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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숙 유럽한글학교협의회 회장 , 그는 누구인가
김도균 기자  |  kdg@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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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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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숙 유럽한글학교협의회 회장
지난 8월 7일부터 14일까지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한글학교 교사 초청 연수사업’ 에는 전 세계 재외한글학교 교사 및 한글학교협의회 임원 등 52개국 202명이 참여했다.
예전과 달리 해외에서 한글배우기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그동안 자발적인 활동으로 한글보급과 한국문화 알리기에 앞장서 온 이들 한글학교 교사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계획했다. 많은 교사들 중 직함보다는 현지에서 실질적인 한글교육과 콘텐츠를 개발⋅담당하고 있는 교사를 재단 측에 문의하니 신현숙 유럽한글학교협의회 회장을 소개해 줬다. 신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극구 사양을 했다. 본지 표지인물로 인터뷰 한다는 것이 자신이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몇 차례의 권유로 인터뷰에 응했다. 교포관련 활동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자 “험난한 길을 함께 가는 동지를 만나 힘이 난다”며 반겼다.

돈키호테로 살아가기

신현숙 유럽한글학교협의회 회장. 교포로서 살아가는 그녀에게 이직함은 조국을 향한 희망을 안고 강한 의지와 힘을 발휘하게 하는 또 다른 모티브다. 시류에 맞춰 살 수 있겠지만 나름의 돈키호테로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조국과 유럽사회를 연계하는 매개체로 가야만할 길을 달려갈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운다.
“ ‘한글학교 교사 연수’ 기간에 뮤지컬 ‘돈키호테’를 관람했는데, 하늘이 나에게 보여준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삭빠른 세상에서 나 같은 사람을 바보라고 하겠지만 정의로운 그리고 가야만 하는 길을 두고 평생 돈키호테처럼 달려갈 것입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교포로서 한글교육을 펼치며, 한국문화를 알리는 일이 녹록치 않은 일임을 알면서도, 갈수록 세상은 돈키호테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니 자신부터 해야지 않겠냐는 말이었다.

그녀가 유럽과 인연을 맺은 것은 프랑스 유학으로부터 출발한다. 프랑스문학을 유난히 좋아했던 그녀는 무작정 1983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소르본대학(파리3,4대학)에서 학업을 마치고, ‘남의 나라의 문학을 알려면 자기나라 문학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1986년 패기만만하게 귀국을 했지만 당시 한국사회상은 민주화열기로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프랑스 문학을 한국 문학과 접목시켜 나름 한국 문학에 기여하겠다는 꿈을 안고 대학 강단에 섰지만 학내분위기는 데모 열기로 가득 차 학업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학업을 강행하면 오히려 정부를 옹호하는 교수로 비춰 대자보가 나붙기 일쑤였다. 그녀도 학창시절에는 데모를 하다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교단에 임용된 이상 교수생활에 충실 해야겠다는 생각은 학생들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나름 몸부림을 치며 가르쳤으나 학생들의 실력은 나아지지 않았고, ‘조국에 무슨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회의마저 들어 1996년 프랑스도 되돌아갔다. 프랑스인 남편(경남대 교수와 창원대 교수 역임)과 결혼 후 아이들을 양육하는 문제도 그녀가 프랑스에 정착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프랑스에 정착한 신 회장은 가정주부로 남기에는 답답함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첫 사회활동으로 사설 보습학원에 나가 프랑스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부를 가르쳤다. 당시 그녀는 학원에서 학부모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을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인기 있는 강사였다.

한글학교는 한국문화원 역할을 하는 곳이어야

   
 
4년 전 한국 교육부에서 프랑스 대사관에 파견돼 한국어 보급 운동을 펼치던 김차진 교육원장과의 인연으로 신 회장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프랑스 서남부 숄레(Cholet)에 한국어 보급을 시작했다. 숄레는 6만 5천여 명이 거주하는 작은 도시이다. 신 회장은 숄레에서 15km떨어진 ‘Saint Gabriel – Siant Michel’ 학교를 공략하기로 했다. ‘Saint Gabriel – Siant Michel’ 는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모여 있는 기숙학교이다. 신 회장의 남편이 이 학교 출신이다.

“기어서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 학교에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겠다는 마음으로 부딪쳤어요. 4년 전만 해도 프랑스 정규 교육기관에 한국어 강좌를 개설한다는 것이 어지간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신 회장은 집요한 설득으로 학교 측으로부터 주1회 1시간짜리 총20주 강좌를 허락받았다. 대신 강사료의 절반은 주프랑스한국대사관 교육원에서 지원하는 조건이었다. 1년 후 반드시 더 큰 강좌를 개설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신 회장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10가지 테마를 정해 강좌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한글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붓으로 한글쓰기, 지역사회와 연계해 태권도 소개하기, 학교 내 소개된 일본식 종이접기(오리가미) 대신 한국식 종이접기, 노래방기기로 한국동요 부르기, 탈춤 배우기와 한복입어보기, 한국영화상영-자막사용으로 한국어 소리 듣기, 다채로운 한국음식 만들기-한글을 새긴 다식 만들기, 김밥 만들기 등을 위주로 강좌를 개설했다. 강좌에 대한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처음에는 독일어, 스페인어 등 경쟁상대인 제2외국어 강좌 담당 교사들의 경계와 반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럴수록 신 회장은 겸손한 자세로 몸을 낮추어 그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지금은 모두가 인정하는 강좌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이 지역 고등학교의 경우 한국어는 러시아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과 같이 선택과목으로 되어 있고, 대학교의 경우는 국제경영학부의 필수과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신 회장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숄레 한글학교는 한국인 입양아와 직장인, 대학생 등 한국인보다 거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작은 도시라 한국교민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에는 14개 한글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신 회장은 한글학교를 운영하면서 한글학교 교장들과 자주만나 열정을 쏟다보니 이제는 자신이 유럽한글학교협의회 회장까지 맡게 됐다며 우는지 웃는지 모를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서 유럽지역 한글학교 교장들은 학력이 높고 열정이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신 회장은 한글학교 운영과 관련해 한국에 있는 한글학교 연구자들의 현지와 동떨어진 현실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글학교를 연구하는 교수들이 현장을 좀 봤으면 좋겠어요. 한글학교세미나에 와서 강의만 하고 갈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일하는 분(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현지답사를 통해 실제로 한글학교에 무엇이 제일 필요한 지 직접 느껴보았으면 좋겠어요.”

한국에서 현지 실정에 맞지 않은 교재를 보낼게 아니라, 교사들이 현지 실정에 맞게 만든 교재를 출판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덧 붙였다. 신 회장은 프랑스에서 만든 한글학교 교재를 중남미, 일본, 동남아지역 교사들이 보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글학교에 대한 재외동포재단의 예산지원의 한계,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외교통상부 등에 산재되어 있는 한국어교육 관련 중복업무 등이 한국어 교육을 더디게 하는 주요 요소라고 꼬집었다.

“3개 부처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업무협조는 잘 되지 않는 편이고, 필요 교재를 요청해도 원하는 만큼 보내주지 않거나 쓸모없는 책들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끼리 교재를 복사해서 쓰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신 회장은 해외에서의 한국어교육의 공통적 문제점으로 한글교재의 부족, 현장파악 없는 정책추진, 재정지원의 미흡을 꼽았다. 또 지역 실정에 맞는 한글학교 운영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한글학교는 단순히 한글만 가르치는 곳이 아닙니다. 한글을 매개로 해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한국문화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죠. 재외동포자녀의 한국어 교육도 중요하지만, 해외에서 원주민과 실질적으로 대면하며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점을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신 회장은 유럽에 한국 상품이 많이 팔리고 있고, 한국의 국가 이미지도 개선되고 있긴 하나 정작 한국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한글학교가 발판이 돼 현 지에 파고들어야 하는데, 혈통만 따지는 식(교민위주)의 예산배분이 되고 있어 한글학교의 위상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실질적인 한민족 글로벌 네트워크는 정체성을 지진 한인이 중심이 돼야

신 회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인프라를 통해 유럽지역과 국내대학을 연계하는 교류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내 대학교수들 대부분이 유럽제도와 유럽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어느 지역 누구와 교류를 해야 할지 모르거나, 서류만으로 공식루트를 통해 연계하고자 할 경우 1년 이상이 걸리는 바람에 진척이 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신 회장은 이런 입장에 있는 교수들을 현지의 필요한 곳, 필요한 사람과 바로 연결시킬 수 있어 교류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 회장은 자신과 같이 현지에 정착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현지인들과 접하며 인맥을 구축하고 있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며, ‘한민족 글로벌 네트워크’란 바로 이런 사람들을 한국과 연계시키는 것이 아니겠냐고 역설했다.
현지에 한국인이 있느냐 없느냐는 천지차이란 말이었다. 현지에 정착한 한인들이 비즈니스와 교류를 위한 섭외와 조정자 역할을 하는 메신저라는 것이다.

신 회장은 한인회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 “한인회 관계자중 사업에도 성공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크게 이바지하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현지인과의 교류나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의 한계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쉬운 한인회활동에 치중할 수밖에 더 있겠냐.”며 한인회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신 회장은 한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함에 있어, 한민족정체성을 가진 현지
   
 
에 정착한 한인들을 우선 규합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계 혈통으로 외국에서 활동하는 유명 정치인이나 학자들 중 혈통만 한인일 뿐 민족정체성이 없는 사람이 있는데, 한국 언론은 그런 점을 간과하며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민족정체성을 가지고 현지에 정착해 주류사회와 관계하는 한인들을 외교자산으로 보고 지원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이었다. 신 회장 자신도 그런 인맥을 구축하고 한국과 연계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많은 한인들이 그와 같은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부 관계자나 정치인들이 해외에 와서 지역한인들 밥이나 사는 정도로 그치지 말고, 현지 한인들을 통해 그 나라 주요 인사들과 실질적인 교류가 이뤄질 수 있는 방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신 회장은 현지에 정착한 역량 있는 한인들에 대한 관심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한인단체장 모임도 중요하겠지만 실지적으로 현지 주요 인사들과 관계를 맺고, 역량을 발휘하는 숨은 인물들이 많은데 이들에 대한 관심이 소홀한 것 같다고 했다. 한인 글로벌 네트워크란 이들을 규합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말이었다. 신 회장은 이들을 ‘의식 있는 한인’으로 정의한다.
“한인단체장 모임만 하지 말고 재외동포재단이 적극 나서 이들과 원탁회의라도 하고 그런 그룹모임을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라며 의식 있는 한인 돈키호테로 살아갈 것을 내 비췄다.

신 회장은 슬하에 두 자녀를 두었다. 첫째 딸 가영(프랑스명 ‘아갸뜨’)은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이다. 둘째인 아들 덕영(프랑스명 ‘벤자민’)은 고등학교 2학년이다. 모두 한국어도 제법 하는 편이다. 신 회장은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 가면 반드시 아이들이 품행이 단정한지를 묻는다고 했다. 선생님들이 “이런 아이를 담임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기록한 생활기록부를 보았다며 자녀들의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유럽에 오는 한국 학생들을 보게 되면 예전 같지 않게 질서도 없고, 예의범절을 모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시대 돈키호테처럼 살고자하는 그녀에게 인터뷰가 끝날 쯤 작년에 발족한 세계한글학교협의회에 대해 물었다.

“전 처음에는 세계한글학교협의회 결성을 반대했어요. 다른 일부 한인단체들처럼 실질적인활동보다는 몇몇 사람들이 명함 들고 다니며 생색이나 내는 단체로 전락할까봐 우려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현 회장이나 임원들의 면면을 보니 현지에서 역량 있는 전문가들이고 여성들이 대부분이어서 한글학교 발전에 필요한 실질적인 역할을 잘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럽한글학교협의회와 관련해서는 작고 소외된 지역과 나라에서 수고하는 선생님을 위해 그곳을 찾아 세미나를 개최하고 자신감을 북돋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10월중 프랑스 상원의원과 기업인, 상공회의소 관계자, 대학총장 등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과 프랑스와의 문화교류와 비즈니스 관계를 확장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녀는 30년 전 숄레지역에 건립되어, 2012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테마파크로 선정된 프랑스 전통 민속촌의 한국어판 책자 번역을 맡아 10월말 출간을 앞두고 있다.

한글학교를 매개체로 한 한국어 보급과 한국문화 알리기는 그녀의 과업이 되었다. 유럽과 한국과의 민간교류도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간간히 들려오는 한국 정치인의 낯 뜨거운 행태에 부끄러움을 당해도, 돈키호테처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유럽인들에게 한국이 신흥 졸부 국가라는 이미지만은 남기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이 그녀가 고국에 바라는 희망사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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