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석 상임이사

에이팩(AIPAC,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의 연례총회장에서 가장 놀랐던 일은 그들이 한 해에 거두어들이는 모금액이다. 총회보고서에 2백만 달러 이상의 기부자만을 공개하는 데에도 깨알만한 크기의 글씨로 한 페이지가 꽉 찬다.

2007년도엔 1억 달러 기부자가 있었다. ‘카지노 황제’로 통하는 셸던 아델손(Sheldon Adelson)이다. 아델손은 빌 게이츠, 워렌 버핏에 이어서 미국에서 3번째 부자다(포브스지 선정). 아델손은 미국의 유태인 학생들을 이스라엘 방문시키는 프로그램에 1억 달러를 내 놨다. 유태인 2세들에게 자기 민족의 정체성을 갖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만찬장의 사회자가 1억 달러를 기부한 셸던 아델손을 소개한다고 호명을 했는데 그는 바로 필자의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가 연단으로 나갔다. 그는 “유태인의 후손임을 잊지 말자!”고 연설했다. 1억 달러면 백만 달러가 백번이다. 한국 돈으론 1천1백억 원이다. 2세에게 자기민족의 정체성을 교육시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전체 유태계들에게 일깨워주는 계기였다. 그 후로 아델손의 1억 달러에 기부금이 붙어서 지금은 그 기금이 50억 달러 가깝게 조성되었다.

에이팩에 1억 달러 기부

아델손은 1933년 보스턴 외곽의 흑인 밀집지역인 도체스터에서 태어났다. 택시기사인 아버지는 우크라이나 태생 유태인이다. 아델손은 뉴욕시립대학을 중퇴하고 맨해튼에서 부동산 중개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얼마간 사업 기반을 쌓자 전시(Show)사업에 손을 댔다.
아델손은 1979년 미국 최대의 컴퓨터 전시 쇼인 컴덱스(COMDEX)를 설립했다. 지금도 이 전시 쇼는 뉴욕이나 시카고에서 그리고 가을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이 컴덱스는 전 세계의 산업집결지가 되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컴덱스 쇼가 인연이 되어 1988년 아델손은 라스베이거스의 샌즈 카지노 호텔을 인수했다. 그는 도박장만이 아니고 라스베이거스 인근에 대형 컨벤션센터를 지어서 복합 리조트단지를 조성했다. 라스베이거스를 중심으로 한 미국 카지노 산업 초기엔 유대인 범죄 조직들이 들끓었지만 아델손의 역할로 투명하고 건전한 합법 산업으로 변모했다.
아델손은 라스베이거스를 기반으로 사업영역을 아시아로 확대했다. 도박을 좋아하는 중국인을 겨냥해서 2004년에 마카오에 ‘샌즈 마카오 카지노’를 세웠으며, 2010년엔 싱가포르에 ‘마리나베이 샌즈 카지노’를 세웠다. 그래서 그는 세계적인 카지노의 황제로 불리고 있다.
그가 지난 5년 연속 미국에서 3번째, 세계에서는 8번째의 부자로 인정받지만 ‘현찰 부자’로는 단연 1등이다. 2005년 한국을 방문해서 인천이나 서울에 카지노 리조트 설립을 타진했지만 내국인 출입제한 조건으로 한국진출을 일단은 미루어 놓은 상태다. 투자를 유치하려는 전남도지사(새만금)나 인천시장(송도)이 만나려고 공을 들이는 사람이다.

‘자선은 사회적 책무’

▲ 셸던 아델손 라스베이거스의 샌즈 카지노 회장, ⓒfresnobee.com

아델손은 젊은 시절 민주당을 지지했다. 그러나 90년대 초에 공화당으로 마음을 바꾸었다. 조지 부시 대통령, 그리고 최근엔 뉴트 깅리치에게 적지 않은 정치헌금을 냈다. 그는 열렬한 시온주의자답게 정치헌금을 한다. 깅리치가 미국 공화당 정치인 중에 가장 친 이스라엘 정책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의 정치적인 성공여부를 따지지 않고 그를 지원했다. 2012 대선예선전에 깅리치를 위해서 1천만 달러를 내기도 했다.
그는 정치 헌금뿐만이 아니고 일반 사회사업에 통 크게 기부하는 기부자로 유명하다. 교육. 의료 분야의 대형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자신이 가난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던 보스턴 소재 수개의 의료기관의 지체장애인 재활 사업에 거금(수억 달러)을 기부했다. 밀집된 도박장으로 인하여 교육환경이 극히 불량한 라스베이거스 지역 중등교육기관에도 많은 돈을 냈다.
많은 유대계 미국인들이 그렇듯이 셸던 아델손도 자선을 사회적 책무로 여긴다. 아델손은 돈을 버는 만큼 사회기부에 열성적이다. 아델손이 기부를 중시하는 것은 그는 이것을 일종의 장기적 투자로 생각한다. 돈을 많이 내면 발언권이 커지고 아울러 사회적 영향력도 커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민족정체성은 인간의 뿌리

지난 14일자 뉴욕타임스는 아델손이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인 밋 롬니의 슈퍼팩에 1천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고 보도 했다. 셸던 아델손은 열렬한 시오니즘(팔레스타인지역에 유대 국가를 건설한다는 운동) 신봉자 이다. 그래서 프로 이스라엘 정치인인 깅리치를 지지했지만 공화당의 후보가 밋 롬니로 결정된 지난 5월초에 아델손과 롬니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났고 그 후 아델손은 1천만 달러를 밋 롬니의 슈퍼팩에 기부했다고 보도했다.
선거판의 괴물로 통하는 슈퍼팩에 1천만 달러를 기부하면 그 선거는 그의 손아귀에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아델슨 주변에선 “그가 1991년 두 번째 부인 미리암 옥션과 재혼 이후에 이스라엘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 짙어졌다”고 말한다. 중동전쟁을 이스라엘에서 겪은 옥션이 아델손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음이 분명하다. 아델손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스라엘 시민로비 단체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에이팩의 최대후원자이기도 하다.

셀던 아델손은 가장 크게 성공한 유태계 미국사업가다. 대부분의 성공한 유태인들이 그렇지만 그도 마음속 가장 깊숙하게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유태인의 후손이란 것이다. 민족적 정체성이다.
어떻게 이들은 주류사회에서 성공할수록 자기 민족을 더욱 더 크게 부르짖는가?
어떻게 이들은 중동에서 문제가 생기면 하나같이 들고 일어나는가?
셸던 아델손의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보면서, 성공하고 출세한 한인 2세들은 어떤가를 혼자서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