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삼오 / 호주 한국일보 편집고문 ]

▲ 김삼오 / 호주 한국일보 편집고문

이 글은 지난 5월 7일 아서 시노디노스(Arthur Sinodinos) 호주 NSW 자유당 당수 겸 연방 상원의원과 그를 수행한 크레이드 런디(Craig Laundy) 연방 자유당 리드지역구 후보자가 한인회관에서 가진 공개정책간담회를 보고 한인사회 구성원 일원으로서의 논평과 소회다.

크게 두 가지다. 먼저(그리고 첫째) 긍정적인 평가다. 행사가 비교적 질서 있게, 그리고 한인사회의 위상을 세우며 진행되었다고 생각한다. 내 기록에 따르면 비슷한 행사가 1999년 4월에 시드니연합교회에서 있었다. 호주 쪽 참석자는 지금과 같이 NSW 자유당(당시 제1 야당) 대표인 케리 치카로스키와 그녀의 참모들이었다.(관련 필자 기사 동년 4월 9일-15일자 한국신문 참조). 그동안 그런 간담회가 한두 번 더 있었는지 필자는 거의 매년 해외여행을 나가 있었으니 잘 모른다.

그때나 이번 모임 모두 총선거를 앞두고 유세가 필요한 정당의 제의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다. 그리고 그때 한인 참석자는 명색이 교민대표자였는데도 자리배치와 진행절차 모두 우리가 매우 저자세였다고 기억한다. 또 준비부족으로 우리 측 질의가 중구난방이 되고 말았었다.
그에 비하면 이번은 큰 진일보였다. 그러나 옥에 티라면 이미 일부 참석자를 인용, 짧게 보도된 대로(지난 주 호주한국일보 참조), 그리고 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한 인사의 의견대로 사전에 정해진 네 사람 질문자의 질의와 건의내용이 한인사회 전체의 이익이란 관점에서 우선 순위 4위 또는 5위에 들어가는 사항이었느냐에 대한 넓은 층을 망라한 컨센서스(합의)가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 5월 7일 시드니한인회관에서 열린 호주 연방 자유당 정책 포럼 광경.

호주달러가 너무 높다

한인사회의 현 여건으로 봐서 이런 차원 높은 이슈에 대한 합의도출과정(consensus building)의 어려움, 그에 따른 주최자 측의 고육지책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견을 제기하는 이유는 이민역사 반세기, 인구 10만 이상을 뽐내는 한인사회가 앞으로도 중요한 결정을 몇 사람이 모여 그 때 그 때 처리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질의와 건의내용 가운데 먼저 부각된 것은 한호FTA(자유무역협정)의 조기체결과 한국 대기업의 대 호주 무기수출 관련이었다. 고국과 한인사회의 이익이 대체적으로 일치하는 것은 맞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이 보다 먼저가 되어야 할 한인사회의 현안 문제는 없을까? 또 이런 국가차원의 사안은 호주의 3대 수입국이라는 한국정부가 더 잘 다룰 이슈는 아닐까? 나는 이에 대한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 토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위 무역 관련 질의 중 나온 호주달러 가치가 높아 한국인 여행객이 줄어 한인사회가 애를 먹는다는 질문도 그렇다. 호주에서 봉급생활을 하거나 펜션을 받아 사는 교민이 한국에 가 친지를 만나 소득을 비교하거나 환전을 할 때를 생각해 보자. 호주달러가 100달러 당 10만원에서 7만원으로 내려갔다면 우리의 신세는 그만큼 초라해지는 것 아닌가. 이 득실을 따지는 게 쉽지 않다. 시노디노스 연방 상원의원은 환율은 앞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몇 가지 금융정책 사항을 덧붙였지만 일부 대답은 듣기에 따라서는 약간 냉소적이었다. 호주중앙은행 (FRB)의 업무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질문은 호주사회의 인종차별 정서와 반인종차별법 관련이었다. 여기 한인사회와 직접 관련을 갖는 적절한 사안이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백인들이 한국인을 포함 아시안들에게 언어 및 물리적 폭력을 빈번히 가한 요즘의 사회분위기를 생각하면 말이다. 그러나 이 어려운 질문과 건의를 단 몇 분 동안에 핵심 있게 하자면 대단한 사전 연구가 필요하다. 또 이 분야에 관한 한, 한국인, 중국인 할 것 없이 소수민족사회가 먼저 해야 할 일도 많다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복잡한 문제를 행사 때마다 부랴부랴 서둘러 준비해서 될 일이 아니다. 평소 한인사회의 전반적 실태와 장단기 필요와 전망에 대한 심층리서치(연구조사), 그 결과 관련 자료와 지식축적이 되어 있어야 하고, 그에 기초해서 호주정부와 고국정부를 향하여 건의할 사항들에 대한 큰 틀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

말이 나온 김에 겸해서 한다. 목하 계속되고 있는 음력 설 축제, 준비논의 단계인 코리안 가든 프로젝트,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우리식의 양로원 설립과 같은 굵직한 사업들의 중요도와 타당성검토 또한 그런 종합적인 자료와 지식의 테두리 안에서 평가되고 그에 대한 구성원 간 넓은 컨센서스가 이뤄질 때 실현 가능할 것이다. 나는 1995년부터 최근 몇 년 전까지 연구소의 이름으로 그런 리서치의 필요성을 역설해왔었으나 한인사회에서 한 치의 진전이 없었다.

곧 시드니한인회 회장선거가 있다. 회장으로 나서는 사람은 더 이상 이 자리를 하나마나한 귀빈 축사나 하며 보내는 형식적 지도자가 아니라 이런 구조적이고 실질적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인사가 되기를 바란다.

둘째로는 이날 참석자의 아마도 90%가 1세대 노인 및 장년층이고 질문자로 지정된 두 사람을 포함한 1.5세대 몇 명 외에 2세는 거의 없었다. 깜짝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런 현상은 그간 늘 눈 여겨봐 오던 터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좀 다르지 않은가. 거창한 이벤트는 아니나 차기집권이 기대되는 당을 대표(그는 답변을 할 때마다 연방 당수인 토니 애봇트를 인용하고 같이 실세임을 과시했다)하여 한인사회의 건의를 듣고 답변하는 자리가 아닌가. 그들이 뭐라고 하는 가 궁금해서 나도 특별초청 없이 신문광고를 보고 갔었다.

왜 한인 2세들에게 이런 궁금증과 호기심을 갖는 사람이 그렇게 드물까? 차세대 지도자의 양성이란 말을 약방의 감초처럼 쓰는 단체장들, 한인사회를 젊은이가 이끌어야 한다고 말하는 우리가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고위직, 고소득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렇다. 한 사회 안에 어떤 인재가 많이 배출될 것인가는 그 사회가 어떤 사람을 우대해주고 대접할 것인가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 커뮤니티는 어떤 젊은이들을 쳐주고 대접하는가? 공부 일등해서 일류대학, 일류학과에 들어가 고위직, 고소득과 사회적 명예가 보장되거나 아니면 비즈니스로 돈을 많이 벌었거나 음악, 연예,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각광을 받는 젊은이들이다.

물론 이런 것도 중요하나 그것 하나로는 안 된다. 일신의 영예만을 위한다면 오히려 지도자의 자질과는 배치될 수 있다. 자기가 사는 커뮤니티나 나라의 장래를 뼈아프게 걱정하는 젊은이의 마음이 필요하다. 이를 장려하고 키우는 풍토가 없다. 한인사회 몇 개 단체가 자랑스럽게 홍보하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만 봐도 안다. 모두 HSC 성적 우수자, 무슨 무슨 경연대회 우승자, 국가 대표선수, 이른바 꿈나무들을 권장하고 보상하는 것들뿐이다.

이런 분야 성취는 이미 언급한 높은 직위와 소득과 명예로 충분한 보상이 사회적으로 예약되어 있다. 그래서 그걸 향하여 모두들 목을 매는 것 아닌가. 따로 장려책이 필요 없는 것이다. 장려책은 가만 두면 나오지 못할 인재를 키우는데 모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