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지난 1월30일 국회에 제출된 이후 52일 만이며, 박근혜 정부 출범 26일 만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인 ‘창조경제’도 기치를 올렸다. 한 때 창조경제를 이끌 미래창조과학부의 수장으로 재미동포인 김종훈 씨가 내정되자 교포사회와 관련단체의 기대가 컸었다. 한국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마해버린 김 씨의 태도는 이유여하를 떠나 국민과 교포사회에 실망감을 안겨줬으며, 많은 교훈을 남겼다.

지난 3월 1일 워싱턴DC에서는 4박5일 일정으로 유태계 지도자 1만여 명이 모인 AIPAC(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 연례총회가 개최됐다. 미연방의원 535명 중 386명(상원 68명, 하원 318명)이 참석해 여느 대회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과 유태계 미국인의 파워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단순히 대규모 모임을 통해 힘을 과시한 것이 아니라 철저한 전략 속에 미국의 국가이익을 표방하면서 모국 이스라엘의 미래를 준비했다는 평가이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더불어 초대 총리에 취임한 ‘벤구리온’은 취임즉시 미국을 방문, 재미유대인협회에 행사에 참석해 이스라엘 각료 선임에 재미유대인 중에서 훌륭한 인재를 추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때 추천된 인사가 ‘골다 메이어(Golda Mabovitz)’인데 이 사람은 모스크바주재 이스라엘 대사에 임명됐고, 그 후 외무장관을 거쳐 총리까지 올랐다.

한 사람의 인물을 두고 난도질을 하는 우리와는 달리 이렇듯 열린 세계를 지향하며, 자기 조국을 위해 큰 공헌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치는 이스라엘의 교민정책은 우리에게 시사 한 바 크다.

지난 60년 동안 지속된 북미간의 대결상태와 최근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전쟁위험이 증가되고 있으며, 평화정착을 향한 우리의 열망과 교포들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북미간의 대결과 남북한 간의 긴장상태 해소의 길은 전쟁이 아닌 교류와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평화체제의 정착밖에 없다.

또 어려움에 처한 한국경제의 돌파구로 ‘창조경제’ 기치를 내건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 성공을 거두고 더욱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남북 간의 긴장완화와 이를 통한 남북 간의 경제교류・협력을 통한 시장 확대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교포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철저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질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야 말로 세계한인들의 민족자산화를 이루는 길임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역대정부는 정권출범 때마다 세계한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내외동포의 하나 됨과 해외동포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약속했다. 그러나 700만 명에 이르는 해외동포의 규모에 비해 역대정권이 내세운 교포정책은 국가의 이익과 해외동포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책보다는 말잔치로 끝나버린 경우가 허다했다. 이는 해외동포에 대한 기본인식과 이해의 부족, 애정이 없었음을 방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역대정부가 줄기차게 강조해 온 ‘해외동포의 민족자산화’도 해외동포에 대한 이해와 애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차제에 박근혜 정부는 근본적인 교민정책의 청사진 제시와 전략수립으로 교민정책의 일대혁신을 기하길 바란다.


(윗 글은 월간 'OKTimes' 3월호에 권두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