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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먹는 사회
뉴욕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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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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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중앙일보 <시론>, 오명호 / HSC 대표 ]


지대(Rent seeking society)를 추구하느냐 아니면 이익을 추구하느냐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경제 발전 여부가 달려 있다. 다시 말해 놀고먹으면서 불로소득을 챙기는 사람들이 많으냐 아니면 건전한 기업가가 많으냐에 따라 한 국가의 경제발전과 정치적 안정이 유지될 수 있다.

사회 전체가 불로소득을 즐기는 사람이 만연하면 결국 파산하고 만다. 그래서 교육이 매우 중요한 경제심리의 한 측면이다. 열심히 일하고 정당한 대가로 돈을 버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국가는 번영을 누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흔히 선진국이냐 아니냐의 기준은 바로 '노동 없는 부'가 뿌리내릴 수 없도록 만드는 사회다.

경제가 발전하는 단계를 보면, 초기에 가까울수록 생산요소 중 부동산 몫이 커진다. 특히 농업이 주를 이루는 농업사회에서는 땅이 아주 중요한 생산요소다. 그러나 산업이 고도로 발달할수록 땅보다는 기술력이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일본인 석학인 ‘오마에 겐이치’는 생산요소 중 땅이라는 요소를 아예 제외시킨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지대추구의 개념은 처음에는 부동산 투자자들이 가져가는 이익을 지대라 불렀다. 좀 더 넓게 말하면, 공급이 제한된 토지나 기타 다른 생산요소를 소유하기만 하면 아무런 노력 없이 얻는 소득을 말한다. 특히 18, 19세기 산업자본주의가 막 피어나던 영국에서는 이 지대를 둘러싸고 계급간의 투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경제가 70년, 80년대, 그리고 90년대에 겪었던 부동산 투기바람은 바로 영악한 한국인들이 지대추구 경제행위를 한 것이다. 불로소득이 만연한 사회는 계층 간의 위화감과 노동에 대한 경시풍조를 만든다. 사회가 매우 위험한 행로를 걷게 된다는 의미다.

다행히 한국은 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후 지대추구 행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정상적인 노력에 의한 기회 찾기를 추구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선진국은 지대추구 경제행위가 아주 사라진 '기회의 나라'일까. 아니다.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유럽의 경제대국 중 한 나라인 이탈리아를 살펴보자. 인구 6200만 정도의 영국 크기만 한 이탈리아는 로마라는 도시제국의 역사를 지닌 나라다. 북쪽의 상업금융도시인 밀라노, 쓰러지는 탑을 지닌 중부의 피사, 르네상스운동의 실질적인 후원자 가문인 메디치가의 피렌체, 물의 도시 베니스, 항구도시 나폴리, 영원한 제국을 건설했던 로마, 교황이 있는 바티칸 등이 혼재해 있는 곳이 이탈리아공화국이다.

이 나라를 지난 20년간 통치했던 수상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미디어 재벌이며 축구팀 AC밀란의 대주주로 억만장자다. 2010년 재정적자와 과도한 부채로 인해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다음으로 경제위기를 맞아 이탈리아를 이끈 그는 마리오 몬티라는 경제학 교수 출신에게 총리직을 넘겨주고 물러났다.

물론 유로존의 해결사인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를 노골적으로 싫어한다. 돈 있다고 젊은 여자와 놀아나고 국정은 뒷전인 천하의 호색한을 독일이 좋아할 리는 없다. 그의 후계자인 몬티는 유럽과 손잡고 이탈리아 경제 문제를 개혁해왔다.

개혁은 대부분의 사람이 싫어한다. 말은 좋지만 나에게 해당하면 저항하기 마련이다. 이탈리아는 폐지했던 부동산세를 다시 도입했다. 물론 유로존의 강력한 요구였지만 말이다. 이탈리아 인구 중 20%에 해당하는 사람이 모두 60대 중반을 넘어섰다.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라곤 주택 밖에 없다. 그런데 다시 부동산세를 거둔다니 현 정부를 좋아할 리가 없다.

이 틈새를 비집고 다시 돌아왔는지 모르지만 지난 2월 선거에서 정치적으로 사망했다고 여겼던 베를루스코니가 30%의 지지로 '1등 득표'를 했다. 절대 다수당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는 내각구성에 강력한 캐스팅보트를 쥐었다. 정말 이탈리아 사람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선거였다.

자본주의를 공격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듣거나 읽어보면, 대부분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에 대한 반감이 있다. 기업들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로비스트를 고용, 자기네 산업에 유리한 입법을 하도록 국회의원들에게 돈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는 정치권과 경제계가 결탁하여 서로 주고받는 합법적인 거래를 한다는데 대한 반감이다.

어떻게 보면 현대판 '지대추구'에 대한 저항인 것 같다. 과거 한국이나 현재 중국 같은 개도국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부정부패 행위는 순진한 왕초보 지대추구 행위이다. 지금은 합법적으로 선거 캠페인에 거금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련된 지대추구 행위를 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바로 이러한 전형적인 부패가 심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독일에 비해 경쟁력은 이미 잃었고, 노동조건을 개혁하려는 정치권의 의지는 거의 없어 기업들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36%가 넘는 청년실업 문제, 미래 희망이 없다며 새로운 나라를 찾아 나서는 이탈리아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업자득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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