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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좌파 '유진 데브스’
LA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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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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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중앙일보 <시론> / 이길주 버겐커뮤니티칼리지 교수 ]


"나는 노동자들의 지도자가 아닙니다. 나는 여러분이 나나 또 다른 이의 뒤를 따르기를 원치 않습니다. 여러분이 자본주의의 황야에서 여러분을 해방시킬 모세를 찾고 있다면 지금 그 자리에 그대로 남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머리와 손을 사용해 여러분 스스로가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야 합니다."

미국 역사에 있어서 가장 대표적인 사회주의자 유진 데브스가 1906년에 한 말이다. 이 짧은 선언은 미국의 좌파철학 핵심으로 평가 받는다. 사회주의는 특정 도그마 지도자 또는 체제를 신봉하고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경험을 통해 자유를 찾아가는 여정이란 뜻이다.

데브스는 한때 뉴욕타임스가 '인류의 적'이라고 불렸던 노조 지도자였다. 14세에 열차의 화부가 된 그는 자본주의가 팽창일로에 있던 19세기 말 강성노조의 대명사인 철도노조를 이끌었다. 그는 미국 노동사에서 최악의 노사 대립의 하나로 기록된 1894년 '풀맨 파업(Pullman Strike)'의 선봉에 섰다. 13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당시 가치로 8000만 달러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이 파업은 '데브스의 반란'이라고도 불린다.

이 같은 투쟁성 강한 데브스는 감옥에서 사회주의자가 된다. 그는 더 나은 임금과 노동환경 쟁취를 위해 "나를 따르라"고 외치지 않았다. 대신 "생각하고 행동해 자유를 얻자"고 호소하는 철학적 전향(?)을 한다.

그리고 1912년 대통령 선거에 사회주의당 후보로 출마해 전체의 6%인 90만 표를 득표한 진기록을 세운다. 데브스는 1918년 내란선동죄로 10년형을 선고 받고 감옥으로 보내졌다. 제1차 세계대전을 제국주의적 팽창과 노동자의 착취에서 비롯된 자본주의 전쟁이라고 비판했기 때문이었다. 이 재판의 최후진술에서 데브스는 자신의 사회주의 철학을 다시 정리했다.

"재판장님 오래 전 나는 이 땅의 가장 평범한 사람들보다 하나도 나을 것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계층이 있는 한 나도 그들에 속하고 죄를 지을 수 있는 근성이 그들에게 있다면 나에게도 있습니다."

데브스는 사회주의의 소위 선봉 전위의 개념을 거부했다. 영웅주의도 경계했다. 데브스는 1920년 대통령 선거에 옥중 출마해 91만 표를 얻었다.

1921년 크리스마스. 데브스가 감형조치로 석방되던 날 형무소의 재소자들은 그에 대한 존


경의 뜻으로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는 워렌 하딩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했다. 데브스를 맞이하면서 하딩 대통령이 던진 인사말은 미 정치사의 전설로 남아있다.

"데브스씨 참 빌어먹도록(damned) 당신에 대해서 많이 들어왔는데 이제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니 기쁩니다." 보수주의자 하딩은 대통령답지 않게 'damned'를 썼는데 데브스에 대한 그의 애정을 듬뿍 담아내고 있다.

1966년 연방정부는 데브스의 생가를 국가 역사 유적지로 정했다. 1990년에는 '노동 명예의 전당'에 그의 이름이 올랐다. 그의 사회주의 이상이 미국 사회 발전에 기여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데브스의 생애를 떠올리니 김지하 시인의 담시 '오적'의 첫 시말이 떠오른다. "시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이것을 빌려 한국의 좌파진영에 조언하고 싶다. "좌파를 하되 좀스럽게 하지 말고 똑 데브스처럼 하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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