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 / 중국동포 ]

지난 2월 3일 이틀에 걸쳐 상해 홍차오공항에서 연길행 비행기를 타며, 10여 년 전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에서 남부 대도시 휴스턴으로 가는 비행기를 탑승한 기억이 났다.

10여 년 전, 미국 로스엔젤레스 발 휴스턴행 마지막(제일 저렴함) 비행기에 몸을 실은 나는 피곤함에 비행기가 이륙하기도전에 잠이 들었다. 잠시 후 이륙 중이던 비행기에서 ‘꽝’하는 커다란 굉음이 나 잠에서 깨어 주위를 살펴보니, 갑자기 비행기가 요동을 지면서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고 머리위에서 산소마스크가 내려왔다. 그리고 곧바로 기내방송에서 ‘연습상황이 아닌 실제상황이니 산소마스크를 착용하라’며 ‘비행기에 문제가 생겨 방금 이륙한 LA공항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좌우•아래위로 흔들리는 비행기는 회항을 위해 큰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는데, 내려다보이는 공항활주로에는 응급차와 소방차들이 몰려와 비상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행기 내부에서는 소리를 지르는 사람, 기도를 하는 사람, 우는 사람, 옆 사람과 손을 꼭 잡은 사람 등 가지각색이었다.

잠시 후 비행기가 겨우 활주로에 착륙했지만 무슨 일인지 계속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비행기는 LA공항 맨 끝의 고속도로 난간을 들이받고선 멈춰 섰다. 기내 안내원들의 지시에 따라 비상구로 가는 도중 조종실에서 기장이 나와 손님들에게 계속적으로 ‘미안하다, 죄송하다’며 일일이 사과를 했고, 손님들은 그런 기장에게 ‘무사히 착륙하게 해줘서 고맙다’늘 말로 답했다. 모든 손님들이 다시 공항 대기실에 모였을 때 항공사 관계자가 나와 도 사과를 하며 호텔이 준비됐으니 호텔에 머물라는 말과 함께, 트라우마(trauma, 어떤 일에 매우 놀라서 겪는 비이상적 심리현상)을 겪은 분들에게는 심리상담 비용까지 지불하겠다고 했으며, 급한 일 때문에 당장 다시 목적지로 떠나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특별기를 준비하겠으니 공항에 남아 달라’고 했다.

잠시 후 도착한 특별기 탑승해 목적지로 떠날 수 있었지만, 사고 비행기가 다시 회항한 이유는 이륙당시 비행기 조종석 쪽에 번개가 내리쳐 비행기 아래쪽으로 관통을 했으며 기장이 번개 빛에 의해 잠시 실명을 하자 경험이 부족한 부기장기 조정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 사건으로 승객들이 놀라서인지 특별기에 탑승한 사람은 180명 중 4명뿐이었으며, 목적지인 휴스턴에 무사히 도착했다. 난 그 후로 비행기를 이용할 때는 무조건 믿음직한 그 항공사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불과 며칠 전 상해 홍차오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연태를 거처 연길에 가기위해 저녁 8시 중국 남방항공 비행기에 탑승하려고 했다. 그러나 비행기는 2시간이상 지연됐고, 연태지역 날씨가 나빠져서 경유지인 연태로 떠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밤 10시가 넘어서자 이번에는 연길행 비행이 취소됐다며 무작정 인근 여관으로 옮겨가라는 것이었다. 내 입장으로서는 최종 목적지인 연길상황이 괜찮다면 이륙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승객 150여 명 중 98명이 연길이 목적지였으니 당연히 비행기를 띄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남방항공관계자는 초지일관 ‘안 된다’며 승객의 편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리는 할 수 없이 공항인근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내 뒤 다음날 8시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역시 계속되는 지연으로 오후 4시가 되서야 겨우 연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승객들이 불편을 겪는 동안 남방항공 관계자 그 어떤 사람도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으며, 상해공항과 연태공항에서 3시간 넘도록 비행기 안에서 무작정 기다린 우리에게 왜 지연이 되는지 설명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나는 다음날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중국 남방항공과 협의된 전 세계 스카이 팀(Sky Team)에 접속하여 위와 같은 사실을 올렸고, 그와 같은 상황이 시정되기 전까지 ‘스카이 팀’관련 항공사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물론 나 한 사람의 글이 어떤 반응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마는 항공사측에 이런 상황을 알렸던 이유는 다른 이용자들에게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21세기는 문화, 서비스 산업이 중점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점에 소비자 또는 손님에게 모든 불이익을 떠넘기는 기업과 손해를 보더라도 책임감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 기업을 비교해봄으로써 우리의 자세를 되돌아보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