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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갈등 부르는 전관예우
뉴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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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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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중앙일보 <열린광장> / 김도수 자유기고가ㆍ뉴저지 ]


#1. 오래 전 한국에 있을 때 경험한 이야기다. 어느 중소기업이 미국으로 상품을 선적했는데 대금결제가 안돼 막대한 자금압박을 받는 사태가 여러 달 계속되고 있었다. 뒤늦게 선박회사를 통해 상품상태를 조회하니 이미 통관된 지 오래되었단다.

선박대행업체(포워더) 미국지점이 선하증권(포워드 B/L) 회수 없이 화물을 수입상에게 넘긴 것이다. 결국 수출회사는 한국의 선박대리점을 상대로 클레임을 청구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대리점은 준재벌쯤 되는 힘있는 회사로 협회는 물론 허가기관까지 영향력이 미쳤다.

선하증권 없이 상품을 내주는 것이 업계 관행이라고 억지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수출회사는 소송이라도 해볼 심산으로 허가와 감독권을 가진 해양수산청을 찾아가 담당과장을 통해 선하증권 회수 없는 물품양도는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받는다.

그런데 하루도 못되었다. 공항에서 출구를 빠져 나오자 말자 지방청 공무원들이 서류가방을 낚아챈 뒤 어렵게 취득한 그 공문을 회수해간 것이다. 이유는 담당과장이 부임한지 얼마 안돼 실수했다는 것이다. 힘있는 사기업이 국가공무원들의 업무에 간여한 결과였다.

그 회사는 몇 년 전 퇴임한 전직 청장을 상임고문으로 영입한 뒤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함은 동종업계에 알려진 불편한 진실이었다. 결국 수출회사는 법정에서도 패하는 등 고전하다 1년 후 문을 닫고 말았다.

#2. 부동산 열풍이 한참일 때 이야기다. 필자의 지인 앞으로 도시근교 임야를 팔라는 요청이 한 건설회사로부터 왔다. 그곳에 신규 아파트와 위락시설을 세운다는 것이다. 조상대대로 뼈를 묻은 종산인데다 물려줄 유산이었기에 값에 관계없이 팔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를 시작으로 끈질긴 회유와 협박이 건설사는 물론 지방 공무원들을 통해 들어왔다. 심지어 읍내의 경찰서까지 땅을 파는 것이 신상에 좋다고 거들었다. 하루는 건설사 법률고문이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이 불러서 갔더니 땅 이야기는 하지 않고 대신 부장검사로 정년퇴임한지 얼마 안돼 인사 오는 사람이 많다는 등 자기 힘자랑만 늘어놓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경우가 없다"는 경험담을 일러준 뒤 정확히 일주일 후 사건이 터졌다. 읍내서 손님을 만난 뒤 바쁜 걸음으로 귀가하는데 동네 어귀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웃마을에 사는 행실이 좋지 않은 젊은 친구들이었다. 다짜고짜 반말에 시비를 걸어온다. 돌아가신 선친 이야기가 나왔고 홧김에 한 사람의 뺨을 때렸고 몇 번의 몸싸움이 오갔다. 그리고 서로 화해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갔다. 몇 주 진단이 나왔다는 등 동네에 소문으로 시끄러웠다. 며칠 뒤 경찰에 연행되었고 별다른 조서도 없이 이웃 군소재지에 위치한 검찰지청으로 이송되면서 구금되는 신세가 된다. 검사보라는 친구로부터 엄청 당했다. 욕설과 구타는 기본이었고 죽고 싶을 정도로 모멸감을 준 뒤 빠른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하란다.

이를 악물고 그들이 일방적으로 만든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말았다. 건설회사 사장이 법률고문과 손을 잡고 '역시 검사장님이 최고십니다'라고 여럿 앞에서 노골적으로 배후를 들어냈다. 유치장을 나서는데 그 법률고문이 다가와 손을 내밀며 이번에 자기가 힘을 써 어렵게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했다며 운 좋은 줄 알란다. 결국 억울하게 조상이 물려준 땅을 빼앗긴 지인은 그 돈 써보지도 못한 채 시름시름 앓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전관예우란 고위공직을 지낸 사람이 퇴임 후 관련기업 등에 특별한 대우를 받고 취업하는 경우를 말한다. 주로 공직 당시의 힘을 빌려 정부의 인ㆍ허가와 사업을 소속회사에 유리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18대 박근혜 정권의 시작과 함께 유독 이런 전관예우로 의심 가는 사람이 많다는 인사평이다. 총리와 법무장관 후보는 법률회사에서, 경제부총리는 은행의 사외이사, 교육부 장관은 대학재단의 특혜를 누렸다는 보도다. 특히 국방장관 후보는 현역 당시 합참에서 무기관계 업무를 총괄하다 전역 후 무기중개업체 고문으로 활동하며 수억 원을 챙겼다고 한다.

앞의 두 예에서처럼 전관예우는 단순히 당사자의 금전적 특혜나 회사의 유ㆍ불리 만을 뜻하지 않는다. 제로섬 게임과 같은 경쟁사회에서 한쪽의 이익을 위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다 보면 힘없는 상대방은 그만큼 피해를 입게 되는 더 큰 문제다.

결국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자조적인 절망감이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부르게 된다. 이명박 정권의 실패는 '고소영'으로 불린 인사의 불공정에 있었다. 유럽발 경제위기에 선방하는 등 잘한 점도 많지만 국민이 등을 돌린 이유를 박근혜 정부가 반면선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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