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찬 / (재미)시민참여센터 소장 ]

▲ 김동찬 소장

1992년 4월 29일의 LA폭동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의 이민물결 속에 한인커뮤니티를 형성한 한인사회가 어떻게 미국 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그리고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다시는 그러한 불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의 결과 미국사회와 정치에 무관심했던 한인들이 하나 둘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곳곳에서 유권자등록운동과 선거참여운동이 일어났고 한인 정치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1년이 지난 지금 그날의 기억들은 점점 희미해지고 그저 한인사회의 한 역사로 남아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그날의 교훈을 잊지 않아야 하며, 무엇이 폭동의 원인이었고 왜 하필 한인들이 그 폭동의 피해자가 되어야 했는지, 또 다시 그런 폭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상에서 무엇을 해야 하며, 만일 또다시 폭동이 일어난다면 우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늘 해야 할 것이다.

폭동의 원인

LA폭동뿐만 아니라 미국의 여타 폭동은 주로 인종갈등과 공권력의 갈등이 교차되었을 때 발생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적인 궁핍에 있다. 경제적인 궁핍으로 한 지역이 폐허가 되고, 빈곤에 의해 여러 종류의 범죄들이 발생하여 공권력과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쌓여 있던 불만들이 특정한 계기에 인종적인 문제와 결합되면서 폭동이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미국에서 정치적인 목소리가 없는 소수계 커뮤니티들은 언제나 희생양이 되었다. 1992년 4월에 일어난 LA폭동도 이런 공식이었고,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 못했던 한인사회가 그 희생양이 되었다.

한인들이 LA폭동의 희생자가 된 원인과 평가

미국사회는 여러 민족이 어울려 살고 있는 신(新)부족사회나 다름이 없다. 각 부족(민족)의 인구수에 따라서 다수와 소수로 나뉘고 그로인해서 사회적인 영향력도 다르다. 당시 한인사회를 살펴보면, 그저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여 좋은 차(car)와 좋은 집을 갖는 것이었고, 좋은 교육을 받는 것이 목표였다.

1992년 LA폭동당시 한인사회는 그림자와 같은 존재였다. 갑자기 터진 폭동으로 인한 공권력의 공백이라는 원인도 있었지만, 폭동의 조짐을 보고도 시와 주정부는 폭동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어선을 설정하는데, 한인들의 비즈니스가 밀집한 곳을 배제하였다. 그것은 한인밀집상권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을 보호하여도, 지역의 선출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의 정치적인 생명에 크게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계산을 하였던 것이다. 당시 한인들은 지역의 정치인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한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탁월한 리더십이 없었던 것이다.

당시 시정부와 주정부는 폭동현장을 시급히 정리하기 위한 비상대책위 모임을 가졌다. 그러나 그 회의에서 한인들이 밀집한 지역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대변하는 리더십은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폭동의 피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폭동의 피해자인 한인사회는 보호를 받지를 못하였다. 오히려 인종차별 집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폭동의 피해자가 아닌 인종차별 가해자로 매도되었다.

폭동의 희생으로 얻은 교훈

1992년 LA 폭동은 한인 이민사회가 새롭게 미국에 자리매김을 하도록 만든 하나의 분기점(Turning Point)이었다고 볼 수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열심히 일만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한꺼번에 부정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이로부터 한인사회는 미국에 뿌리 내리고 살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 사회 속에서 당당히 인정받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기 위한 여러 노력을 시작하였고, 그중 대표적인 노력이 ‘한인정치력신장’ 이었다.

폭동이후 처리 - 폭동에 대한 미 정부의 활동

폭동사건 이후, 경찰은 인권침해조사를 벌였고 고속도로에서 흑인 운전자 로드니킹을 집단 구타한 백인 경찰들 중 2명을 구속했다. 경찰법 수정을 통하여서는 인권침해, 인종차별, 공권력남용이라는 내용을 첨가되기도 했다.

로드니 킹 사건이후 ‘크리스토퍼 위원회’(LA정부/경찰국)가 모집되어 조사가 시행 되었고 심각한 문제들을 발견했지만, 새로운 시장(Richard Riordan)의 행정부가 들어선 후, 개혁은 보류되었다.

폭동 발생당시 경찰국장이었던 ‘윌리 위리암스(Willie Williams)’는 재임용 탈락했으며, ‘제임스 한 (James Hahn)’ 시장에 대한 신임도가 하락했다. (2001년에 재당선)

폭동의 책임에 대한 당시의 평가

당시 흑인들은 한인들이 인종차별을 한다고 생각하고 앙금을 품고 있었다. 한인들이 흑인들을 고용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이 팽배했었다. 또 빈부격차와 인종차별과 분노가 폭동의 시발점이라고 보고 있지만, 폭동 후 이어진 무정부상태가 일을 더 크게 만들었다. 초기에는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켰지만 이후 대규모 약탈에는 라티노계가 대거 참가 했다.
경찰에 의한 인종차별 또한 무시할 수 없었으며, 경찰의 후속조치 미비(폭동 중 체포된 인원 3분의 1은 신분조회 및 혐의 확인실패로 석방되었다.)도 큰 문제로 남았었다.

폭동피해

폭동으로 인한 방화 및 약탈로 전체피해의 45%가 한인상권에서 발생했다. 라티노상권은 40-50%가 피해를 입었다. 피해를 당한 한인상점은 약 2,300개에 이르렀고, 58명 사망(50명은 살해당함)했고, 6,345명이 체포됐으며(폭동 후에는 11,000명 체포) 총 3,767채의 건물이 불탔다.

보상문제

FEMA(미국연방재난관리청)와 SBA(미 중소기업청) 융자가 제공되었지만 혜택을 받은 한인들은 많지 않았다. LA시청 앞에서 집중적인 시위를 전개했으나 LA시는 응답이 없었고, 심지어 시위도중 시청에서 시위대를 향해 압정과 필통 잉크통 등 여러 물건을 투척하는 행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연방정부에서 제공하는 범죄피해 배상보험(Federal Crime Insurance Program)이 캘리포니아 지역에 적용되어 있었지만, 한인들은 등록하지 않았다. 당시 LA타임즈에 의하면, 남가주에 1,200명이 이 보험을 들었지만 그중 19명만 배상신청을 했다.

연방정부 몇몇 인사들은 “자기가 잃은 것에 대해서 불평하는 여러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보험을 들지 않겠다는 결정의 후폭풍을 맞는 것이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폭동 후, LA타임즈의 한 백인기자가 쓴 기사에 의하면 ‘한인들은 계속 농락당하고, 사회에 참여하지 않은 대가를 맛보고 있다.’고 했다.

LA폭동당시 한인사회는 미국시스템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보상을 제대로 못 받은 것에 대한 잘못은 모두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보험회사의 문제 : 보험가입에 있어서 남쪽 LA지역은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따라서 보험료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게 잡혀 있었고, 보험료를 산정하는(Quote) 시간도 너무 길었다. 사업장 보험가입이 급한 한인들은 보험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하지 않고 보험에 들었다. 심지어 잘못 보험을 들어 보험사기에 휘말려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정부의 문제 : 연방정부에서 ‘연방범죄보험 프로그램(Federal Crime Insurance Program)’이라는 보험체제를 남부캘리포니아에 도입했다. 그러나 연방정부는 이런 보험의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대다수의 보험업자들이 이런 보험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보험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보험업자들도 수익이 많이 나는 비싼 개인(Private)보험을 선호했다. 이런 관계로 당시 남부캘리포니아 FCIP의 전체 등록 건수는 1,200개 보험가입자에 불과했고, 그 중 19개 보험가입자만 LA 폭동 피해에 대한 피해보상을 신청했다. 현재는 이런 연방정부 보험제도 마저 없는 상태이다.
당시 남가주 청과협회에서는 연방보험과 사(私)보험 모두 합쳐 회원의 반 이상이 무보험이라고 발표했다.

1992년 LA 폭동은 재난 지역으로 선포 되었다. 일단 재난 지역으로 선포가 되면 연방재난관리청 (FEMA)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재난지역으로 선포가 되지 않으면 무조건 개인보험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FEMA 지원은, 집수리나 임시 거주지 찾기를 위한 보조금을 지불한다. FEMA 보조금은 사업체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사업체는 SBA에 낮은 이자율로 융자를 신청할 수 있다. 기존 은행에서 받는 융자보다 상환 기간이 더 길고, 이자율이 더 낮았다.
FEMA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일단 미국에 합법신분으로 거주해야 된다.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한 상태여야하고, SBA론을 받기 위해서는 시민권을 취득해야 된다. 재난지역으로 선포가 되었음에도LA 폭동 같은 경우는 FEMA에서 화재로 인한 피해만 보상하려고 했다. 가정집이나 사업체 약탈은 전혀 보상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했었다. 더구나 폭동1년이 지난 후, 미국 의회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FEMA는 지원신청자 50~60%의 요청을 거절했고, 이런 막대한 피해를 보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미국은 경제의 사이클에 따라서 주기적으로 폭동이 있어왔다. 특히 경제가 심각할 때 폭동이 있었기에 이런 위기가 닥쳐올 것을 대비해 특히 소수계인 한인사회는 준비를 해야 한다.

폭동과 같은 사건으로 부터 피땀 흘려 이룩한 재산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일단 자영업자들이 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 물론, 지역에 따라서 보험료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검증된 보험회사를 선택해 가입해야 한다. 이것이 첫 번째 준비다.

두 번째 준비는 혹여 LA폭동 같은 사건이 발생할 경우, 연방정부의 지원을 요청할 때 필요한 서류들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준비해두어야 할 문서는 지원을 최대한 신속히 받기 위해서는 빨리 신청해야 하고 계속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국 속에서 존경받는 시민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주 간단한 유권자 등록을 한 후 미국의 주류사회가 하는 것만큼 하고 주류사회가 투표하는 것만큼은 투표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일반 시민들은 80%이상이 유권자 등록을 했고, 유권자 등록한 사람들 중 거의 80%가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