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석 / (재미)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

2012년 미국은 일 년 내내 선거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했다. 공화당의 밋 롬니가 도전자로서 어떠한 경쟁력도 내 보이질 못했음에도 (현직인)오바마의 선거가 힘겨웠다. 오바마의 재선은 그 어느 현직 대통령의 재임선거에 비해서 힘든 선거였다. 그래서 지난해 대선은 대안 부재에 대한 유권자의 할 수 없는 선택이었지 국민의 ‘현직에 대한 평가’가 결코 아니라는 의견이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불안한 밋 롬니보다는 좀 불만이 있어도 검증이 된 현직(오바마)을 택하는 전통적인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이 작용했다. 미 국민들은 하는 수 없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4년을 더 맡겼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집권당인 민주당이 그것을 모르지 않는다.

미국에서의 ‘한인’의 위상

▲ 차가운 바람이 부는 허든슨 강변에 서 있는 김동석 상임이사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4년간 성과가 없었던 것은 대통령의 리더십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락으로 추락한 경제문제의 골이 워낙 깊었기 때문에 회복의 속도가 4년으론 턱 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선거일이 임박한 10월 중순경부터 경기회복의 낌새가 잠깐잠깐 비추었다. 대도시 부동산 경기의 움직임이 있었고 그에 따라서 영세자영업의 움직임에 약간의 활기가 보였다. 8%대의 만성적인 실업률이 7%대로 잠깐 내려왔다. 바로 그 때에 선거가 실시 됐으니 오바마 재선의 성공은 가장 적절한 때에 유권자의 기대심리를 정확하게 자극시킨 행운의 결과다.
선거 유세에서도, 선거 직후 당선소감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가 분명히 좋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은 그것에만 몰두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회안전의 문제와 이민문제 해결에 의지를 내비쳤고 무엇보다도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고 했다.

미국에 한국인들이 100년이 넘게 살고 있다. 센서스 2010에 의하면 한인인구가 200만 이상이라 한다. 미 전체의 인구에 비하면 소수지만 숫자상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더구나 대도시에 밀집되어 있어, 우리끼리 봐서는 거의 못할 것이 없을 정도의 대단한 커뮤니티로 여기게끔 할 정도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인종 구분상 한국계는 아시안계의 일원이지 ‘한국계’라는 혜택은 없다. 연방정부에서는 백인과 유색인종으로, 그리고 유색인종은 히스패닉, 흑인, 그리고 아시안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연방의회에는 ‘코리안 어메리칸’은 없고 ‘코리아’, 아니면 ‘노스 코리아’만 있을 뿐이다. 다루어지는 아젠다(이슈)가 그렇다는 말이다.

미국, 제 역할을 하겠다는데…

필자는 만 7년 동안 연방의회를 헤매고 있다.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다. 필자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그 이전에 코리안 어메리칸으로 풀뿌리 차원에서 연방의회를 두드렸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거기엔 필자에게 줄 ‘모범’이 없었다. 필자는 일단 저질러놓고 성과를 향해서 그냥 부딪혀 나가는 방식을 반복할 뿐이다. 필자에게는 ‘한미관계’와 ‘북한문제’가 스트레스의 주범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더 이상 선거에 대한 부담이 없는 대통령의 의지에는 브레이크 장치가 별로 없다.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여길지, 아니면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할지… 그것에 상관없이 북한의 핵문제는 미국의 대아시아(중국)정책의 우선순위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국내문제에 매달려야만 했던 초임기간엔 오바마의 대북한 현상유지 정책을 전문가들은 “전략적 인내”라 했다. 당사자인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대북관계에서 어떤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마치 미국과의 정책적 결합으로 비추어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분명한 것은 지난 4년간 미국은 국내 사정상 북한문제에 매달릴 겨를이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것을 시인하면서 중국을 겨냥해서 아시아에 방점을 찍으면서 2013년을 맞이했다.

미주한인이 해야 할 일

2013년 첫날이다. 50대의 절반에 선 필자에게 모국어를 떠난 이민일상이 사반세기를 훌쩍 넘었다. 분단국가 출신이라는 멍에를 오히려 민족정체성에 결합을 시키려했지만 시대정신에 있어서는 늘 제자리다. 시대정신을 고민하는 중에 상황은 급변해서 세계화, 신경제정책, 신보수주의(네오콘서버티브)… 등이 등장해서 활개를 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시대적인 역할을 모색하기 전에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기에 전전긍긍했고 그것을 반복하다가 50중반에 묻히게 되었다.
사실이지, 필자는 지금이 어느 때이고 내가 누구(역할)인지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못하고 있다. 그러한 약점을 피해보려고 매년 새해가 되면 지적인 방황에 종지부를 선언하지만 늘 생각만 하다가 말게 되었다. 그렇지만 2013년은 너무나 명확하다. 가장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한국관련 일을 갖고서 일본과 중국이 워싱턴으로 돌진해 들어오는 일이다.
이제 미국(워싱턴의 의회)이 누구의 손을 들어 줄 것인가? 한국·중국·일본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하고 민감한 일임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워싱턴의회는 미국시민의 몫이지 외교의 영역이 아니다. 때문에 21세기를 진입하면서 미주동포(한국계미국시민)는 민족을 살려내는 일에 가장 핵심적인 역량이다.
2013년 새해 첫날, 허드슨 강변의 차가운 강바람을 맞으면서 정신 차려 궁리하는 일은 역시 ‘미주동포 정치력의 결집’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