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이민선 '캘릭호'가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한 것은 1903년 1월이다. 그로부터 110년이 흘렀다.

미국 백악관 공공업무실(OPE)은 지난 6월 7일 오전 9시(현지시각)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우스코트 오디토리엄에서 한인 대상 국정설명회를 개최했다. 백악관이 한인 출신 미국인들만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국정설명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국정설명회에는 워싱턴 DC와 보스턴, 시카고, LA, 애리조나, 실리콘벨리 등 미국 전역의 한인단체 대표를 비롯해 한인차세대 리더 150여명이 참석했다. 설명회는 질의응답을 포함해 무려 3시간 30분 동안 진지하게 진행됐으며, 참석자들 또한 당당한 모습으로 한인들의 입장을 전했다.

백악관은 한인 참석자들을 위해 김밥과 떡, 만두, 잡채 등 한식으로 된 음식을 준비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백악관이 한인들에 대해 관심을 고조시키는 이유는 한인사회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행정부와 의회 그리고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는 한인들이 주류사회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한다.

미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아시아 태평양지역 커뮤니티와의 유대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이다. 지난 2월 6일, ‘백악관 아시안 태평양 자문위원회’는 워싱턴 지역 한인 비즈니스 리더 10명을 비롯해 중국계, 베트남계, 인도계 등 60여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 활성화 방안을 브리핑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실현을 위해 아태계 비즈니스 리더들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7일 한인 초청 국정설명회에서 상무부 관계자는 미주 한인의 경제력 규모가 에콰도르나 도미니카공화국과 비슷한 규모로 세계 65위에 해당된다는 통계를 내놨다. 한인 경제력이 미국경제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고, 갈수록 그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을 한 것이다.

이러한 한인들의 위상은 미주 이민 110년의 세월동안 한인1세대의 피와 땀과 눈물이 바탕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 한인차세대들은 미국 주류사회 곳곳에 진출하여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날 국정설명회는 행정부 각 부처의 고위⋅실무급 담당자들이 대거 참석해 한미동맹 현안을 비롯해 탈북자 문제 등의 북한관련 이슈와 한미 FTA, 교육, 이민관련 현안들에 대한 브리핑을 했고, 한인 참석자들은 한인의 입장을 소신 있게 전달하는 등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모임을 주도한 한인위원회(CKA) 마이클 양 회장은 “한인들이 미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는 말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의 한인정치력 위상은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한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의 주류사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기존의 틀을 깨고 오바마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었고, 올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로는 이단으로 취급받는 몰몬교 출신 롬니가 떠올랐다. 향후 한인출신 미 대통령을 기대하는 것도 어려운 일만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교포전문가들은 이를 위해서는 미주 한인들에게 요구되는 선결조건과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주류사회에 진출하려는 노력과 정치력신장을 위한 미국 내 선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한인사회 분열과 반목을 일삼고 있는 일부 구시대 한인지도자들을 배척하는 한편, 한인차세대를 중심으로 한 한인커뮤니티의 단합과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봉사하는 자세 또한 한인사회가 추구할 일들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제 미주 한인사회의 위상 정립과 정치력신장은 모국에 기웃거리는 정치 지향적 인물이나 개인의 영달을 목적으로 목소리만 높이는 일부 한인지도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류사회 일원으로 역할을 다하며, 힘을 모으고 있는 한인 차세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백악관의 한인초청 국정현안설명회엔 백악관에서 시드니 사일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북한 담당관을 비롯해 크리스토퍼 강 대통령 법률 선임고문, 크리스토퍼 루 대통령 정무담당 수석보좌관, 해롤드 고(한국명 고홍주) 국무부 법률고문 등이 참석했으며, 한인 참석자로는 CKA 마이클 양 회장을 비롯해 CBS의 인기 리얼리티쇼 '서바이버 (Survivor)'의 아시안 최초 우승자이자 방송인 권율, 컨설팅 홍보기업인 '버슨마스텔러'의 마케팅 총괄책임자 에스터 리, 보스턴 시의원 출신의 샘 윤(노동부 정책고문), '북한 탈출'의 저자 마이크 김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