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석 / (재미)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

거침없고 유능한 A

▲ 김동석 상임이사

A는 나와 호흡이 잘 맞는 내 사무실의 일하는 파트너다. 이제 갓 공부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들 또래의 소셜워커다.

지난해 대학원 과정을 끝내고 한인사회에서 일해 보겠다고 스스로 지원했다. A의 가장 큰 장점은 용감하고 적극적이다. 한인커뮤니티의 정치력신장을 위한 캠페인을 담당하기엔 아주 적격이다.

한인 1.5세나 2세 소셜 워커들이 한인사회로 절대로 오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사실, 인물을 만난 셈이다.
A의 일하는 스타일은 아주 집요하다. 영어와 한국어로 말하고 쓰는 데에 자유로우니 정말로 적격이다. 어느새 도시권 내 선출직 정치인들을 파악했다.한인밀집지역 내 선출직 정치인들과 통로를 만드는 일도 잘 해낸다.

A는 5일 출근하지만 일요일 교회를 방문하면서 유권자등록 캠페인을 감당하는 데에도 불평이 없다. 지난 목요일엔 버겐카운티의 민주당 의장이 사무실을 방문했다. A가 한인커뮤니티에 민주당의 정책을 직접 설명하라는 요청을 한 것이다.
이제까지는 민주당 소속 한인정치인이 그것을 독점했지만 A의 판단으로는 민주당 지도부가 한인사회의 이슈를 몰라도 너무나 모른다는 것이다.

한인커뮤니티의 미디어를 초청해서 직접 면담을 시킨 것이다. 그리고는 “이사님, 이제 곧 선거철이잖아요…”라고 한다. 필자로서는 늘 불안하다.

저렇게 거칠 것 없이 명랑하게 일하다가 한인사회에 상처를 받을까. 늘 조마조마하다. 

망신당한 A… 포트리에 기림비 세운다고 나선 이들은 누구?

화창한 뉴욕의 봄날이다. 그것도 금요일이다. 오랜만에 A에게 주말시간을 좀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출근을 했다.
지난밤에 포트리의 공청회에도 다녀왔는데…, A는 지난밤에 있었던 포트리타운의 기림비 관련 공청회에 다녀온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만 서럽게 울어 버리고 말았다.

기림비를 세우겠다고 포트리시와 일을 추진하다가 문제를 야기 시킨 한인사회 지도자급들은 아무도 공청회에 나오질 않았고 A만이 달랑 참가했다가 혼자서 겹겹이 망신을 당하고 온 것이다.

“이사님, 한인들을 무시하고 조롱하고 꾸짖고…, 유권자 단체가 정치인에게 이렇게 당한 일은 사상 처음일거예요…”라고 하면서 울먹였다.

“어른들이 저질러 놓은 일을 왜 영문도 모르고 내가 당해야 하나요”라며 얼마나 창피하고 망신이었는지를 이야기했다.

일을 저지른 사람들이 직접 참가해서 과정을 정직하게 설명하면 될 텐데 왜 회피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A가 한인사회의 진면목을 혹독하게 경험한 순간이다. 포트리에 기림비를 세우겠다고 나섰던 사람들, 그들이 과연 누구인가…? 

기림비 사업의 시작과 끝은 ‘교육’

기림비 건립의 취지와 목표는 ‘교육’이다. 뉴스의 초점이 되어서 미디어에 한번 등장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추진하는 사람들이 우선 공부해야 하는 일이고, 서명운동을 통하여 시민을 교육시켜야하고, 법안을 제출해서 정치인을 교육시켜야하고, 영구적인 조형물이나 박물관을 통해서 후대들을 교육시키고, 그래야 다시는 이러한 참혹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 루 스텔라토 민주당 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글로리아 오 잉글우드 클립스 시의원(맨 왼쪽)이 시민참여센터를 찾아 김동찬 소장(왼쪽 3번째)과 한인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맨 오른쪽은 한누리 뉴저지 프로그램 디렉터.

기림비 사업은 시작과 끝이 교육이다.

2010년도 팰리세이즈파크의 기림비 건립은 장장 일 년 이상의 교육기간이 필요했다.

삼복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타운을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에게 기림비 건립의 동의를 구했다. 8백여 명의 주민이 동의 서명을 했다. 의회에 법안을 제출했다.

그렇지 않아도 처리할 안건이 너무 많은데 갑자기 무슨 기림비 건이냐고 반문하는 정치인들에게 어린 학생들이 설득을 시켰다.

교육을 통해서 시장이 결심을 했고 어린 학생들의 노력으로 시의원들을 교육시켰다. 이렇게 교육이 되었기에 기림비가 세워졌고 여기에 참가한 사람들이 이러한 일을 해 낸 것을 자랑스럽게 인식하게 되었다.

버겐카운티 법원 앞의 기림비는 교육이 더욱 강조되었다. 카운티장이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직접 찾아가도록 하면서까지 교육이었다.

카운티장이 한국을 방문하는 비행기 안의 읽을거리까지 위안부 관련 자료로 준비해서 제공했다. 교육을 통해서 기림비 건립을 결심한 카운티장은 피해자 할머니들과 약속을 했다.

“후대들이 잊지 않도록 교육 시키겠다”고, 그래서 “카운티의 법원 앞에 기림비를 세우겠다.”고…

교육시키는 과정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교육된 사람들의 강력한 의지가 모아지면 그것이 기림비가 되고 박물관이 된다.

미국 정치인들, 오히려 한인사회에 문제 제기

포트리의 공청회에 다녀온 A의 가장 강력한 하소연은… 분명히 한인들이 제안해서 들어주었고 그리고 기림비에 들어갈 문구를 검토해 보라고 제시했고 그 문안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한인들의 대답을 들었다.

그런데 왜? 그때의 그 한인들이 아닌 다른 한인이 찾아와서 문제를 제기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단다. 포트리의 정치인들은 문구에 문제가 있다는 것보다는 한인사회가 서로 의견이 틀리고 분란이 많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포트리에 기림비를 세우겠다고 처음에 나선 사람들이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위안부 기림비가 뉴스의 초점이 되고 사회. 정치적인 유력 인사들이 늘 찾아오는 것에 현혹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리고 책임질 일이 생기고서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언론에서 그렇게 미리미리 지적했음에도 미동도 없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일본군강제종군위안부’의 문제가 당시 여성들 스스로가 매춘활동을 한 것처럼 기림비에 기록이 된다.  하는 수 없이 시민참여센터가 서명운동이란 방식으로 교육시키면서 문구를 수정하는 일에 나서게 되었다. 자칫하면 뉴저지 한인들이 위안부 문제의 성지를 만들기도 했고 동시에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는 역할도 했다는 기록을 남길 뻔 했다.

누군가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지만 이런 일은 잘 모르면 묻기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사회 초년생인 A가 경험한 한인 지도자들로 인한 망신과 상처는 어떻게 보상해야 할지 감감한 일이다.

뉴욕의 주말 화창한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