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중앙일보 <시론> / 김창준 전 미연방하원 의원 ]

▲ 김창준 전 미연방하원 의원

4년 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흑인인 바락 오바마의 당선은 세계를 흔들어 놓았다. 이는 단지 오바마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란 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바마는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서 자신과 치열하게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을 핵심 요직인 국무장관에 임명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첫 임기 4년 동안 두드러진 업적을 이룬 것이 없고 게다가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재선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한번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는 그를 믿고 4년을 더 맡겼다.

재선된 오바마의 두 번째 취임식에 참석한 청중은 이전의 절반에 못 미쳤지만 열기는 덜 하지 않았다. 미국을 하나로 묶어 함께 난관을 극복하자는 오바마의 연설은 인상 깊었다. 헌법에 명시된 자유와 행복 추구의 가치를 강조할 때는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오바마는 또 미국이 세계 평화를 위한 강력한 동맹의 중심이 될 것이며 국가 간 갈등과 차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대화정책을 펼칠 것임을 강조했다.

오바마의 이런 생각은 네브래스카 출신의 전직 상원의원 척 헤이글을 국방장관에 지명한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헤이글은 공화당원이지만 외교안보나 국방 정책에서 공화당과는 늘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이라크 주둔 미군 증강에 반대했고 또 적과도 대화와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온건 대화파다. 특히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 한 유대인들의 로비활동에 대해 거부감을 강하게 표출한 적이 있다.

오바마가 클린턴의 후임으로 국무장관에 지명한 매사추세츠주 출신 상원의원 존 케리도 온건 대화론자로 잘 알려졌다. 존 케리는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으로 지난 2004년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부시에게 패했다. 그런 케리를 선택한 것도 오바마의 커다란 승리다. 케리는 20년 넘게 외교 문제에 깊이 관여해 온 외교 전문가로 이 부분에선 힐러리보다 훨씬 경력이 깊다.

이처럼 미국의 차기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지명자는 모두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인물들이지만 대북정책에서는 강경책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새 지도자인 김정은이 아버지인 김정일과 전혀 다르지 않은 만큼 대화가 통할리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무시하면서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 북한에 대해 러시아는 물론 중국마저 불만이 크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활용해 북한의 핵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한반도 통일이란 걸 국제사회에 설득시킬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의 탄생이 역사적인 일이었던 것처럼 이번에 대한민국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엄청난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대통령 정부가 한반도 통일의 계기를 만들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 중국을 적극 설득하기 바란다. 한반도 통일이 중국의 경제에 도움이 되며 통일이 되면 북한과 관련한 모든 경제적 부채를 대한민국이 떠맡겠다는 약속을 중국의 시진핑 새 정부에 확신시키는 게 어떨까 한다. 때마침 시진핑은 최근 박근혜 당선인 특사단을 면담한 자리에서 비핵화가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 필수적이라는 것이 중국의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대북 제재를 확대강화 하는 내용의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지지한 것이다.

북한의 고립이 갈수록 깊어가는 현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통일의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