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 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대한민국 국민은 대통령 복(福)도 지지리 없는 국민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국으로 쫓겨나고, 측근에게 총에 맞고, 감옥행, 친인척 비리, 자살 등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의 모습에서 보았던 사건들이다.

임기를 깔끔히 마감해 국민적 존경을 받을 만한 대통령이 되는 일이 그토록 힘든 일일까?
그동안 우리는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중 또는 임기 후 측근과 친인척 비리 문제로 존경보다는 지탄의 대상이 돼 왔음을 보아왔다.
그런 반면교사가 있음에도 여전히 역대 대통령들의 잘못된 점을 그대로 연출하고 있는 MB를 보노라면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한심스럽다고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힌다.

형님 그리고 측근들이 비리 문제로 줄줄이 감옥으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MB는 여섯 번째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5년 임기의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한두 번도 아니고 여섯 번씩이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기네스북에 등재 될 일이다.

이정도면 당연히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이 마땅할 일이지만, 뻔뻔스럽게도 남은 임기를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말로 모면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허긴 부도덕한 기업체로부터 받은 돈을 가지고 대선을 치르며, 청와대의 주인자리를 차지하고도 국민을 향해서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사실을 외쳐댄 사람이고 보면 무슨 말을 하랴.

사실 국민들 역시 대통령의 부도덕성을 탓할 입장만은 아닌 것 같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들 대부분은 MB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도덕성 보다 중요한 것이 경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용인하며 넘긴 것이었다.
이 같은 국민적 오판은 결국 임기를 6개월이나 남겨둔 현직 대통령으로 하여금 여섯 번씩이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으니 하는 말이다.

여하튼 또다시 차기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만큼은 국민들이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가능성은 별로 희망적이라고 할 수가 없다. 우선 차기 대통령을 해보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엄청나게 많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남은 시간은 별로 없고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많다보니 정작 중요한 후보자에 대한 검증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 질 리가 만무하다.

여하튼 정치권은 대선 모드로 접어들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은 대통령을 해보겠다고 나서는 인물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싶다.
새누리당은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대선후보로 박근혜 의원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또 많은 국민들은 그녀가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반면, 그녀가 꿈을 이루고 차기 청와대의 주인까지 될 수 있을까하는 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바라보는 국민들의 숫자 역시 만만치가 않다. 국민들 사이에서 그녀에 대한 호 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본격적인 국민 검증 절차가 시작되면, 절대적 지지층을 제외한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녀로부터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녀의 모습이나 지지 기반이 과거 한나라당이 내세운 대선 후보 이회창씨와 너무 흡사하다는 사실이다. 과거 이회창씨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았던 이유는 그가 갖고 있던 대쪽 이미지였다. 박근혜 의원 역시 그녀가 그동안 내세운 원칙과 신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회창 씨의 대쪽 이미지가 아들들의 병역 기피라는 복병을 만나며 한순간에 무너졌듯이 박근혜 역시 스스로가 내세운 원칙이라는 울타리 속에 갇히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그녀가 주장하는 원칙이 과연 정치판에 존재할까 싶기 때문이다.

변칙이 횡행하는 한국 정치판이기 때문에 그녀가 앞세운 원칙이라는 단어는 그동안 국민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작금의 박근혜의 모습은 스스로가 쳐놓은 ‘원칙’이라는 우리 안에 갇힌 모습이다. 답답하다 못해 융통성이 없다는 소리가 이미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있다. 그래서 지도자로서의 포용력 부족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어디 그뿐인가?
그녀를 둘러싼 의혹들도 만만치가 않다.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 성북동 자택문제, 가족 간 불화로 파생된 온갖 문제, 여기에 요즘은 동생 박지만 씨 부부와 관련된 저축은행 문제가 보태지고 있다. 심지어 북한방문과 김정일 면담 성사 과정을 둘러싼 의혹들도 제기 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박근혜는 그 어느 것 하나도 시원하게 밝힌 것이 없다. 모르쇠로 일관하며, 과연 대권 가도를 무난히 넘어 설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당내에서는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당내 비주류들과도 관계가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만약 여당 정치인들이 대선 과정에서 과거 이회창 시절처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대선 판을 뒷짐을 지고 지켜만 본다면...
이회창씨의 과거 모습이 이번 선거판에서 재현된다면, 과연 박근혜가 청와대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싶다.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