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석 /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

▲ 김동석 상임이사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20개국정상회의)에서 “한·미간 자유무역협정체결(FTA)이 미국의 경제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한·미 관계를 발전시킨다.”고 선언했다. 2008년 대통령선거전에서, 그리고 대통령에 취임하고서도 그는 한미 간 FTA에 관해서 긍정적이지 않았었다. 물론 막강한 정치력을 행사하는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그랬고, 실제적으로 전임 부시대통령 때에 정부 간 체결한 협정이란 것이 또한 내키지 않은 것이었다.
그런데 취임 후 대통령의 위치에서 총체적인 국가경제를 궁리해보고서 그는 FTA에 대해서 생각이 달라졌다. 반대편(노조나 민주당정치인 등)의 눈치를 한껏 살피다가 토론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서 FTA추진 의사를 밝혔다.

지역구 문제 챙기기 챔피언

그러자 오바마(대통령)의 결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FTA반대 중진 하원의원 한명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 의원에게 FTA는 오직 한 가지가 문제였다. 자기 지역구의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 하는 문제였다.
의정활동 거의 전체를 지역구의 서민과 노동자의 이슈에만 매달려 온 이 의원은 노동자 보호막의 옵션을 만들어 의회에 의견을 냈다. 바로 그것이 TAA(Trade Adjustment Assistance)다. <TAA는 노동자들이 외국과의 경쟁(FTA)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을 때 최대 156주 동안 보조금을 받게 하는 제도다>
이 중진 의원이 제출한 TAA는 결국 FTA와 같이 의회에서 법안으로 제출, 통과되었다. 노동자들의 열광적인 찬사를 받은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 민주당의 중진 의원이 바로 연방하원의원 뉴저지 제8지역구의 ‘빌 패스크렐(Bill Pascrell)’ 의원이다.

▲ 지난 5월13일 뉴저지 팰리세이즈파크시에 있는‘일본군 위안부 기림비’를 찾은 빌 패스크렐 의원. 무뤂을 꿇은 자세로 비문을 한자 한자 읽어 후 “이 분들은 인류 양심을 일깨워주는 어머니”라고 말했다. ⓒ뉴욕일보

‘센서스 2010’의 결과를 토대로 연방하원의원 선거구를 재조정했는데 뉴저지는 인구가 감소한 결과로 13개 선거구에서 12개 선거구로 1석이 줄었다. 한인들은 무조건 자기편이라 알아왔던 스티브 로스맨(Steve Rothman)의 9선거구가 공중에 떠 버렸다. 8선거구와 9선거구가 합쳐져 하나의 선거구(9선거구)가 됨으로써 현직의원 2명 중에 1명이 의석을 내놓아야 했다. 그래서 두 현역의원이 맞붙은 선거가 지난 6월5일의 뉴저지 예비선거였다.

‘미국 의원이 아니고 이스라엘 의원’이란 말까지 들을 정도의 유태계 입장을 철저하게 고수했던 스티브 로스맨과, 이탈리언 이민 노동자의 아들임을 자랑삼아 외쳐오던 빌 패스크렐의 게임은 패스크렐이 압도적인 표차로 이겼다.
포트리, 팰리세이즈파크, 패라무스, 릿지필드 레오니아…등지의 한인들을 대표하는 연방의원은 12월까지만 ‘스티브 로스맨’이고 내년부터는 ‘빌 패스크렐’이다. 11월 본 선거에서 패스크렐을 당할 공화당 후보는 없다. 연방하원 435명중에 지역구민의 민생을 가장 잘 챙기는 의원으로 소문난 빌 패스크렐이 한인밀집지역을 담당하는 것은 우리 한인들에게는 “행운”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는 무슨 일을 해왔나

패스크렐 의원의 지역구 챙기기의 예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08년 뉴저지 몬테클레어 고등학교 미식축구선수가 게임도중에 뇌를 다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패스크렐 의원은 즉시로 의회에 법안을 냈다. 학생운동선수들의 신경검사(neurological testing)를 정부가 책임지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 제출해서 통과 시켰다. 서민계층 학생들도 같은 조건에서 체육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그는 또 지역구에 있는 패터슨폭포의 인근 120에이커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법을 통과 시켰다. 전국적인 명성의 뉴저지 넷츠(프로농구팀)를 러시아재벌이 인수할 때에 그 자본의 건강함을 연방정부가 나서서 검증하도록 하기도 했다.
그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세입위원회에 속해 있으면서 각종 명목으로 연방예산을 지역구로 끌어오는 데에 땀을 흘렸다. 미국의 산업혁명 시기인 1800년대 초반 2차 산업이 가장 활발했던 공업지역이 바로 오늘날 패터슨 지역이다. 탄광, 섬유, 직물 생산이 주를 이루었고 대륙횡단의 교통수단을 시작한 곳이다.

▲ “나는 Sunshine friend가 아니다”…빌 패스크렐 의원이 지난 1월23일 뉴저지 시민참여센터(당시 유권자센터)를 찾아와 한인언론들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일보

패스크렐 의원의 아버지는 철도 노동자였다. 그의 대가족 중에서 그가 유일한 대학 졸업자이다. 패스크렐 의원은 포담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14년 동안은 패터슨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패터슨 공익노조 사무총장으로 일하기도 했고 패세익 카운티의 교육위원장을 역임했다. 1987년에 주 하원, 그리고 1990년엔 패터슨시의 시장이 되었다. 1996년, 당시 패세익 카운티의 하원의원인 공화당의 ‘빌 마티니(Bill Martini)’에 도전해서 연방하원에 입성했다.

패스크렐 의원은 연방하원에 안주하지 않고 꿈은 뉴저지주지사직에 꽂혀 있다. 2001년엔 주지사직에 도전장을 냈다가 짐 프로리오를 지지했고 2005년엔 상원자리를 겨냥해서 존 코자인을 지지했지만 코자인은 자기의 상원자리를 쿠바계의 밥 메넨데스에게 물려주었다. 코자인 주지사는 그를 달래려고 대신해서 세입위원회(Ways & Means)에 들어가게 되었다.

2010년 중간선거전에 겁을 먹은 오바마의 백악관은 민주당내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백악관의 로버츠 깁스 대변인은 후보교체 바람을 일으키려고 퇴출 예상대상자로 패스크렐의 이름자를 거명했다가 본전도 찾지 못했었다. 패스크렐이 다져놓은 지역구의 기반을 그가 전혀 몰랐던 것이다. 패스크렐이 로버츠 깁스에게 “what the held do they think we have been doing the last 12 months? We're the ones who have been taking the tough votes.” 라고 한 말은 공중파 앵커들에게 유명한 말이 되기도 했다.

5월13일 ‘어머니날’에 위안부 기림비 찾아오다

공화당 바람이 무섭게 불어 닥친 2010년 선거전에서도 패스크렐은 63%의 지지율로 가볍게 당선되었다. 그가 다져온 지역구의 민심을 눈치 채지 못한 민주당내 한인들은 새로이 조정된 제9지역구가 어떤 지역구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필자는 처신을 철저하게 초당적으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하게 그를 한인사회에 소개했다.

한인미디어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빌 패스크렐’은 솔직하게 선거 때문에 찾아왔다고 하면서도 그렇다고 자기가 기회주의자(Sunshine friend)는 아님을 앞으로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DC에서 ‘마이크 혼다’ 의원으로부터 소개를 받았다며 필자를 찾아온 거물 ‘빌 패스크렐’은 선거 직전에, 필자는 “한인들의 이슈”라고 소개만 했지 요청한 적은 없었는데도 ‘동해병기’해야 한다고 지명위원회에 편지를 보내고 국무부의 담당자에게 전화까지 했다고 했다. 팰팍의 기림비를 조용히 방문하기도 했고 보좌관을 시켜서 한인자영업자의 현황을 조사해 오라고 했다. 한인노인단체인 상록회를 방문했다며 상록회장의 이름을 대면서 안부를 묻기도 했다.

워싱턴 의사당 카페테리아에서 우연히 만난 그는 필자에게 언제든지 자기 사무실을 방문해 달라고 하면서 24시간 운영하는 자신의 휴대전화번호를 내어 주었다. 과연 그는 지역 챙기기의 챔피언이다. 빌 패스크렐 의원을 한인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