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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문제와 미국의 고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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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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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칼럼> /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


   
▲ 김준형 교수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일왕에 대한 사과요구를 포함한 현재의 대일강경노선은 임기 내내 냉전적 진영논리에 집착하며 친미 및 친일노선을 걸어왔던 바로 그 정부가 맞는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더욱이 불과 2개월 전에 한·일군사비밀보호협정의 밀실처리를 시도하던 모습과는 쉽사리 연결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꺼풀만 벗겨보면 의문은 쉽게 풀린다. 친·인척 및 측근들의 비리스캔들과 레임덕을 민족감정에 호소해 모면하려는 의도가 감지된다. 국익을 위해 면밀하게 고안된 전략이 아닌 이미지 제고를 목적으로 한 즉흥적 이벤트에 가깝다는 점도 그동안 보여준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의 노다 정부도 19% 아래로 추락한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독도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이런 맥락에 주목하면 양국의 정권교체와 함께 상황은 정리될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한·일관계가 지난 수십 년간 악화와 개선을 되풀이해온 점도 개선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후임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고 있는 중·일 영토갈등과 결부되면서 향후 동북아 국제정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국은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두 우방국 사이에서 한쪽만 편들기 어렵다는 단순한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구상에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가 2011년 후반기부터 시동을 건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전략이 장애물을 만났다. 겉으로는 아시아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지역안정을 도모하는 전략이지만, 동북아와 동남아는 물론이고 호주와 뉴질랜드까지 포괄하는 대중봉쇄의 동맹벨트를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봉쇄체제의 완성을 위한 핵심퍼즐로서 한·미·일 군사협력체제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6월 한·미외교국방장관회의(2+2)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을 노골적으로 표면화시켰으며, 그 첫 번째 후속조치가 한·일군사비밀보호협정의 체결이었다. 미국은 냉전시절부터 3국 군사협력을 염원해왔으며, MB 재임기간을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독도문제로 다시 장벽에 부딪히게 된 셈이다.

게다가 이번 사태는 영토분쟁에 있어 미국의 이중적 태도가 전면에 드러난 계기가 되었다. 센카쿠열도에 관해서는 일본의 입장을 지지함으로써 중·일 영토분쟁을 부추기는 행태를 보이면서, 독도문제에 관해서는 중립을 고수한다. 동북아 역내국이 아닌 해양국으로서의 미국에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강화는 곧 해양교통수송로(sea lane)의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영토분쟁은 이와 직결되는 문제다. 지금처럼 독도문제가 중·일 영토분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중국이 이를 이용하게 되면 미국의 전략은 혼란에 빠진다. 철저한 불개입 원칙을 고수해온 미국이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하는 등 최근의 미묘한 입장변화는 이런 불편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반면에 이번 일로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는 쪽은 중국일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대중봉쇄의 성공을 위한 핵심이 바로 한·미·일의 협력인데, 이것이 흔들리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미국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놓여 있다. 그것은 애초에 이런 상황을 만들었던 책임문제이다. 2차 대전 이후 패권국으로 등장하는 과정에서 전범국이었던 독일과 일본을 처벌하는 대신 식민 질서의 골격을 그대로 계승했던 미국이다. 따라서 미국의 진정한 반성과 교정노력 없이는, 현재 국면의 과정이나 결과를 떠나서 문제는 다시 되풀이될 것이다. 위안부 용어문제에 대한 클린턴 국무장관의 적극적인 행동이 영토문제에서도 동일하게 요구된다. 공식적으로 어렵다면, 물밑에서라도 미국이 그런 역할을 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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