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호 / 영산대학교 교수(일어학)]

▲ 최영호 교수

지난 9월 11일 일본정부는 예정대로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釣魚島)를 국유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국내에서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이 군중데모로 확산되는 가운데 일본차 운전수를 때리고 일본 음식점을 파괴하기도 했으며 일본계 슈퍼마켓을 공격하는 등 폭력 사건들이 연일 발생했다. 나아가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 움직임과 일본기업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열도는 ‘고유 영토’라고 하며 영유권 문제 자체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고 여기에 반발하여 중국정부는 해당 해역에 감시선을 빈번하게 파견하면서 양국의 외교적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양국의 외교적 분쟁은 양국에 걸쳐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갖가지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일본에서 유학하고 있는 중국인 학생은 심리적인 불안으로 나날을 보내야 하며 중국에서 일본어를 학습하고 있는 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 피해를 입고 있다. 중국에서는 매년 10월 초 대형 연휴가 끝나자마자 각 대학에서 취업설명회가 개최되어 오고 있는데 올해는 일본계 기업이 취업설명회에 나서지 않고 있어 이를 준비해 온 학생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주위에 애국심이 강한 사람이 있을 때는 일본어를 배운다든지 일본 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일을 당당하게 내보이기 어렵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중국인의 일본 관광도 격감시키고 있고 이로 인하여 관련 업종 종사자들은 말할 수 없는 고충을 겪고 있다.

▲ 영토분쟁을 둘러싸고 벌어진 중국인들의 반일시위. ⓒAP, 뉴시스

중국과의 무역에 대해 의존도가 높은 일본기업에게 있어서는 외교 분쟁으로 입는 피해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중국의 대일 무역상황을 보면 세계적인 불경기로 올해 1월에서 8월까지 대일 무역액이 전년 대비 1.4% 감소했는데 영유권 분쟁이 심해진 9월에 들어서서는 감소폭이 더욱 증가하여 전년 대비 -4.5%를 기록했다. 특히 9월 한 달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전년 대비 9.6%나 감소했다. 수입액 감소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중국내 반일 분위기에 따라 일본제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대한 구매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3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 닛산, 혼다는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2012년 계획의 80% 정도 밖에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개 회사는 올해 들어 작년 대비 19% 증가한 275만 대를 중국 시장에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도저히 계획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다. 도요타와 닛산이 각각 100만 대, 혼다가 75만 대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반일 데모 이후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도요타와 닛산이 각각 20만 대, 혼다가 10만 대 이상을 낮추어 판매 계획을 수정한 것이다. 도요타의 경우는 10월에 들어서 전년 대비 44.1% 감소한 45,600 대 정도의 판매에 그치자 톈진(天津) 공장의 생산을 일부 중지하는 등 현지 생산을 절반으로 줄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파나소닉을 비롯하여 샤프, 소니와 같은 일본계 전자제품 회사가 고정자산의 가격하락에 따라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중국시장의 경색은 기업의 순이익에서도 부진을 가져오고 있어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세계적인 전자제품 회사 파나소닉이 올해 회계연도 중간실적으로 발표하는 가운데 올해 7,650억 엔의 적자를 냈고 급기야 임원들의 급여를 40%까지 삭감하기로 했다고 했다. 또한 11월 1일에는 샤프 회사도 올해 4,500억 엔 적자를 보았다고 발표하고 2천 명의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휴대전화와 디지털 AV사업에서 이들 기업이 해외 메이커에 패배했기 때문이며 결과적으로 중국 시장 점유에서 실패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가 계속될 경우에는 2013년 전반기까지 일본의 국내 경제성장률이 0.4~0.5% 정도 위축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