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석 / (재미)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

▲ 김동석 상임이사

1972년 12월25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베트남의 하노이를 폭격할 것을 명령했다. 북폭이 시작되자 미국의 젊은이들은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를 일으켰다. 전국의 대학교를 중심으로 전쟁반대의 여론이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그런데 미국 최고의 명문인 하버드의 한 대학생이 북폭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건이이라고 주장하면서 닉슨대통령의 월남전 확대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나섰다. 닉슨의 북폭으로 인하여 베트남전이 확대된 것을 환영한 것이다. 그 후로도 이 학생은 시도 때도 없이 전쟁을 언급하며 미국의 일방주의를 주장해 왔다.

군대에는 근처에도 안 가본 이 사람이 2003년 5월 상원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이라크 전쟁 이후의 세계질서”란 청문회에 첫 증언자로 나타났다. 이 대학생이 바로 네오콘의 대변지 ‘위클리스탠더드’의 편집자인 ‘윌리엄 크리스톨’이다. 절반은 정치인이고 절반은 학자이고 절반은 언론인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이 ‘윌리엄 크리스톨’이 현재 미국의 여론 주도층에서 정치권과 학계 그리고 언론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행정부의 고위직을 기필코 사양하는 그는 백악관을 밖에서 좌지우지하는 역할을 더 즐기고 있고 거기에 만족하고 있다.

‘윌리엄 크리스톨’은 미국의 전쟁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엔의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뉴욕 부르클린 출신인 크리스톨은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한때(1989년)엔 ‘댄 퀘일’부통령 비서실장을 하기도 했다. TV. 잡지. 신문 등 미디어를 통해서 초강경론의 여론을 교묘하게 움직이며 확산시켜 언제나 이슈를 만들어 내는 재주를 갖고 있다. 크리스톨은 1989년 ABC방송의 ‘This Week’와 ‘Good Morning America’에 단골 패널리스트가 되었지만 ABC의 주요한 뉴스를 워싱턴포스트지에 흘렸다는 이유로 쫓겨나기도 했다. 그 후에 그는 머독이 소유하고 있는 폭스(Fox) TV로 자리를 옮겨서 지금까지 정치해설자로 활약하고 있다. 조리 있고 논리적인 말솜씨와 수려한 용모로 지금까지도 인텔리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NBC의 ‘Today’, ‘Meet the Press’ 그리고 CBS의 ‘Face the Nation’ 등의 단골 패널리스트, 해설자로 활약이 눈부시다.

필자는 9.11테러 직후 동네도서관에서 허술한 장본의 저널 표지에 북한에 관한 제목을 보고 ‘위클리 스탠더드’를 처음 접했다. 그 잡지의 발행인 이름으로 쓴 북한관련 정치논평은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이라크와 북한 정권은 모두 살인적인 폭군에 의해 지배되고 있고, 테러에 가담하고 있으며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빠져있다. 두 정권은 악이고 구제불능이다. 그들의 위협에 대한 오직 한 가지 해결책은 공격이다.” 그 후로 필자는 ‘위클리 스탠더드’의 정기독자가 되었다. 지금 세상에 이러한 강공주의자가 있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윌리엄 크리스톨’을 직접 만날 수 있었던 것은 2005년 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인 에이팩(AIPAC)의 연례총회장에서다. 공중파 TV에서 논리적인 말솜씨로 명성을 날리는 논객들 6명이 총회장 무대에 서 4시간 동안 토론(Talk show)을 하는데 그 중심인물이 크리스톨이고 사회자는 당시 FOX 의 명사회자로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던 ‘댄 새너(Dan Sanor)'이었다. 사회자와 크리스톨이 죽이 잘 맞아서 (공개적으론 도저히 할 수 없는)황당한 주장이 아직까지 필자의 귓가에 앵앵거린다. 당시 토론주제는 “미국의 외교. 국방정책 그 위기와 기회”였다. ’댄 새너‘와 ’윌리엄 크리스톨‘은 이라크, 이란, 북한의 체제전복을 주장하면서 미국은 범세계적 미사일방어체제구축, 기존의 군축조약탈퇴, 이스라엘의 보수 강경권력인 리쿠드당 정부와 긴밀한 연대 등을 제안했다. 얼굴이 특이하게 길쭉한 Fox의 정치해설자 ’댄 새너‘와 네오콘의 황태자인 ’윌리엄 크리스톨‘이 그렇게 죽이 잘 맞는지는 미처 몰랐다.

‘댄 새너(Dan Sanor)’는 뉴욕의 유티카에서 유태인의 2세로 태어났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대학을 나왔고 이스라엘의 히부르대학원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보스턴의 하버드비지니스 스쿨에서 학위를 했다. 1971년생이니 이제 40대 초반이다. 2006년, NBC의 ‘The Today Show’의 미녀앵커인 ‘캠벨 브라운(Campbell Brown'과의 결혼식은 장안의 화젯거리였다. 20대엔 미시건 출신의 연방 상원의원인 ‘스펜서 아브라함(Spencer Abraham)’의 미디어 담당 보좌관을, 30대인 2000년대 초반엔 카알라일 그룹에 들어가서 투자전문가로 일했다.

2003년 펜타곤과 백악관에서 정책자문으로 일하던 2003년에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전쟁터로 지원했다. 후세인 제거 후에 이라크 재건을 책임진 미국의 ‘제이 가너(Jay Garner)’사령관의 자문관으로 다년간 이라크에 상주하기도 했다. ‘댄 새너’는 에이펙(AIPAC: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의 노선에 입각해서 성장했다. 현 공화당 하원 원대대표인 ‘에릭 캔터(Eric Cantor)’가 정계의 에이펙 대변자라면 ‘댄 새너(Dan Sanor)’는 언론계의 에이펙 대변자다. 매년 에이펙의 연례총회장엔 어김없이 나타난다. 첫날의 분과 세미나서부터 마지막 날의 법안 로비까지 일반회원과 똑 같이 발로 뛴다. 필자는 그가 그렇게 유명세를 타는 언론인줄 몰랐었다. ‘댄 새너’는 이스라엘의 가장 구체적인 적은 ‘이란’이고 이란은 북한과의 거래에서 석유와 무기를 맞바꾸고 있다고 주장하며 중국이 그 중간역할을 충실하게 해 주면서 뒤를 봐주고 있다고 열을 올린다. 그래서 ‘중국-이란-북한’이니, ‘미국-이스라엘-한국’이어야 한다고 핏대를 올리면서 주장한다. 그래서 이스라엘이 일본보다는 한국과의 연대감이 더 강하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한다.

미 대선전의 공화당 후보인 ‘미트 롬니(Mitt Romney)'가 외교•안보측면에서도 준비된 대통령임을 보여주려고 열흘 동안의 외국순방을 했다. 영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폴란드다. 가장 공을 들인 곳은 물론 이스라엘이다. 예루살렘의 Western Wall에 두 손을 대고 기도하는 롬니의 사진이 뉴욕타임즈의 전면을 장식했다. 롬니의 한 발짝 옆에 댄 새너가 보였다. 댄 새너는 스스로 롬니의 외교정책 참모라고 하면서 전 세계의 미디어를 상대로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롬니 대통령은 그것을 지지할 것이다”란 전쟁 발언을 했다. 롬니의 측근에 포진하고 있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드디어 확연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때는 이때라고 일제히 댄 새너의 등장을 분석하면서 롬니의 외교•안보정책을 예단하고 있다.

예방전쟁이나 선제공격을 주장하면서 미국의 일방주의를 고집하는 소위 네오콘(Neocon)들이 롬니의 등 뒤에서 백악관 접수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중국이 더 강해지기 전에 미리 싹을 잘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라면 과연 한반도의 처지는 어떻게 될까? 과연 어떻게 미국의 품안에서 중국과 교류할 것인지, 상상하기도 싫은 심정은 필자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