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석 /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

▲ 김동석 상임이사

1980년 케네디 가문의 넷째 아들,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인 ‘에드워드 케네디’가 대통령직에 도전했다. 현직 대통령인 지미 카터에 도전해서 예비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CBS 방송국의 앵커 로저 머드가 “왜 상원의원께서는 대통령에 출마하려 하십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케네디는 잠시 침묵했다. 그 후 장황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명확하지 못했다. 케네디는 그 질문 때문에 백악관의 꿈을 접어야 했다.

왜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나

상식적으로 이 질문에는 모든 후보들이 잘 준비되었을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매 4년마다 대통령후보 토론회에서 이러한 질문에 명확하지 못해서 초반부터 헤매는 후보가 많다. 1996년 공화당의 밥 돌, 2000년 조지 부시도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해서 초반에 고생을 많이 했다.
이러한 질문에 얄미울 정도로 잘 답변해서 캠페인의 순풍을 탄 사람이 빌 클린턴이다. 한껏 상대후보를 칭찬하고, “그래서 그는 나의 영웅이다”라고까지 추켜세웠다가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 흘러서 시대가 변했다.” 그래서 “지금은 나다!” 라고 명쾌하게 결론을 내리는 방법이 클린턴 방식이다. 원인을 제공하고 그리고 답변까지 건네줘서 판단을 유도하는 클린턴만한 캠페인의 귀재는 없다.

1964년, 케네디로부터 대통령직을 물려받은 존슨 대통령이 민주당의 후보로 나왔다. 선거 국면은 오히려 공화당의 후보인 배리 골드워터가 앞서고 있었다. 극도로 강경한 보수주의자인 골드워터는 소련의 팽창을 우려하는 시민사회의 분위기에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소련의 핵을 이겨낼 미국의 지도자로 골드워터에게 국민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었다.
바로 이때에 존슨 진영에 선거(홍보) 전략가 한명이 나타났다. 미디어 홍보의 전설로 불리는 토니 슈왈츠(Tony Schwartz)다. 토니 슈왈츠의 정치광고 ‘데이지 소녀(daisy girl)’가 바로 그 순간에 나왔다. 30초짜리 광고가 단지 한번만 방영이 되었는데 순식간에 전 국민들이 골드워터로부터 마음을 접고 말았다. 3살쯤 된 어린 소녀가 꽃밭에서 데이지 꽃잎을 하나씩 따고 있다가 멀리 핵 폭발 광경을 보고 공포에 질리는 내용이다. 핵전쟁의 위험 앞에서 미숙하고 경험이 부족한 골드워터와 민권법을 통과시킨 존슨 후보의 노련하고 끈기 있는 리더십을 비교했다. 토니 슈왈츠의 이 ‘데이지소녀 광고’는 홍보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금도 “한방에 날려 보낸 광고”로 전설로 통한다.

선거전의 4가지 양상

(선거)홍보 전략가의 귀신으로 통하는 토니 슈왈츠는 “유권자는 선거에서 네 가지 선택을 한다.”고 했다. A가 좋아서 A를 선택하거나 B가 싫어서 A를 선택하거나 B가 좋아서 B를 선택하거나 A가 싫어서 B를 선택하는 경우의 네 가지가 전부라 한다.
이렇게 보면 지지기반을 고정시키고 부동층을 공략하는 것 말고도 유권자들이 상대 후보를 싫어하도록 만드는 일이 선거운동에서 긴요하다. 바로 상대후보를 깎아내리는 일이다. 캠페인의 용어로 ‘네거티브’다. 그래서 ‘네거티브’전략은 유권자들에게 별로 내 세울 것이 없는 선출직 후보들의 단골 전략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상대진영을 교란시키는 네거티브도 있고 상대후보의 약점을 확대해서 홍보하는 것도 네거티브 전략이다.
이민자들에게 자신의 친이민정책을 설명하는 것보다는 상대후보의 반이민정책을 알려내는 것이 자신에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 좋은 예다.

밋 롬니에게 소비시장의 뾰족한 경기부양책도 없는데도 자영업자(small businessman)들이 오바마로부터 등을 돌리는 이유가 이러한 롬니의 네거티브가 먹히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진영의 이슬람권 공략은 이러한 전략에서 압권이다. 유태계를 공략하는 밋 롬니측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이슬람(아랍계)권에 가장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전략이다. 아랍권의 전체가 밋 롬니가 싫어서 오바마로 쏠리는 현상이다.
2008년 대선전에서 한국의 진보진영은 조지 부시가 싫어서 무조건 흑인대통령에 열광했다. 그러나 한반도 관련한 오바마 4년은 아젠다 순위에 밀려서 오히려 후퇴 했다는 평가다.

새 이슈 필요한 시점인데…

2012년 대통령 선거판이 지루하기만 하다. 현직인 오바마는 4년 전 그대로다. 상황이 달라졌는데도 새로운 것이 없다는 비판이 많다. “변화. 희망” 두 단어로 백악관을 접수한 지극히도 간단하고 명료했던 그가 이번 선거엔 새로운 것이 전혀 없이 어물 쩡 하기만 하다. 어느덧 7월인데 재선을 위한 현직의 지지율에 도무지 변동이 없다.
공화당의 밋 롬니는 도전자임에도 왜 도전을 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지루하기 짝이 없다. 오바마가 싫어서 자기한테 달려오는 지지층을 빼고는 어디가 자기편인지 스스로도 잘 모른다고 할 판이다.

공화당의 표밭인 남부의 기독교 우파들도 몰몬교도인 그를 반신반의 하는 상태다. 세기의 기독교지도자인 빌리 그레이엄의 아들 프랭크 그레이엄이나 ‘긍정의 힘’이란 책으로 유명한 조엘 오스틴 목사가 몰몬교도가 대통령이 되어도 무방하다고 했지만, 아직 바이블 벨트의 다수 유권자들은 “여자도 좋아요, 흑인도 좋아요, 그러나 몰몬은 안 돼요”라고 했던 2008년도 그대로다.(이들은 2008년에는 매케인의 손을 들어 주었다).

오바마는 ‘둘 중에 한명을 선택하라’로 가고 있고 롬니는 ‘오바마가 싫은 사람은 모두 모여라’라는 전략 외엔 별로 없다. ‘미트 롬니’에게 왜 출마했냐고 물으면 아마도 하루 종일 대답을 할 것 같다. 만년 2등의 지루함이 묻어난다.
두 대선후보가 지루하지 않도록 ‘간결하고 명료한’ 이미지를 7월중엔 만들어 낼까…하는 기대가 필자만의 생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