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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시대에 재일동포 문제를 생각한다
남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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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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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8ㆍ15광복절 기념으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재일동포 100년의 삶과 꿈을 담은 특별전시회에 즈음하여, 동북아역사재단이 주최한 '역사 영상 심포지엄'에 발표된 글임을 밝혀둡니다.


                  < 다문화시대에 재일동포 문제를 생각한다 >

[ 남상구 /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


1995년 9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가 전에 큰댁에 인사를 하러 들렀을 때, 큰아버지 당부는‘일본에 가면 절대로 총련 사람들은 만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재일동포 선생님을 만났을 때 내 첫 질문은‘선생님의 부모님도 강제로 동원되셨어요?’라는 것이었다.
당시 스무 살 중반이던 나에게 큰아버지의 당부는 노인네 잔소리로 들렸지만 그분에게 재일동포는 ‘빨갱이=위험한 존재’였다. 나에게 재일동포는 강제로 동원된 사람들의 후손이자 차별받는 존재라는 인식밖에 없었다. 권혁태의 말을 빌리자면 내 큰아버지는 ‘반공’이라는 필터를 통해, 나는 ‘민족’이라는 필터를 통해 각각 재일동포를 보았던 것이다. 민주화와 냉전의 해체로 ‘반공’이라는 필터는 약해져 가고 있다. 권투선수 홍창수, 축구선수 정대세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이들의 국적이 북한이라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민족’은 재일동포를 이해하는 중요한 필터이다. ‘동포(同胞)’를 네이버 사전에서 검색하면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 ‘같은 나라 또는 같은 민족의 사람을 다정하게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국적을 일본으로 바꾸어도 리 다다나리(李忠成)는 여전히 우리에게는 이충성이고 소프트뱅크의 손 마사요시(孫正義)는 손정의인 현실을 보면, 우리에게 동포란 같은 나라의 사람이라는 의미보다는 같은 민족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한국 교과서의 재일동포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이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보면 재일동포에 관한 기술은 대부분 관동대지진 당시 한국인 학살문제만을 다루고 있다. 중학교 교과서도 마찬가지이다. 동 문제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과목은 한국근⋅현대사인데 ‘국외 이주 동포들의 활동’이라는 단원에서 차별⋅관동대지진 당시 한국인 학살, 독립운동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오늘날의 재일동포 문제에 대해서는 세계 속의 한민족 네트워크라는 차원에서 기술한다.

두산동아의 한국근현대교과서 기술은 한국사회가 재일동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에 거주하는 동포들은 일제 패망 후 귀국하지 못하고 눌러 앉은 사람들과 그 후손들이 대부분이며, 주로 오사카를 비롯한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재일 동포들은 일본 사회의 차별 속에서도 한국 국적을 고수하며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갖고 있다. 또한 재일 동포들은 한국의 경제 개발에도 공헌하였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라는 역사를 공유하고 차별에도 굴하지 않으며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갖고 국적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인, 이것이 한국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재일동포상이다. 따라서 일본으로 귀화하는 재일동포에 대해서는 “이들은 일본 사회에서 민족 정체성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일본 사회의 차별, 세계화 추세 등으로 매년 1만 명 안팎이 일본으로 귀화하고 있다”(중앙교육, 한국근・현대사)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이러한 재일동포 인식에서는 박제화 된 재일동포가 있을 뿐, 다양한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일상생활 속의 재일동포는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영화 상영회를 통해 박제화 된 재일동포가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재일동포의 삶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나에게는 커다란 행운이었다.

한국으로 귀화한 사람이 2011년 1월에 10만 명을 넘어섰다. 2009년 한해만 보더라도 49개국 2만5천44명의 외국인이 귀화를 했다고 한다. 이러한 시대에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전제로 재일동포를 보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귀화한 이들, 예를 들자면 이자스민 의원에게 재일동포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이들의 눈을 통해 ‘민족’이라는 필터를 없애고 재일동포를 보려고 하면 결국 ‘이주민’‘, 인권’이라는 것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천재교육의 동아시아사 교과서를 보면‘동아시아의 이주민과 갈등, 재일 한국인의 삶’이라는 칼럼이 있다. 동아시아의 이주민 문제라는 차원에서 재일동포의 삶을 소개했거니 해서 기대했지만, 내용은 제목과는 달리 재일동포가 받은 차별문제였다. 하지만 이 주제가 한국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크다고 생각한다. 재일동포들이 받은 차별은 가슴 아파하면서도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주 노동자와 외국인에 대한 차별에는 둔감한 현실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외국인에 대해서는 호감을 표하면서도 일본으로 귀화한 재일동포에 대해서는 그 개인의 생각보다는 차별과 추세를 먼저 이야기하는 현실에서, 재일동포 100년의 삶과 역사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바라고 미래를 전망하는 거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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