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사슴
                                                                                                       최병인 지음

이 소설의 저자 최병은 씨는 해양학 전공자에서 작가로 변신했다. 그의 소설 ‘하얀 사슴’은 스웨덴의 북쪽 샴족이라 불리는 소수 민족의 어느 가정이 한국에서 입양한 아이를 잘 키워 꿈을 이루어 가는 내용이 주된 줄거리이다.

이 소설 첫머리에 묘사된 샴족에 대해서 관심이 크다. 1988년 민음사에서 디오세지가 편찬한 ‘시베리아 사머니즘’의 번역서를 낸 바 있다. 저자는 헝가리 출신 샤먼 연구자로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학자이다. 나는 수년 전에 그 디오세지의 ‘시베리아 샤먼의 추적’이란 책을 들고 그가 이르츠크 등지에서 조사할 때, 안내한 전이르츠대학 부리야트(몽골 민족의 하나)인 여루 러시아 문학자 교수를 만나서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들은 한국의 장구와는 다른 시베리아 샤먼들이 사용하는 단면북이 널리 사용되는 점에 주목하고 샴족의 북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졌다. 사할린 거주 사면 연구자 탁사미 씨와도 만나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도 그 점에서 시베리아 샤먼 문화권의 최서단 스칸디나비아 3개국인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그리고 러시아의 최북단의 라플란드에 살고 있는 샴(Sami 또는 Saami)족에 대해서 관심이 컸다.

샴족은 그 지역의 선주민으로서 인구는 최근 8만5천 명 정도라고 한다. 그들은 고유의 샴어를 사용하며 전통문화를 유지하는데, 그 중에 샤머니즘이 도시 속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샴족과 사할린은 지리적으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지만 순록을 사육하는 점, 또 샤머니즘을 숭배하는 점에서 거의 같은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지리적 거리를 초월한 지구촌 시대를 무대로 하는 이 소설에서 작가 최병은 씨는 샴족을 상징하는 가축인 순록을 한라산의 백록담 전설과 연결시키고 있다. 북유럽의 사슴 문화는 사할린의 선주민족과 거의 같은 문화권을 형성하고, 동시에 제주도의 하얀 사슴(白鹿)과 연결시키려는 지구화의 꿈을 이 소설에서 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꿈을 현실로 묘사한다. 샴족 사회도 한국 사회와 비슷한 부계 사회이다. 자식이 없으면 법에 따라 모든 유산은 국가로 귀속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한 가정이 자식이 없어서 한국으로부터 입양을 하게 된다. “한국인들은 남다르게 혈연을 중시합니다. 혈통을 중시하는 것은 우리 샴족과 비슷한데 그 정도가 너무 심군요?”라는 지적처럼 한국은 철저한 혈통주의 사회로서 남의 자식을 받아들이는 입양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동안 전쟁고아 등 많은 아이들이 선진국으로 입양되었다.

지금은 그들이 잘 성장하여 그 나라에 크게 공헌하는 사람이 많지만 예전에는 한국이 해외 입양 수출국이라는 이미지가 컸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러한 이미지를 불식한다. 이 소설에서 샴족도 같은 샴족끼리 결혼해야 하는 사회의 틀을 깨고 사랑의 가교로서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장면으로 전개된다. 작가 최병은 씨는 입양을 국경을 뛰어 넘는 국제적인 사랑으로 다루고 있다.

“입양아들은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오고 있습니다. 남미의 여러 나라와 아프리카, 그리고 동구라파와 아시아에서는 인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그리고 코리아 등 많은 나라에서 오고 있지요.”
“그 중 ‘코리아’인들의 모습과 심성이 우리 샴족과 너무나 닮고 또 코리아 입양 고아들도 이곳에 많이 있어서 아예 다른 곳에는 신청도 해보지 않고 바로 ‘코리아’로 입양 수속을 했대요.”

작가가 의도하는 국경을 뛰어 넘는 사랑이 유감없이 서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