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붕앙 / 코리아NGO센터 동경사무국장 ]

한국 식당, 물건, 화장품 등 한국 가게가 줄지어 있는 곳으로, 일본은 물론 한국 내에서도 이미 유명해진 신주쿠(新宿)구의 오오쿠보(大久保).
신주쿠 주민 중, 외국국적의 비율은 2012년 11월 1일 현재 10.5%로 1할을 넘어섰다. 특히 한국 가게가 밀집해 있는 오오쿠보 1~3쵸메(丁目)에는 실제로 주민의 29.8%가 외국국적이다. 그 오오쿠보 1쵸메에 내가 근무하는 ‘코리아NGO센터’ 동경사무소가 있다.

이곳에서는 현재 매주 수요일 저녁, 한국아이들의 학습지원 교실인 ‘잡초교실’을 열고 있다. 이곳은 ‘아이들이 일본의 공립학교에서 즐겁게 학습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한국출신의 신주쿠 거주 어머니들과 교원경험자나 연구자, 시민단체 멤버가 협력해 금년 3월에 개강했다.

신주쿠에서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외국적 아이들 혹은 일본 국적이지만 외국에 루트를 갖는 아이들이 많이 있지만, 일본어를 잘하지 못하는 이유로 일본의 공립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심한경우에는 등교 거부, 미취학 상태에 있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신주쿠(행정) 차원에서도 ‘외국에 루트를 갖는 아이들의 교육’을 구의 다문화공생정책에 큰 과제 중 하나로 넣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아이들이 우선은 안심하고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 환경 속에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것이 이 교실의 주된 목적이다. <잡초교실>에 참가하고 있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대학 수험생까지 현재 약 10명. 한국 태생의 아이도 일본 태생 아이도 있다. 하루 2회 수업에서 기초일본어와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 배우고 있다. 강사는 전원 자원봉사로 국제이해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이 많이 참가하고 있다.

이 교실의 운영에 관계하고, 또 실제적으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면서(나의 경우는 수학 담당), 생각하게끔 하거나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이런 일이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반에서는 일본에 온지 수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형제 2명, A군과 B군. 그리고 유아기부터 일본에서 살고 있어 일본어가 제1언어인 C군이 함께 수학을 공부했다. A군과 B군은 우선 기초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에 둘에 대해서는 수업을 한국어 중심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다른 수업은 모두 일본어로 수업하기 때문인지, 이 두 아이는 특히 수학 시간이 되면 공부에 집중하기보다 이야기하느라 정신이 없어지기도 했다. C군은 보통 회화는 일본어지만, 집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하기도 하는 듯하여 그런 일상회화 차원의 한국어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다. 이것을 알고 있었던 나는 그저 들어보고 싶어서 A군과 B군이 이야기하는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했을 때 C군에게 “뭐라고 하는지 통역 좀 해줄래?”라고 몇 번 물었지만, C군은 결코 한국어를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하고 생각했을 때 ‘어쩌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우리와 같은 재일동포3세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어는 당연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선입관은 특히 올드커머(재일동포) 이상으로 뉴커머(한국 이민자) 자녀들은 보다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건 아닐까? ‘자신의 우리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부끄러워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는 내 생각이 맞는지는 본인에게 확인은 못했지만(확인하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 큰 충격일 것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잡초교실>에 다니는 아이들 대부분은 일본어가 제1언어이며,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은 거의 없다. 아이들은 한국어가 모어인 부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체득할 충분한 교육 기회의 혜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 해를 거듭하면서 어떤 정체성 형성으로 이어져갈까. 나는 ‘언어가 민족에게 불가결한 것이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올드커머 재일동포가 경험해 온 힘든 길을 뉴커머 자녀들이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과거의 경험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면 역시 그것은 문제이며, 바뀌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며칠 전 <잡초교실>에서 처음으로 학년에 상관없이 아이들 전원이 참가하는 ‘특별수업’을 열었다. 이 특별수업은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경험한 사회경험을 아이들에게 전하는 내용으로, 보통 학교 수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살아가면서 가치 있는 배움을 얻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처음에는 대학생 자원봉사가 발표하는 것만으로 준비했지만, 아이들이 ‘자신들도 이야기하고 싶다’며 요청을 해, 2명씩 총 4명이 5~10분 정도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주제는 ‘국제협력의 실천 경험’, ‘총에 대해서’, ‘별자리가 좋은 이유’, ‘대학원 진학으로 얻은 신념’ 등 실로 다양했다. 처음에는 무엇을 하는지 몰라 관심 없어 했던 아이들도 점점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듣고, 발표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국 아이들이 배우는 것이 좋아지게 되는 교실을!’이라는 설립 취지를 더욱 구현시켜가기 위해서 앞으로도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쌓아갈 예정이다.


[자료제공 - 지구촌동포연대(K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