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9월 11일 기준,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등록외국인을 대상으로 9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75일간 ‘신원불일치자(위명여권 사용자) 자진신고센터’를 설치하여 운영에 들어갔다.

올 1월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간 외국인에 대한 ‘지문⋅얼굴정보확인제도’로 인해 과거 위명여권을 사용하여 국내에 입국한 동포(중국동포)들이 강제추방당하거나 출국 후 재입국이 거부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중국동포사회가 혼란에 휩싸이는 심각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재한조선족연합회를 비롯한 동포관련단체들은 서영교 의원(민주통합당)과 함께 19일 국회에서 ‘올바른 외국적동포정책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구홍 해외교포문제연구소 이사장(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권선동 의원(새누리당), 임재근 의원(민주통합당), 김성곤 의원(민주통합당)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해성 (사)지구촌사랑나눔 대표는 ‘신원불일치자(위명여권 사용자)에 대한 정부 조치’에 대해 정부의 ‘지문⋅얼굴정보확인시스템’은 주로 국제행사 개최용 출입국 감시 수단으로 추진되었으나 오히려 중국동포들이 희생양이 되는 출입국시스템이 되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위명여권을 사용한 중국동포들은 살기위해 모국에 입국한 ‘생계형’ 범법자에 해당됨으로 이들에 대한 사면조치가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신원불일치자가 생긴 요인은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데도 법무부가 실상을 파악하지 않고 대책을 세운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동포들의 문제 핵심은 ‘재외동포법’의 공정한 적용과 전면시행에 있음에도 가난한 나라의 동포라는 이유로 재외동포로서의 대우를 해 주지 않고 있다”며, 재외동포법의 전면시행을 촉구했다.
방문취업제에 관련해서는 “지난 정부에서 방문취업제 시행 후 2010년까지 재외동포사증(F-4)을 발급하기로 약속했으나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정부의 중국동포정책은 ‘어린아이가 길에서 엄마를 잃고 울고 있는데, 사탕이나 주면서 울지 말라’는 격”이라며, “어린아이에게 엄마를 찾아주는 것이 근본해결책인 것처럼, 재외동포법 전면시행으로 중국동포들의 자유왕래와 자유취업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용필 동포세계 편집국장은 정부는 신원불일치자에 대한 금번 대책을 동포들에 대한 특혜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며, 신원불일치 대상 중국동포들이 중국으로 돌아가 신원을 확인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보완 대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남 법무부 이민조사관 사무관은 법무부도 중국동포를 동포로서 생각하고 있으나 국민의 법 감정과 저소득층과의 일자리 다툼 등의 문제를 고려해 한 단계씩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유봉순 재한조선족연합회 회장은 “정부(법무부)의 일관성 없는 중국동포정책으로 브로커가 판을 치고 있다며, 이들로 인해 중국동포들이 받은 피해는 말로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신원불일치라는 결과를 낳은 것도 잘못된 한국정부의 정책으로 말미암은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재외동포법’을 전면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또 유 회장은 한국정부의 신원불일치자 자진출국신고는 중국정부에게 중국동포가 범죄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꼴이라며 한국정부의 대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곽재석 이주동포정책연구소 소장은 “중국동포들은 지난 13년간 한국정부의 정책에 순응하며 따라왔음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재외동포법만 적용하면 해결되는 문제인 만큼 한국정부는 전향적 입장에서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봉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부장은 “한국정부의 신원불일치 자진신고 대책은 출국하는 순간 범법자로 등록되는 것이므로 정부의 전향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중국동포들은 한국 내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고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봉태 동북아평화연대 단장은 “신원불일치자가 자진신고 후 6개월간 입국 금지되고, 신원확인이 될 때까지 들어올 수 없게 만든 것은 터전을 국내에 두고 사는 동포들의 삶을 망가뜨리는 일”이라며, ‘중국동포들은 가축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번 한국정부의 조치는 ‘신원불일치자의 문제를 중국정부에 떠넘긴 꼴’이라고 지적하고, 더 이상 위험한 상황으로 동포들을 몰아가지 말라고 주장했다.

장완익 변호사는 “한국정부의 교포정책은 너무 복잡하고 어렵게 돼 있는 것 같다.”며, F-4비자도 발급하지 않고 오히려 출입국통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재외동포법’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고리를 끊고 가는 것이 사면이라면, 과거의 잘못된 정책을 끊는 사면을 통해 동포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복자 재한조선족연합회 총무는 질의를 통해 “중국동포문제는 역사문제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현실도 문제도 무시하고 법집행을 통해 조선족을 범법자로 몰아가는 한국정부는 조선족에게 사과하라”고 성토했다. 진 총무는 “신원불일치자 신고제도 시행은 중국정부가 볼 때 ‘너희 조선족은 왜 모국에 가서도 그 모양이냐’ 할 것”이라며, “한국정부가 중국동포를 이렇게 취급해서 무슨 국익을 얻는가?”라며 역사의식이 결여된 한국정부의 태도에 울분을 토했다.

그동안 중국동포들은 방문취업제, 기술연수제도, 신원불일치(위명여권 사용) 문제 등 온갖 정책시행과 변경으로 시달려 왔다. 헌재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중국동포들은 다른 국가의 동포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비자발급에서 불이익을 당해왔다.
최근 위명여건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중국동포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어, 한국정치권이 향후 대선과 관련돼 어떤 정책과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