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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권리에 공짜는 없다
LA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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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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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중앙일보 / 장연화 종합뉴스팀 부장 ]


1988년 8월. 연방의회에 낯선 법(HR422)이 제정됐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서명한 이 법은 2차대전 중 미국이 일본계 미국인들을 격리수용한 조치에 대해 사과하고 생존자들에게는 2만 달러씩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또 과거 미국의 잘못된 행위를 가르치기 위해 12억5000만 달러를 교육비로 책정했다.

미국은 2차대전 당시 일본으로부터 진주만 공습을 받자 미국에 거주하던 일본계 미국인 11만명을 격리수용시켰다. 미국에서 태어나 엄연한 미국시민이었던 일본계 2세도 대상에 포함됐다. 친한파로 알려진 마이크 혼다 연방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도 그중의 한 명이다. 어느날 갑자기 창문을 가린 차량에 실려 낯선 곳에 격리된 일본계 미국인은 그렇게 1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 법은 그들에 대한 사죄였다.

2009년 7월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19세기 말 중국계 이민자에 가해졌던 각종 차별 조치에 공식 사과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중국계 폴 퐁 하원의원이 상정한 이 결의안은 1880~1890년대 가주에 거주하던 중국계 이민자들에게 재산권을 제한하고 국제결혼을 금지했던 각종 차별정책에 대한 사과였다.

이 결의안엔 당시 차별을 받은 이민자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내용은 없다.

이런 모든 일이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최근 만난 민병수 변호사는 "법안이 상정되기 전, 결의안이 추진되기 수십년 전부터 수많은 소송이 제기됐었고 그에 대한 결과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일본계 미국인들의 소송의 경우 연방대법원까지 간 케이스만 최소 4건이 넘는다고 한다. 실제로 일본계 미국인들의 격리수용 역사를 직접 찾아보니 1947년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을 적으로 간주하거나 일본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의 판례가 있다. 일본계 미국인들이 제시한 집단소송에 대한 결과다. 당시 소송으로 텍사스 크리스탈시티와 뉴저지 시부룩스팜에 격리돼 있던 일본계 미국인 302명이 풀려날 수 있었다.

중국계 이민자들이 제기한 소송은 이보다 훨씬 많은 200건이 넘는다.

한인 커뮤니티의 이름으로 제기한 선거구 재조정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소송을 제기한 원고측과 피고측 대표들은 법원의 중재에 따라 모처에서 만나 케이스 조정 절차를 논의했다. 지난해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지 1년 만이다.

한인 원고 5명은 당시 LA시의회가 단일 선거구를 요구한 한인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편법으로 선거구 재조정 절차를 진행했으니 재조정해달라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확정된 선거구는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의 정치적 대표성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이기에 이번 소송을 통해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소수계인 한인 커뮤니티가 거대한 LA시와 벌여야 하는 법정 싸움은 만만치 않다. 대형 로펌이 무료변론을 맡고 있지만 소송 진행에 필요한 비용은 한인 커뮤니티가 지불해야 하는 만큼 재정적 부담도 크다. 소송을 이끌고 있는 관계자들의 고민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를 지켜보는 민 변호사의 시각은 담백했다.

"질 줄 알면서도 중국인과 일본인들은 길고 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패소 케이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끊없는 도전으로 지금 아시안 이민자들은 많은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한인타운의 명예를 위한다면 지더라도 끝까지 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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