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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맞이한 조선족 자치주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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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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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특파원칼럼> / 정혁훈 특파원 ]


   
수교 20년에 접어든 우리나라와 중국의 관계 발전에서 한국계 중국 동포인 조선족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기업인들이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조선족은 실무적으로 긴요한 양국 간 연결고리였다. 두 나라 언어와 문화에 모두 익숙한 그들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는 데 첨병 구실을 훌륭히 해냈다. 중국을 처음 방문하는 한국인들에게 낯선 중국을 소개하는 가이드도 조선족이 도맡고 있다. 한국인이 많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중국말에 서툰 한국인들의 정착을 돕는 서비스도 대부분 조선족의 몫이다.

만약 조선족이라는 존재가 중국에 없었다면 우리가 겪었을 시행착오는 말로 다하기 어려울 정도였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런 조선족의 고향인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가 3일로 설립 60주년을 맞이한다. 자치주에서는 다채로운 행사로 환갑을 경축하고 있지만 많은 조선족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우선 옌볜자치주에서 조선족은 더 이상 다수가 아니다. 중국 경제 성장과 함께 자치주 경제도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전체 인구에서 조선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37%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치주 설립 초기 70%를 넘어섰던 비중을 생각하면 자치주 지위 상실이 우려될 정도다.

소수민족 비율이 30%를 밑돌면 자치주 지정을 해제할 수 있는 요건이 된다. 조선족 전체 인구도 감소세에 접어든 지 오래다. 한때 중국 전역에 200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지금은 180만명을 겨우 웃돌고 있다.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랴오닝성 등 조선족 인구가 많은 동북 3성의 경우 조선족 농촌 마을이 급속한 붕괴를 경험하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이주한 조선족 2~3세가 줄잡아 40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고향에서는 빈집이 속출하고 있다.

민족적 정체성을 지켜온 조선족 학교도 위기다. 최근 들어 중국어 교육을 강화하면서 한족 학교로 향하는 조선족 학생이 다소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고등학생들은 절반 가까이가 한족 학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양국 언어에 능통한 조선족의 장점도 시간이 갈수록 빛이 바래고 있다.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중국인이 급증하면서 중국 내 대도시에서 조선족이 아니지만 한국어에 능통한 중국인을 만나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다보니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조선족 일자리를 이제는 한족이 급속히 대체해 나가고 있다. 어느 대기업 중국법인 인사담당자는 "같은 조건이면 중국 현지 인적 네트워크가 좋은 한족을 선호하는 부서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국과 중국의 매개자로서 조선족의 역할은 결코 축소돼서는 안 된다. 미래 '통일 한국'의 큰 그림을 생각해보면 그들의 역할은 지금보다 더 커져야 마땅하다. 동시에 중국인으로서 중국에서 차지하는 그들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도 지금보다 훨씬 더 커져야 한다.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할 줄 아는 한민족의 특성을 그들에게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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