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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언어교육, 남이 아닌 바로 우리가 해야
남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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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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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영선 / 흑룡강성 령안시조선족중학교 교원 ]


   
중국 대학입시를 코앞에 두고 어떻게 하면 조선 어문 성적이 제고될 수 있는가 물어오는 학생들이 있는데 성적이 올라가지 않아 속을 태우는 그들의 안타까운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게 물어오는 데는 말 그대로 ‘코 막고 답답하다’는 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 어문 성적이 낮은 학생들 대부분이 우리말로 된 단어의 기본뜻을 알지 못하고 있으며 그 단어의 뜻을 몰라 물어오게 되는데 해석하면 듣기 싫은 말이지만 ‘소귀에 경 읽기’라고 하면 가장 적합할 것 같다. 허나 그 말뜻을 한어(漢語)로 바꾸어서 해석해주면 금방 알아듣는 그들이다. 우리 글로 된 과외독서는 아예 하지도 않아 단어 익힘 량이 너무도 적어 작문이라고 지어보았자 너무도 메말라 읽을 멋이라고는 없다. 그러니 어찌 단시일 내에 조선 어문 성적을 제고시킬 수 있겠는가.

현재 우리 조선족학교들의 현황을 보면 소학교든 중학교든 교정에서 학생들 거의 모두가 한어로 일상대화를 하고 있으며 또 그렇게 한어로 대화를 하는걸 아주 정상적인 일로 혹은 자랑으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중고생의 경우 조선어문을 제외하고 거의 한어로 혹은 한어와 조선어를 병용으로 사용하여 교수하는 실례가 많기에 한어로 접촉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거기다 현재 대학을 졸업한 조선족청년들은 교직에 몸담으려 하지 않다보니 한족청년들이 우리의 교육현장에 참여하는 수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인데 그들은 전부 한어로 교수하고 있다. 이러한 정황 하에서 우리의 학생들이 우리의 언어와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어 이제 조선어문시간이 가장 유일한 표현시간으로 되고 있다.

학교마다 한족교원들이 십여 명씩 되고 또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보니 학교의 각종회의나 활동에서 우리말이 아닌 한어가 늘어나고 있으며 학급회의 등 각종활동도 우리말보다는 한어가 더 많은 비례를 차지하고 있다. 때로는 이게 조선족학교인가 싶을 정도로 떨떠름해질 때도 있으며, 그 뒤끝은 서운한 마음이 가득하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며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개혁개방 30여년, 한중수교 20년과 더불어 우리 민족의 대이동이 생기면서 우리의 언어와 문자, 전통문화를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가 큰문제로 대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과 지성인들이 우리 민족의 언어와 문자를 살리고 전통문화를 이어가기 위하여 동분서주하며 자신의 마음과 힘을 고스란히 바쳐온 일들을 생각하면 우리들의 마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우리 민족의 언어와 문자를 지켜가고 전통문화를 어어 가는 가장 전초적인 진지가 바로 교육임은 누구나 자인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의 언어와 문자, 전통문화를 지켜가기 위한 우리의 교육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간혹 웅변대회나 낭독낭송대회, 전통문화에 대한 강의로 우리 민족의 언어와 문자, 전통문화를 지켜나가는데 한몫했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단순한 생각이며, 과대평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말과 글의 정확한 사용과 활용은 한 두 번의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한 두 번의 강의로 전통문화가 계승발전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길에서 우리 민족 언어문자를 살리고 전통문화를 계승발전 시키려면 지속적인 노력은 물론 보편화, 보급화가 되여야 할 것이다.

보편화, 보급화가 되여야 할 전초기지인 우리의 교육현장이 온통 한어 일색이라면 어찌 말과 글을 살리고 전통문화를 계승발전 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자임할 수 있겠는가? 민족의 언어와 문자가 소실되고 전통문화가 잊혀져간다면 그 대부분의 책임을 우리 교육이 짊어져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더는 다른 누구를 믿거나 다른 누구에게 의탁하지 말고 우리가 바로 이 일을 해야 함을 심각하게 깨닫고 의식적으로 그리고 의무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다.


(흑룡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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