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미주 한인사회의 대표를 자처하는 단체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이하 미주총연)이다. 물론 미주한인들 중에는 그들에게 대표권을 위임한 사람이 없다. 하지만 최소한 하는 짓이라도 대표기관 다운 모습을 보이면 그나마 참고 넘길 수도 있다.

그런데 미주총연의 모습을 보면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에 가관이다. 혹여 라도 국내외 관계자들이 미주총연의 수준을 미주 한인사회의 수준으로 오인할까봐 두렵다.

얼마 전 미주총연 윤리위원회의 회원 3명에 대한 영구제명과 또 다른 2명에 대한 3년 자격정지와 지역한인회 활동금지 처리문제만 해도 그렇다.
우선 윤리위원회의 관계자들이 그들을 정죄할 자격이 있는지 부터가 의문이다.

윤영수 윤리위원장은 지난 선거과정에서 유진철 후보 편에 서있던 인물이다. 물론 자신의 한 표를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를 한 것으로만 끝났다면 문제는 다르다. 그러나 윤영수씨는 선거과정에서 유 후보의 당선을 위해 회원들에게 금품을 뿌려댄 사람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한원섭 전 선거관리위원장은 20여 년 전 괌에서 한인회장을 역임한바가 있는 윤영수 위원장이 시애틀 지역에 거주하는 괌과 사모아 출신 한인회장들에게 5천 달러를 뿌렸다고 폭로했다. 윤리위원장으로서 행한 그이 행동에 대한 반격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어울리는 상황이다.
사실 선거관리위원회가 회칙의 규정대로만 선거를 치렀어도 미주총연 회장을 법원으로부터 임명받는 한심스러운 모습을 연출할 필요도 없었다.
후보자가 당선을 목적으로 회비대납과 회원에 대한 항공권 제공 그리고 향응을 베풀 경우 자격 박탈 그리고 당선을 취소하도록 회칙에 규정되어 있다. 얼마나 미주총연 회장 감투를 둘러싼 부정이 만연했으면 회칙에 이런 규정을 두었을까 싶다.

어디 그뿐인가?
선거와 관련해 시시비비도 미주총연 내에 설치된 중재위원회가 담당하도록 했다.
만약 중재위원회가 아닌 법원에 곧바로 제소를 할 경우 해당 회원은 10년 동안 자격정지이다. 또 중재위원들은 선거과정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회칙 중 어느 것 하나가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미주총연이라는 단체에서 회칙은 무용지물이라는 말이다.

지난 선거과정에서 등록된 1300여명의 회원 중 김재권, 유진철 양 후보 측이 회비를 대납해 등록시킨 정회원의 수가 1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회칙의 규정대로라면 양 후보 모두가 자격 상실이다.

때문일까?
기발하고도 기상천외한 유권 해석이 나왔다. 회비 대납은 미주총연의 관례라고 말이다. 회칙에는 그렇게 규정되어 있지만 통상 관례였으니 문제가 안 된다는 주장이다.
미주총연 내부의 막강한 실력자들이 이런 유권해석을 하는 상황에서 한원섭 선관위원장이 양 후보에게 부정선거의 책임을 물어 자격 상실을 선언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했을 런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윤리위원들의 눈에는 부정선거와 관련된 모든 문제가 김재권 후보자를 도왔던 인사들로 인한 것으로 보인 것인지도 따져 볼 사항이다.

지난 선거과정에서 김재권 후보가 유진철 후보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유 후보에 비해 더 많은 금품을 뿌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윤리위원들의 시각이 아닌가 싶다. 때문에 선거와 관련된 모든 부정에 대한 책임은 김재권 후보를 도운 사람들에게만 물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궁금스럽다.

여하튼 미주 한인사회의 대표기관을 자처하며 초등학교 학생회 수준에도 못 미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미주총연 실상이고 보면⋅⋅⋅

이러한 문제가 늘 야기되는 이유는 미주총연에서의 회칙이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웃기는 광경은 총회만 열리면 빠지지 않는 메뉴가 ‘회칙개정’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댈러스 임시총회에서도 어김없이 회칙개정이라는 메뉴가 등장했다. 회비납부 마감시한과 관련된 안건이다.
6월 30일까지 회비를 납부한 자에게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행사 할 수 있는 정회원 자격을 부여하기로 회칙을 개정한 모양이다.

실력 없는 목수가 연장 탓하고, 공부 못하는 학생이 연필 탓한다고 했던가. 미주총연이라는 단체의 모습이 꼭 이와 같은 것은 아닌가 싶다.

그동안 미주총연은 회칙 때문에 엉망진창이 돼 미주 한인사회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했는데, 이에 대해 미주총연 관계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댈러스에서 회비 납부 시한과 관련 회칙개정을 주장한 관계자들의 의도는 알바가 없다. 다만, ‘정 회원들의 회비 납부 마감시한을 차기 회장선거 1년 전 쯤으로 당기자. 차기회장 감투를 노리고 1년 전부터 입후보를 선언하는 후보자가 없을 테니 당연히 고질적 병폐로 지목되어온 입후보자에 의한 회비대납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냐’고 했을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물론 회칙개정의 의도가 추락된 단체 위상을 높이기 위한 순수한 의도라면 별 문제는 없다.
그러나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듯이 그동안 미주총연 관계자들이 펼쳐온 작태를 보면 결코 순수한 의도만으로 이루어진 회칙개정은 아닌 듯 싶다.

개정된 회칙대로 금년 6월 30일까지 회비를 납부한 사람들에게만 정회원 자격이 주어진다면 대부분의 정 회원은 현 집행부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 국한 될 것이다.

미주총연의 회비는 대납이 관례라고 했지 않는가. 하지만 아직까지는 회비를 대납해줄 인물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임원 이사들이 내는 ‘부담금=회비’이다.
그런 연유인지 댈러스 임시총회의 회칙개정 이유로 ‘유진철 회장이 차기 회장직 재임을 노린 꼼수’라는 소리가 나돌고 있다.

미주총연이라는 단체에서의 회칙은 무용지물로 전락한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회장 감투를 위해 회칙개정이라는 꼼수까지 동원했다고 한다면 이는 정말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스스로를 미주 한인사회의 대표자라고 자처하는 일만 없다면 전봇대로 이를 쑤시건 상관할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