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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진보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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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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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코리아 <데스크칼럼> / 최윤주 편집국장 ]


   
▲ 최윤주 편집국장

갈등의 시대다. 한국 신문은, 방송은, 세상은 온통 갈등의 분란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마냥 밝고 맑아야 할 학창시절은 ‘왕따’라는 갈등의 칼끝에서 위태로운 곡예를 부리고, 도를 넘은 성문화는 정치인 연예인 종교인을 가리지 않고 건전한 가치관을 조롱하며 음란의 춤을 춘다. 상식 위에 비상식이 올라서고, 최소한의 도덕이 인면수심의 범죄와 대립하며 갈등하는 세상이다.

갈등이 없는 인간사는 없다. 노사갈등, 정치갈등, 세대갈등, 문화갈등 등 사회적인 차원의 갈등은 차치하고서라도, 살아가는 매순간 부딪히게 되는 개인적인 갈등들은 대인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불가피하게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곪으면 터지는 법. 적절한 대처 없이 갈등이 쌓이면 분란이 되고 대립이 되어 결국 터지고 만다.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태를 겪고 있는 한국 통합진보당의 현 모습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주말(12일) 통합진보당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는 보는 눈을 의심케 했다. 대한민국 제도 정치권에서는 유일하게 갈등보다는 화합을, 분란보다는 통합을 추구하는 곳이라 여겼던 국민들의 기대는 가차 없이 짓밟혔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심하게 찍히는 배신감도 크지만, 진보정치의 처참한 추락을 보는 것 같아 참담하기 짝이 없다.

이번 사태를 가리켜 ‘2012년판 용팔이사건’이라는 말이 나온다. 용팔이사건은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대회를 조직폭력배들이 방해한 사건이다. 폭력배들은 전국에 산재한 20여개의 통일민주당 지구당에 각목과 쇠파이프를 들고 난입, 기물을 부수고 당원들을 마구잡이로 폭행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민주세력을 탄압한 과거 군사정권의 대표적인 정치공작 중 하나였던 용팔이 사건은 그나마 양반이다. 적어도 같은 편의 뒷통수를 치는 치졸한 싸움은 아니었으니까.

헌정 역사상 당원과 당 간부가 몰려들어 당 지도부를 폭행한 사례는 없다. 그런데 가진 건 도덕성밖에 없는 아니, 그렇다고 믿었던 한국을 대표하는 진보정당에서 ‘당 지도부 폭행’이라는 전대미문의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난투극의 선봉은 ‘당권파’라고 불리는 통합진보당 내 ‘경기동부연합’. 당권파라는 말에서 가늠할 수 있듯이 당의 권력을 틀어진 이들이다. 4.11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되기 전,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당내 선거에서 당권파들이 부정선거를 저질렀던 것이 발각되면서 통진당 사태는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부정선거에 이어 폭력사태까지 한국 정당사에 길이 남을 사상 최악의 추태을 보이면서도 도대체 그들에게서는 털끝만큼의 반성의 기미도 찾아볼 수 없다. 결국 문제는 전근대적인 좌파의 추잡한 욕심과 지배력 관철을 위해서라면 폭력도 불사하는 낡은 진보의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진보. 나아갈 진(進)에 걸음 보(步). 걸음을 내딛는다는 뜻이다. 단어의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진보는 완성체가 아니다. 진행형이다. 어떤 난관과 역경이 발 앞에 있더라도 뚜벅뚜벅 한 걸음 한 걸음 앞을 향해 내딛는 뚜벅이의 자세가 진정한 진보의 자세다.

완전체이지 못하기 때문에 실수도 있고 문제도 있을 수 있다. 결점이 없어야 진보다운 것이 아니라 갈등이 드러났을 때 힘을 모아 민주적으로 해결해야만 진보다운 것이다.
진보정당은 민주정치를 갈망하는 대중의 희망이다. 제 살을 깎아내는 아픔이 있더라도 드러난 낡은 진보의 후진성을 과감히 도려내고 진보정치를 향한 뚜벅이 걸음은 멈춰서면 안 된다. 진보의 자정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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