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무라 노리코(木村典子) / 한일 무대예술 코디네이터 ]


항상 밑바닥으로부터의 시점
또 한 발 전진한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 연출가 정의신

한국전쟁이 있었던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를테면 들에 피는 꽃처럼 - 안드로마케'(2007년 / 스즈키 유미=鈴木裕美 연출), 1970년대 전후의 고도 경제성장기를 배경으로 재일한국인 가족에 초점을 맞춘 '야키니쿠 드래곤'(2008년), 1960년대의 가난한 탄광촌에 사는 사람들과 일산화탄소 중독 투쟁을 그린 '파마야 스미레'(2012년), 도쿄 신주쿠의 신국립극장에서 '재일3부작'의 막을 막 내린 정의신씨의 신작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가 서울문화재단과 극단 미추의 공동제작으로 6월12일부터 7월1일까지 서울 남산아트센터에서 공개됐다.

'야키니쿠 드래곤'의 공연 이래 정의신 씨의 한일 양국에서의 활약은 눈부시다. 중앙대학 연극영화과 설립 50주년 기념 '바케렛타'(2009년), 한국인 전범을 통해 태평양전쟁과 그 상처를 그린 '적도 아래의 맥베스'(2010년/손진책 연출/명동예술극장), 극단 미추와의 공동작품 '쥐의 눈물'(2011년), 그리고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등 거의 매년 한국에서도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또한 '행인두부의 마음', '겨울선인장', '아시안 스위트' 등의 대표작도 한국의 젊은 극단에 의해 성황리에 상연되고 있다.

양국의 현장에 뿌리 내려

한일의 연극교류가 성황을 이루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 정의신 씨도 1993년 극단 신주쿠료잔바쿠 '인어전설'의 한국공연으로 한국 연극계와 관객에게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그로부터 20여년, 관광 유학 비즈니스 교류 등 다양한 장르에서 한일 양국의 사람들 재일한국인들이 왕래하게 된 현재, 이 만큼 양국의 현장에 뿌리를 내리고 자유로이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아티스트는 적다.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는 1944년 해방(종전) 직전 한국의 독도, 이 섬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부부와 4자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섬사람들과 주둔 일본군 군인들을 그린 것이다.

▲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의 한 장면 = 사진제공: 남산아트센터

전장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일본인 중사, 독립운동에 몸을 던진 넷째 딸, 가수를 꿈꾸면서도 클럽에서 군가를 부르는 둘째 딸, 한국인 일본 병사, 출병하는 병사와 그들을 떠나보내는 섬사람들,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시대에 농락당하면서도 작은 섬에서 자신들의 삶을 짊어지고 내일을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많은 관객은 울고 웃으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관객 중 한 사람은 "힘든 시대, 그런 와중에도 사랑이 있고 가족이 있고 힘들어도 내일이라는 날이 있고, 슬픈 역사에도 사랑과 희망이 있다는데 감동했다"고 감상을 말했다.

그런 한편, 일본인 중사와 다리가 불편한 큰 딸의 사랑 등 설정과 내용에 대해 '역사인식의 부족'이라는 비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나도 연극을 본 후, 극장을 뒤로 하면서 조금 혼란스러웠다.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국가와 역사, 지배와 피지배를 초월하여, 극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휴머니스틱하게 그려내는 무대로부터, 역사적 모순 속에 있을지언정 인간에 대한 희망과 화해를 믿고 싶으면서도 일본인 중사와 큰 딸이 결혼하여 일본에서 아이까지 낳아 살고 있다고 하는 결말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위화감은 '적도 아래의 맥베스'에서도 느낀 것이다. 아마 내가 느낀 이 위화감이 일부 관객에게 '역사인식'이라는 단어로 평가된 것은 아닐까.

영국의 역사가 E·H·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그 시대의 문제의식이 과거를 바라보는 시점에 영향을 주고, 과거가 새롭게 재검토되고, 재검토된 과거가 현재를 보는 시점에 또 다시 영향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완전히 객관적인 역사 서술이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개인의 역사인식도 그 역사관에 좌우된다. 그 때문에 스스로가 어떠한 역사관에 서 있는지 자각적이어야 한다. 위화감은 이러한 각자의 역사관을 뒤흔들어 재인식을 촉구한다.

정의신 씨는 "잊혀 가는 이야기를 연극이라는 형태로 기록하고 싶다. 책보다도 무대 쪽이 보다 선명하게 사람들의 기억에 남지 않을까. 밑바닥으로부터의 시점을 잊지 않고 이름도 없는 서민의 역사를 써 나가고 싶다"며 '기록하는 연극'을 목표로 해 왔다.

이번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는 자신의 세계인 재일한국인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서 한 걸음 나아가 자신이 속하는 한국과 일본의 마을 사람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위화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피해 온 길 대화의 실마리로

지금까지 한일의 연극 교류 및 공동제작 공연은 그에 관여해 온 나도 포함하여, 이 위화감에 전면으로 부딪히지는 않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같은 인간은 두려워서 피해 왔다. 그것을 정의신이라고 하는 작가·연출가는 과감하게도 끄집어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제공한 것이 서울문화재단과 극단 미추라고 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양 단체였다는 점에도 큰 의미가 있다. 이것이 실마리가 되어 지금도 양국 사이에서 깊이 가로놓인 '역사'가 연극을 통해 현재와 과거의 다양한 대화가 되어 가기를, 양자가 느끼는 위화감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되어 가기를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는 무엇보다 한일의 연극이 또 한 걸음 전진했다고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 키무라 노리코 >

1963년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旭川市) 출생. 1997년 한국 유학. 연세대학 어학당에서 공부하면서 한국의 극단 '목화'(대표: 오태석=吳泰錫)에서 제작자로서 극단과 극장 운영을 담당. 2000년에는 스스로 프로젝트를 결성하여 프로듀서로서 한일 협작을 발표. 그 후, 매년 무대예술 교류가 증가하는 가운데 연극을 중심으로 댄스와 퍼포먼스의 코디네티어로서 활동. 현재는 프리랜서로 일본과 한국의 무대예술 교류사업을 서포터하고 있다. 한국 연극과 문화정책 등에 관한 원고, 희곡의 번역 등도 하고 있다.

(민단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