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경 / 도쿄가쿠게이대학교 교수 ]

▲ 이수경 교수

근대 제국주의 일본에서 [블랙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며 세계 각지에 채광 붐을 불러일으킨 석탄. 일본은 일찍이 근대 문화에 눈을 뜨면서 세계 5대 열강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대륙 경영을 국책으로 내세우며 청일전쟁(1894) 이후 러일전쟁(1904), 제1차 세계 대전(1914), 만주사변(1931), 중일전쟁(1937), 제2차 세계대전(1941) 등을 치르는 등 19세기 이후 전쟁의 역사를 걷게 된다.

일제는 각종 전쟁의 장기전으로 인해 부족해진 군수물자 등을 한반도에서 공출하였고, 그들이 일으킨 전쟁을 위해 미증유의 생명들이 전쟁터로 가야 했으며, 일본 국내외의 혹독한 건설공사 인프라 정비는 물론, 석탄 채광에 필요한 노동력 충당은 당시 통치 지배를 받던 한반도의 인력으로 메꿨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가혹한 노동을 당하는 탄광이나 건설 현장의 노동력은 초기엔 모집이란 형태로, 전쟁 말기에는 강제전시 노동력으로 동원되었다. 탄광에 동원된 노동자들은 「탄광주택（炭鉱住宅）」이라고 하는 여러 형태의 공동주택에 기거하며 탄광촌에서의 혹사스런 노동에 적응하며 살아가야만 했다. 그 반면에는 채광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한 탄광경영자들의 유복한 삶도 거기 있었다. 이들은 현재 일본을 이끌어 가는 대기업과 정치가의 후손들로 지금도 정계, 재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에서 잘 알려진 홋가이도, 큐슈, 야마구치 등에 대규모 「탄전(炭田)」이 전개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유명한 곳으로 큐슈의 치쿠호 지방 탄광촌을 들 수 있다. 치쿠호는 현재 정식으로 통용되는 지명이 아니라 18세기 말(메이지시대) 이후 석탄자원을 배경으로 해서 새롭게 생겨났던 지역의 명칭이며, 후쿠오카현 중앙의 내륙을 지칭한다. 이 지역은 1973년을 기점으로 남았던 마지막 탄광이 폐광이 되었고, 그로 인해 인구감소, 지방 재정난 등 도시의 쇠퇴 현상이 진행되어 왔으나, 지역의 특성을 살린 사회경제적 프로그램 개발 및 역사 현장을 통한 평화 학습 교육의 현장으로 거듭나면서 도시의 슬럼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옛 탄광촌의 역사문화를 되살린 답사코스를 설정하고, 인프라정비를 통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지역 활성화에 도움을 주며, 과거의 수많은 탄광부들과 그 가족들의 애환이 서린 곳을 평화교육을 위한 학습현장의 일환으로 역사에 길이 남기려는 노력들이 펼쳐졌다. 큐슈대학교 대학원 류기헌(柳基憲)은 도시공생 계획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환경조성에 대해 연구를 통해 근대사와 연관시킨 ‘인간 환경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월 20일, 그동안 큐슈 지역 현장을 1년 이상 확인·조사한 자료를 근거로 『일본 탄광도시 [큐슈 후쿠오카 현 치쿠호 지방 편]（사진과 지도로 보는 일본 치쿠호지방 답사기）』라는 책을 한일 동시에 출간했다. (한국-라이프 출판사(전화 : 031-423-2399 ISBN：89-953541-0-0 13360) 발행, 감수 이수경 교수)

이 책은 저자의 신념과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의 다가서기를 위한 작업의 하나이며, 향후 한일 역사 관련 시리즈 출판할 계획인데, 이번 출간된 책자는 필자가 큐슈의 치쿠호 지방을 현장 방문하여 체증하고 발로 뛰어 치밀하게 확인 작업을 통해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의 주 내용은 자료관(역사）, 탄광터(유적）, 탄광촌의 특이한 음식점식문화）, 무연불(연고자가 없는 신원불명의 사망자) 공양탑 및 납골당(교훈）, 탄광촌 부근의 온천(휴식）, 일반 탄광주택과 탄광경영자의 저택(주환경）, 탄광부들의 피로를 풀어주던 간식 종류(과자류 특산품）, 탄광부의 유일한 놀이였던 극장（오락）, 탄광관련 이색상품 판매점（상품화）등에 대한 소개로 나눠진다. 또 치쿠호 지방의 각 지역 도시를 대상으로 한 도시계획학, 역사학, 사회학, 시간학, 인간환경학 등의 복합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어 일본인은 물론 역사 답사 등을 위해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역사는 물론 현장과 다양한 탄광 문화에 접하기 쉽도록 지역별로 정리되어 있다.

특히 저자는 우리 선조들이 해외에서 겪었던 과거사를 재조명하여 과거의 상흔을 기억함과 동시에 보다 발전적인 미래상을 정립하고, 일본 국내외의 일반 방문객은 물론, 초·중·고교 학생들의 현장체험을 통한 학습효과를 높임과 동시에 각 대학 및 연구기관, 관계처 등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장래 한·일 양국의 역사문화 발전과 선린우호(善隣友好) 증진에 기여하길 기대하고 있다.

저자(류기헌)는 중국 상하이 동지Tongji）대학 도시계획학과 방문연구원을 거쳐, 현 큐슈대학 인간환경학연구소 학술협력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도쿄가쿠게이대학 한국학연구소 협력연구원을 겸임하고 있다. 또 일본 시간학회 정회원. 큐슈지역의 구 탄광지역을 역사적 배경으로 한 도시변천사와 지역 활성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