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석 /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

▲ 김동석 상임이사

1863년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을 선언했지만 흑인들의 처지는 더 열악해졌다. 노예시절에는 무력행사 등 강압적인 방법으로 흑인들을 노예로 부렸으나 노예해방 이후 백인들에게 흑인들은 경계의 대상이 되었고, 위협적인 존재로 눈에 비치기 시작했다.

NAACP는 어떻게 탄생했나

노예해방을 반대했던 지역에서는 흑인들을 계속적인 경제적 수탈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 흑백 분리정책을 철저히 실시했다. 모든 공공시설(식당. 학교. 극장. 버스. 기차. 물 마시는 곳 등)을 백인용과 흑인용으로 분리함으로써 흑인들을 사회 정치적으로 고립시켜 나갔다. 물론 동양인들도 흑인용 시설을 이용해야만 했다.

1870년 이후 이와 같은 흑백분리정책이 남부 전역에서 실시되었고 1896년에 미국 대법원은 이와 같은 흑백분리정책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합헌판결을 내렸다. 그 후 약 60년이 지나서야 미국 대법원은 이 흑백분리법이 위헌이란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이 위헌판결이 도화선이 되어서 흑인민권운동에 불이 붙게 되었다.

점차 가혹해지는 흑인탄압에 맞서는 흑인청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시민으로서의 주권행사와 평등한 대우를 받기 위한 흑인들의 공개적인 투쟁이 전개 되었다. 1905년 흑인 젊은 청년들이 (과격한)흑인 청년지도자인 듀 보이스(W.E.B. Du Bois)의 지도 아래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폴 시에 모였다. 여기서 이들은 언론의 자유, 참정권 보장, 흑백분리 및 차별금지 등의 요구사항을 결의하면서 ‘나이아가라 운동’을 조직했다. 그 다음 해엔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주가 만나는 지점인 하퍼 페리(Harpers Ferry)에 모여서 듀 보이스가 기초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바로 이 ‘나이아가라 운동’으로 출발한 조직이 오늘날의 ‘전국유색인종협의회(National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Colored People)’이고 당시 듀 보이스가 기초해서 발표한 선언문이 그 유명한 민권운동 잡지 ‘The Crisis’의 시초이다. ‘The Crisis’는 1910년 11월 첫 호가 1,000부 발행 되었고 1918년에 와서는 월간으로 10만부가 발행 되었다. 듀 보이스의 탁월한 문장력과 지도력으로 시작된 ‘The Crisis’는 NAACP의 기관지로서 100여 년 동안 민권운동의 지침서로서 그 역할을 해 오고 있다.

NAACP의 명확한 노선

NAACP의 103번째 연례총회가 지난 7월7일부터 일주일동안 텍사스의 휴스턴에서 개최되었다. 전국에서 소수계 지도자들이 총 집결했다. “Power, Decision, and Vote”란 슬로건을 내 걸고서 전국의 소수계 지도자들이 집결했다. 지도부를 재구성하고 강령을 검토하며 향후 사업의 방향을 논의하는 일이 주요 의제이지만, 모든 일정의 초점은 2012년 대통령선거전에 쏠렸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인 밋 롬니가 10일 행사장을 찾았다. 그는 연설에서 “오바마가 대통령에 취임하고서 미국이 더 나빠졌고, 특히 흑인사회가 더 상당히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가 심한 야유를 받기도 했다. NAACP는 대통령 후보를 지지 하든가, 지지 하지 않든가, 반대운동을 하든가, 3가지 방식을 취 한다. 야유가 예상되어도 가지 않을 수 없는 민권단체다. 그래서 주류언론은 롬니의 NAACP 연설을 “Mission Impossible(불가능한 임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NAACP의 행사장에서 인터뷰에 응한 롬니 측 캠페인 관계자는“흑인유권자들도 오바마에 기대할 것이 없으니까 적어도 소극적인 플로리다,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지의 흑인유권자들이 투표를 기권할 것”이라고 했다. 2008년 투표장에 몰려 나왔던 흑인들이 이번에도 투표할지는 반반이라는 조사결과가 있다는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NAACP 연례총회 폐회식(12일)에는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서 조 바이든 부통령이 참석했다. 대통령이 직접 올 수 없었던 것에 대해서 양해를 구하고 그는 가상연설을 했다. “만일에 롬니 대통령을 상상해 보라. 그의 법무부 팀을, 그의 경제팀을 상상해 보라…. 그것은 흑인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방향이다.…” 롬니의 ‘Mission Impossible’ 조 바이든 부통령에겐 누워서 떡먹기였다.

NAACP에 왜 한인은 없을까

미국은 백인과 비백인(colored people)으로 구선돼 있다. NAACP는 미국 내 백인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총 집결해서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민권단체다. 지난 100여 년 동안의 미국의 역사는 NAACP의 민권투쟁과 그 궤를 같이 한다.

후발 이민자인 아시안들의 역사도 NAACP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 수개 월 전 텍사스에서 한인과 흑인간의 마찰이 발생했다. 커뮤니티간의 충돌로 이어지기 직전에 NAACP의 중재로 해결이 되었다. 어느 한인회장과 NAACP 지도자와의 개인적인 친분이 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후보가 별 궁리를 다하면서 잘 보이려고 궁리해야 하는 NAACP의 연례총회를 지켜보면서 미주한인사회의 작고 큰 수많은 한인단체의 지도자들이 NAACP에 회원으로 가입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