를 초래했다며, 결론적으로 개성공단 문제는 ‘북한의 오판’이었다.”고 분석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보유를 전제로 한 대화와 국면전환을 꽤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의 핵포기 없는 대화추구와 병진전략이 중국과의 갈등 속에 60년간 이어온 북미간의 대결을 어떤 식으로 끝낼 것인지, 이런 국제정세 변화 속에 박근혜 정부의 비핵화를 전제로 신뢰 프로세스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한반도의 정세는 여전히 구름에 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