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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확실히 추월하는 법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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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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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칼럼> / 정태인 새사연 원장 ]


   
▲ 정태인 원장
마감 한 시간 전이라는 다급한 메시지에 오늘 아침 페이스북에서 본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역전 당할 우려”가 반사적으로 떠올랐다. 반일 의식이 충만한 우리 언론이니 내일부터 대대적으로 보도할 것도 틀림없다. 요약하면 요즘 두 나라의 성장률이 나란히 가고 있는데 금년도 한은의 예측은 2.6%이고, 일본 쪽은 2.9%이니 1998년(한국 -5.7%, 일본 -2.0%) 이후 15년 만에 우리가 일본에 뒤질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이렇게 두 나라의 성장률이 유사해진 건 물론 엔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선거를 앞두고 아베 현 총리는 “윤전기를 돌려 화폐를 무제한 찍어내서라도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고 취임 후에는 20조2000억엔(239조7000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경기 확대에 나섰다. 달러당 80엔이던 엔화가치는 이제 100엔 언저리까지 떨어졌다.

더구나 2월 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일본의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경기부양책에 공감하며, 일본이 디플레이션을 없애려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발언했고 한달 전 G20 재무장관회의는 이 발언을 추인했다.

미국이 자신의 불황 원인으로 일본을 지목해서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엔화가치를 급하게 끌어올리고, 반도체협정을 강요해서 일본 반도체의 수출마저 가로막았던 때를 생각하면 가히 상전벽해 상황이다.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돈을 풀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강행한 일본은 반짝 회복을 맛본 뒤, 천문학적 거품이 꺼지면서 무려 20여년 동안 1%를 넘지 못하는 성장을 했다.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이다.

한국의 1980년대 말 3저 호황과 반도체산업의 비약적 발전은 이런 외부 여건에 힘입은 것이었으며 금상첨화라고나 할까,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래의 임금 인상이라는 내수까지 부추겨서 우리는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최고의 상황을 맞았다. 1997년의 외환위기를 맞았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은 미국의 확대정책과 중국의 급성장에 힘입어 4~5%대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세계 3대 경제권이 모조리 장기침체에 시달리고 있으니 어디선가 총수요를 늘리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긴축 정책론자들이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남은 것은 일본 내수확대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이 상황은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이며 이제 우리는 지난 50년간 전가의 보도였던,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사고를 내다버려야만 한다.

이제 활로는 내수에 있다. 우리의 중산층은 집과 관련된 지출, 민간 보험, 그리고 사교육으로 소비를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줄일 수밖에 없고 1995년경 이래 생산성 성장률을 밑도는 실질임금은 우리의 앞날을 가로막고 있다.

다른 방법은 없다. 최저 임금을 올리고 사교육비와 민간의료보험료의 주술을 풀어야 한다. 부채에 시달리는 가계의 집을 정부가 사들여서 공공임대로 돌려야 한다. 대기업은 돈을 쌓아 놓고도 투자를 하지 않지만 돈만 대주면 투자의욕이 넘쳐 나는 중소기업은 얼마든지 있다. 결국 지난 대선 때 사실상 여야가 합의했던 경제민주화와 보편복지가 경제회복의 길이다. 경제위기를 들어 임금을 더 옥죄고 의료나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며, 나아가서 토목건설에 의존한다면 우리는 일본의 길을 갈 것이요, 그 반대로 위와 같이 한다면 우리는 어느덧 북유럽의 복지사회에 다가서게 될 것이다. 언론의 호들갑과 달리 오히려 우리는 일본을 확실히 추월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은 것이다.

나아가서 세계의 총수요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면 5조달러를 훌쩍 넘어선 동아시아의 외환보유액을 공동 관리하고, 그 여유분을 역내에 투자할 수도 사용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은 총수요 확대를 위해 일본의 양적 완화를 용인한 것처럼 이 정책도 수용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과연 이런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의 운명은 지난해 12월18일에 이미 결정난 것일지도 모른다. 오호 애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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