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남 / 재미 칼럼니스트 ] 

(상)

강대국의 힘으로 얻어진 우리의 광복은 냉전체제의 제물이 되어 나라는 둘로 갈렸고 연 이어서 터진 6.25(1950)는 이 땅을 생지옥으로 만들었다. 한반도의 통일 노력은 이런 잘못된 흐름을 바로 잡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남북통일 연습이었던 작금의 개성공단 운영과 금강산 관광 그리고 이산가족 만남의 중단은 통일로 가는 길목에 깔린 가시덤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 이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불용 의견도출과 같은 성과가 기대되니 반가운 소식이라 하겠다. 사실 북한은 MB정부 임기 내내 핵과 미사일로 겁박을 서슴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하나 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혈맹이던 중국(지금은 일반적 국가관계)까지 북한 옥죄기에 동참 하면서 다급해진 북한이 중국에 특사(최룡해, 김계관)를 파견하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간 남과 북은 대결에만 열중하며 통일의 꿈을 아주 접은 것은 아니었다. 참고로 그간의 굵직한 대목들만 추려 보면,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2년 이 후락 당시 중정 부장과 김일성 간에 7.4 남북 공동 성명을 채택 했는데 여기서 한반도의 통일은 1) 자주적이며 2)평화적이며 3)민족 대 단결 원칙을 강조했으며 또 서로를 국가로 인정했다. 참고로 박통 시절 청와대 습격사건 (1968)과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1976)등 남북 간의 첨예한 긴장과 대립이 있었다.

    노태우 대통령(13대)은 1988년 7월 7일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대통령 특별선언” 을 발표 했는데 여기에는 1)남북상호래왕 2)이산가족 확인 3)남북교역 4)우방의 비군사적 대북교역 용인 5)대결외교 종식 6)북일 관계개선 협조 등을 담고 있었으며,

    김대중 대통령(15대)은 2003년 6월 15일 평양에서 가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에서 소위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 했는데 여기엔 1)통일은 자주적으로 이루며 2)연방제를 추진하며 3)비전향 장기수 석방 및 이산가족 상봉 추진과 4)민족경제 추구 5)당국자 회의 개최 6)김정일 서울방문 초청 등을 담고 있었고.

    노무현 대통령(16대) 은 2007년 10월 4일 두 번째로 이루어진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에서 1)6.15 공동선언을 계승하며 2)상호존중과 신뢰 3)상호 긴장 완화와 적대 관계 종식 4)한반도 평화 정착 5)민족 경제 진작6)비정치적 부문의 교류와 협력 7)대북 인도적 사업 추진 8)국제무대 동반 진출 등을 다짐 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17대)은 “비핵, 개방, 3,000”으로 북을 압박했지만 되레 북한은 천안함 사태를 일으켰고 핵과 미사일로 한국을 협박했고 이에 맞선 MB정부는5.24 (2010) 조치를 발동시켜 1)북한선박의 영해 운항 금지 2)대북교역 중지 3)방북 불허 4)대북 신규투자 금지로 응답했다.

살펴보면 남북 간 대화까지 25년이란 긴긴 세월이 흘렀고, 남북협력 사업까지는 40년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지난 25년간 그 협력관계는 아슬아슬하게나마 유지되어 왔다.
지난 2월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지금까지 남북 간에 엉킨 실타래들을 성실과 인내로 흔들림 없이 풀어 나가겠다는 정책으로 보인다. 빈틈없는 국방을 바탕으로 공정한 국제 관행과 균형 감각으로 남북관계를 새롭게 잡아 가겠다는 분명한 의지 천명으로 보인다. 폐쇄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 등도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 경제원칙과 인도주의 원칙만을 고려하며 남북 간 대화의 문은 항시 활짝 열어 두어 남북 간의 신뢰와 성실로 그간의 불신을 허물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하루아침에 성과를 얻을 수 없는 남북 간의 신뢰 회복은 참고 기다림으로 한반도 통일에 이를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하)

남북교역을 이야기 할 때 떠오르는 이름은 정주영 (號 峨山, 1915~2001, 현대그룹 창업자) 회장이다. 강원도 통천(38선 이북) 태생으로 국졸 학력이 전부인 그는 해방 전에 청운의 꿈을 안고 월남, 많은 일화를 남기며 오늘의 현대그룹을 세운 입지전적 인물이다. 정 회장은 비록 15대 대선에 출마, 김영삼 후보에게 패했지만 16대인 김대중 대통령 시절 대북 교역의 문을 활짝 열었다. 1998년 2번에 걸쳐 소위 통일소를 몰고(1001마리) 분계선을 넘어 북한에 전달했으며 김정일과 면담, 최초로 남북교역을 성사시켰다. 작은 통일공간으로 불리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모두 그의 걸작이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인 개성공단과 동해 북단에서 지척인 금강산 뱃길은 민족과 조국은 하나임을 확인 시켜 주었고 미래를 함께 만드는 공동체의식에 불을 지폈다.

개성공단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합작품이다. 50년간의 토지 이용권을 따낸 현대아산(2000년 8월 22일)은 2003년 6월 30일에 부지공사를 시작했고 최초의 국내 기업(18개사)은 2007년부터 공단 내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6월 공단이 잠정폐쇄될 당시 남한의 입주기업은 123개사로 일부 전기, 기계 업종도 있었지만 대부분 봉제, 제화와 같은 노동 집약적 경공업으로 현재 까지 생산액은 15억 달러를 넘겼다. 폐쇄 당시 북측 고용 인원수는 5만 4천여 명이며 1인 평균 월급은 144달러로 중국기업에서 받을 수 있는 300달러에는 못 미치는 액수였다.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면 지금 쯤 북측 고용 인원은 70만 명 선이었겠지만 순탄치 못했던 남북관계로 계획된 공단의 확장은 많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남북 간 계약에 따라 개성 인근에는 기본적인 철로와 도로 그리고 전력, 통신, 용수와 폐기물 처리장등은 물론 근로자들을 위한 합숙 시설도 있다.

현대아산 측의 계획은 개성공단을 시작으로 남포, 해주, 함흥, 원산, 신의주, 나선 등지로 공업단지를 확장한다는 구상이었지만 남북관계의 험한 파고는 이 모든 일정을 잠정 중단 시켰다. 대체로 현재의 고용인원인 5만 4천여 명은 북에서 사상점검을 마친 모범 시민들로 이들이 1년에 벌어들이는 돈은 대략 1억 달러로 북한이 광산물 판매로 중국에서 얻는 미화 16억 달러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이 돈이 사라 졌을 때의 아쉬움은 대단할 것이다. 북한은 이 돈을 받으면서 약 20만 명이 넘는 연계가족들과의 사상교육이 어려웠을 것이다. 매일 공급되는 초코파이와 흰 쌀밥에 고깃국! 이제 북한당국은 더 이상 남한을 헐뜯는데 한계를 느낄 것이다.

만일 당초 예상대로 개성공단에서 70만 명의 북한 인력이 고용된다면 350만 명의 연계 가족들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생활을 누리게 되고 또 남포, 해주, 함흥, 원산, 신의주, 나선 등지까지 공업단지로 확장 되고 개성관광이나 다른 북한 내 자연 경관이 개방 된다면 굳이 남북통일을 걱정 할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것이 김대중 대통령과 정주영 회장이 꿈꾸던 한반도 햇볕정책의 속내가 아닐까. 더러는 주고 더러는 받는 상업적 발상의 매력이다. 그리고 정주영 회장이 통일소를 몰고 판문점을 넘던 시기가 북한에서 300만 명 아사자를 낸 소위 고난의 행군 때였고 김대중 대통령은 살얼음판 남북대결 구도를 화해와 협력으로 바꾸던 때가 아닌가. 물론 뭉칫돈이 북으로 가는 것에 문제를 삼을 수 있지만 한번 돌아선 북한의 민심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남한의 기술과 자본이 북한의 백성에게 보다 풍요로운 생활을 제공 한다면 그래서 그들이 낮과 밤의 차이, 빛과 어두움의 차이를 느낄 수 있게 된다면 통일을 핵과 미사일로 바꾸려 하지 않을까.

개성공단과 동시에 탄생한 금강산관광사업 역시 현대아산의 주관 하에 1998년 11월 18일 역사적인 금강호로 금강산 관광의 문을 열었다. 개성공단과 같은 50년 임차권으로 사업을 착수하면서 각종 편의시설 (매장, 호텔, 직원숙소, 위락시설, 관리시설, 접안시설 등) 투자가 계속적으로 이루어 졌고 육로관광(2003년), 자가용관광(2008년) 등으로 195만 명이 참여했지만 MB정부 시절인 2008년 7월 11일 북한 경비병에 의해 새벽 산책 중이던 박왕자 씨가 피살, 다음 날로 금강산관광은 잠정 중단됐다. 북한은 현대아산에 대해 사과는 물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지만 정부 간의 의미 있는 사과나 약속이 없는 상태이며, 그간 북측은 2010년 4월 일체의 현대아산 측 시설 자산을 압류하고 사업권도 일본이나 중국 측 사업 파트너에게 넘기려 했지만 금강산 관광객 유치에서 남한과 같은 호황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연간 북한이 얻는 관광수입은 미화 약 5천만 달러이다. 만일 현대아산이 북한에서 따낸 해금강 원산 간 관광특구사업이나 지역의 권역개발이 성사됐다면 그 돈이 북한의 권력유지비용도 되겠지만, 햇볕정책 효과로 통일의 밑거름되기에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동전의 양면 같은 남북 간 교역은 남북 모두에게 뜨거운 감자며 계륵이다. 한때 북한은 모기장 이론 즉 시원한 남서풍은 즐기되 함께 딸려올 벌레(정치적 불만세력) 들은 엄중히 퇴치하겠다는 발상이다. 북한의 궁극적인 관심은 핵과 미사일이 아닌 정권안정이며, 돌아앉을 민심이반 대책이며, 남한의 걱정은 교역의 수입이 북한정권 연장에 쓰여 지는 사태다. 그러나 어차피 한반도 통일을 바란다면 그리고 다시는 6.25의 악몽을 피하려면 더러는 주고 더러는 받는 전략적 선택 외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다.

중국의 눈에 비쳐진 북한은 문제투성이다. 중국은 이제 북한을 내 칠 생각도 많으며 이별장을 띄울 시기만을 노리는 듯하다. 남한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아 보인다. 그래서 북한은 갑자기 사력을 다해 불바다 공갈 대신 대화에 목을 매는 듯싶다. 남쪽에 퍼주기 햇볕정책으로 남남 갈등이 불거졌다면 북쪽은 강경군부와 온건파 관료들 간의 북북 갈등이 있다. 핵과 미사일 불바다 식 불랙메일은 이미 위장된 호전성이며 맛이 간 놀이패다. 그래서 어제의 혈맹이었던 중국에 사활을 걸고 매어 달린다. 북의 최후가 가깝다는 확실한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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