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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현실과 우리의 할일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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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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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주 한국일보 <칼럼> / 여주영 뉴욕 주필 ]


더욱 신경을 쓰며 의사도 꼬박꼬박 찾아간다. 검진하는 의사들은 십중팔구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등의 위험을 들먹이며 정기적인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고 음식도 조절하라고 권고한다. 그러나 대부분 자기 몸이 금방 어떻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건강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다. 피검사를 해도 그 결과에 별로 주의하지 않기 때문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급기야 의사로부터 잔소리를 듣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어느 날 의사가 “당뇨가 생겼으니 약을 드셔야 한다”고 선고한다. 이제 혈압과 콜레스테롤 보다는 당뇨가 더 큰 이슈로 떠오른다. 그리고 점차 일상생활에 고통을 느끼는 노인이 늘어나게 된다. 이들의 이슈는 이제 당뇨 자체보다 눈과 발에 고통을 느낀다는 점이다. 이는 자신이 늙고 있다는 표시 외에 다름 아니다.

지금 미국의 상황이 이와 흡사하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민주, 공화 양당의 후보들은 이민, 복지, 교육 등 주요정책을 개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유권자들은 이를 놓고 열띤 찬반논쟁을 벌인다. 그러나 막상 새로운 대통령이 집권하면 전임자가 당초 약속했던 공약이행 여부가 애매해지고, 또 다른 이슈들이 여기저기서 대두된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은 지난 선거의 주요 이슈보다는 새롭게 대두된 이슈들에 대해 더 관심을 쏟는다. 이처럼 미국의 대통령들은 항상 무엇인가 변화시키겠다고 공약하고는 문제의 혹들을 후임자에게 떠넘기고는 자리를 떠난다.

지금은 미국뿐만 아니라 온 세계가 비슷한 상황이다. 아마도 오늘의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시스템의 노화가 급격히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스템, 즉 제도의 노화는 결국 혼란을 야기한다. 그래서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는 현재 경제문제, 정치문제, 종교문제 등으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은 양호한 편인지 극단적인 혼란은 아직 없다.

하지만 세계 최강대국을 자부하며 한동안 호황을 구가했던 미국의 내부는 지금 정치적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지도그룹인 의회가 협력과 화합으로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당파 싸움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도 이 같은 당파의 대립 속에 갇혀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지도부의 분열이 빠른 시일 내에 종식되지 않으면 이제 미국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당파 다툼은 결국 사회의 분란과 갈등을 초래하고 종국에는 국가의 존망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조시대 선조 이후 나라를 골병들게 만든 동인-서인, 남인-북인, 대북-소북, 노론-소론 등의 사색당파 싸움이 좋은 예다. 무엇보다 지난 몇 년간 지속돼온 불경기 여파는 미국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전에 없이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미국 국민 10명중 7명이 어떤 형태이든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불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미국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바라는 한인은 없을 것이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 사회적으로 미국에 혼란의 세월이 길어질수록 우리 같은 소수민족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한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인사회를 이끌어갈 강한 리더십과 한인사회의 총체적인 단합이 아닐까.

2012년 선거에 전국 각 지역에서 적지 않은 한인들이 출마하고 있다. 이들이 대거 당
선돼 지역정치뿐 아니라 한인사회의 미래도 함께 열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한인들도 더 많이 유권자 등록을 하고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 작지만, 어느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단단한 커뮤니티가 되도록 했으면 좋겠다. 혹시 있을 지도 모를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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