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석 / (재미)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

빌 클린턴의 당선 전략

▲ 김동석 상임이사

‘딕 모리스’라는 세기의 선거꾼을 대동한 촌구석의 정치인 빌 클린턴이 민주당의 중앙무대에 나타났다. 아칸소 주 지사를 걷어차고 대통령선거에 뛰어 들었다. 민주당 예비경선 때부터 그는 오히려 부시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부시 대통령은 정보전문가이면서 미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전쟁의 영웅이다”라고.
딕 모리스의 책략으로 민주당의 후보가 된 클린턴은 선거운동 내내 시대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만 했다. 냉전이 지나갔다. 새로운 세기에 새 시대가 왔다고만 했다. 세계를 미국이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외쳤다. “세계가 최강국으로 미국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미국은 세계의 지도국가가 되어야 한다. 미국을 21세기로 이끌어가는 다리의 역할을 하겠다.”고 선거판에서 외쳤다.(그래서 클린턴을 ‘브릿지 대통령’이라 한다)

선거판이 서서히 바뀌어갔다. 이제 미국은 더 이상 전쟁영웅을 요구하지 않는다. 소비에트가 해체된 미국 유일의 단극의 시대엔 새로운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고 선거판을 규정했다. 상대후보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면서 선거의 승리는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빌 클린턴’다운 전략이란 생각이 든다.
백악관에 입성한 클린턴은 선거판(공약)을 이어가려니까 정작 자신이 몸담고 있는 민주당도 변해야 하는 구물이었다. 그래서 클린턴 대통령을 ‘당의 울타리를 넘나든’ 대통령이란 닉네임이 붙은 이유다.
클린턴은 공화당 정책이건 민주당 정책이건 국민에게 인기가 있으면 자신의 정책으로 택했다. 첫 임기 4년이 지나가면서 민주당에선 당의 정체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 되었다. 클린턴에게 패한 공화당엔 기동성이 탁월한 반짝거리는 지도자인 뉴트 깅리치가 나타난 반면에 민주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루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2002년 중간선거전에서 클린턴은 참패를 당했다.

2006년 공화당 왜 패했나

2006년 클린턴의 재선 성공은 민주당이 이긴 것이 아니고 인물난을 해결하지 못한 공화당이 ‘밥 돌’이란 마초맨 정치인을 내세웠다가 클린턴의 개인적인 인기에 패배한 것이다.
그 후 민주당의 하부조직에선 심각하게 정체성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클린턴 말기에 민주당내 개혁의 깃발을 날리며 나타난 인물이 바로 빌 브래들리다. 앨 고어를 내세운 당 지도부는 한때 브래들리의 위세에 위기에 처해지기도 했다. [한인으로 뉴저지 에디슨 시장을 지낸 최준희 씨가 바로 이때에 브래들리 옆을 따라다니면서 중앙정치권의 개혁을 학습했다]
2000년에 잠시 불었던 민주당내 브래들리의 개혁바람이 2004년엔 비록 존 케리에 패했지만 하워드 딘이 개혁의 태풍을 만들어 냈다. 비로소 2008년에 전혀 뜻밖의 인물, 정치권 밖의 시민사회활동가인 버락 오바마가 변화된 민주당을 통해서 백악관을 탈환한 것이다. 냉전이 해체된 직후부터 개혁의 요구에 직면한 민주당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지도자를 담을 그릇으로 (준비)변신을 한 것이다.
2008년 버락 오바마가 민주당의 대통령후보가 되고, 본선거전에서 승리하여 백악관을 차지한 것은 그 이전 10여년 이상 민주당이 끊임없이 개혁이란 도전을 외면하지 않고 스스로 노력한 결과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자랑하는 (안정된) 양당정치이다.

“변해야 이긴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10년을 겪은 국민들이 2008년엔 이명박 대통령을 택했다. 10년 동안의 민주당 권력에서 별 희망을 보지 못한 것이다. 군사 권력으로부터 이어진 사회기득권을 대변해 온 정치세력으로부터 권력을 이동시켰지만 또 다른 기득권층만 생겨났다. 그 결과 경제적 어려움에 짜증을 내기 시작한 국민들이 군사 권력의 개발독재시대를 그리워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2008년의 이명박 대통령이 바로 그것을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5년이 또한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한 대통령으로 결과가 나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선거캠프가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두기 하는 것을 보면 그것이 틀림없는 일이다. 정권을 교체한다는 슬로건의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안철수’란 현상은 국민들이 기존의 정치인들과 정치세력을 얼마나 불신하는지에 관해서 설명해주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담아서…”란 말이 바로 정당의 개혁을 요청하는 말이다. 전단으로서는 이보다 더 무섭고 과격한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존의 정당은 그것을 또 다른 정치세력의 게임으로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꼴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후보단일화 과정은 양측으로 오가는 요구와 응답이 전혀 동문서답의 행태를 보여준다. 정치권 밖의 요구를 저들이 몰라서가 아니고 당내 자신들 기득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국민선거전에서 이기길 바라고 있다. 정말로 야무진(?) 꿈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정치가 정녕 미국의 정치를 따라 오려면, 우선 정당이 국민의 뜻을 솔직하게 담아 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2008년 최초의 흑인대통령이란 역사를 쓰기 위해서 미국의 민주당은 2000년의 브래들리, 2004년의 하워드 딘이란 고통스런 과정을 감수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