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진웅 / 코리아NGO센터 대표 이사 ]


6월 25일 숙명여자대학교 학생 7명이 오사카시내에 있는 민족학급을 방문해 그곳에서 공부하는 재일코리안 아이들과 만났다.

민족학급 견학을 위해 방문한 오사카시립 쇼지(小路)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아이들이 조선통신사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우리말로 이야기를 건네는 등의 교류도 있었다. 수업 종류 후, 민족강사와 담당교사와 의견을 교환하고, 공립학교 현장에서 진행하는 민족학급의 특징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민족학급이라는 제도는 일본의 공립학교에 다니는 재일코리안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주로 오사카시․부의 초⋅중학교 약 180교에 설치되어 있으며, 약 2800명의 아이들이 참가하고 있다.

민족학급은 매주 1회, 과외 활동으로 우리말, 한반도의 역사, 문화, 전통 등에 과한 수업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민족학급은 그곳에서 실시되고 있는 수업 내용 이상으로 재일코리안 아이들이 ‘모이고’ ‘만나서’ 코리안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실감하고, 민족과 이어지는 것의 소중함을 키운다는 의미에서도 매우 중요한 제도인 것이다.

여기에서 민족학급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자.

일본 식민지시대, 우리 민족은 창씨개명에 의해 이름을 빼앗기고, 황국신민화 아래 말을 빼앗겼다. 1945년 한반도가 해방을 맞이했지만, 징용⋅강제연행 등 다양한 이유로 일본에 와 있던 한반도출신자 중에는 귀국하지 못하고 그대로 일본에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해방 직후부터 가장 먼저 진행한 사업이 민족교육사업이었다. 당시 일본 전국에는 수 백 개의 ‘국어강습소’(이후 조선학교)가 설립되어 아이들의 민족교육사업이 시작됐지만, 1948년 일본정부는 조선학교를 인정하지 않는 방침을 내려 4월부터 조선학교에 대한 강제폐쇄에 착수했으며, 이에 반발하는 조선인들이 한신(阪神)지역에서 대규모의 반대운동을 펄쳤다(이를 ‘한신교육투쟁’이라 한다).

이후 일본사회의 가혹한 차별 속에서 본인의 이름(민족명)조차 내걸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던 재일코리안들에게 있어서 민족학급은, 본인의 민족적 아이덴티티를 키우고, 재일코리안으로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곳, 있는 그대로의 자기자신을 발견하고, 긍정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장소였다.

동시에 국제화․글로벌화 속에서 일본 국내에서도 ‘다문화공생’의 중요성이 다양한 정책에서 주장되고 있지만, 민족학급의 존재는 단순히 재일코리안 아이들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그 학교의 일본인 아이들의 국제이해, 다문화 이해를 위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민족학급도 커다란 전화기를 맞고 있다.

최근 수 년 간, 일본 국내에서는 편협한 내셔널리즘과 재일코리안에 대한 배외적인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으며,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 삭감 등 직접적으로 아이들의 교육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까지 되고 있다.

공립학교에 설치된 민족학급에 대해서도 최근 몇 년 간 보수층의 비판적인 언동이 끊이지 않고, 오사카시의회에서도 민족학급에 대한 질의가 이루어져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재일코리안 아이들의 90% 이상이 일본의 공립학교에 다니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민족학급이 민족교육의 중요한 현장으로 지속돼야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작년부터는 한국정부도 ‘민족학급등지원비’로서 민족학급에 본격적인 지원을 예산화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민족학급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