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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대항해 자립을 외치는 중남미 국가들
다나카 사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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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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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나카 사카이 (田中 宇) / 국세정세분석가 ]


4월 15일, 콜롬비아의 카르타헤나에서 열린 미주 정상회의는, 결론을 내지도 못하고, 공동선언을 선포하지도 못한 채 폐막되었다. 또한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 대통령의 경호원들이 카르타헤나에서 매춘을 했다는 일이 폭로되는 등, 시간낭비의 쓸모없는 회의였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공동선언을 내지 못할 정도로 분란이 있었던 것은, 쿠바문제와, 마약대책의 현실성을 둘러싸고, 패권국인 미국의 주도권에 반론을 펴지 못했던 중남미국가들이, 미국이 제창하는 방향성과 다른 정책을 결속해, 강력하게 내세운데 원인이 있었다. 미국과 중남미 국가들의 역학관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번 미주 정상회의는 획기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회의에서 공동선언을 내지 못한 주요 원인의 하나는, 미국이 쿠바를 계속 적대시하며 "정치개혁을 해서 민주주의 국가가 되지 않는 한, 정상회의의 참가를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데 대해,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의 적대정책을 "낡고 냄새나는 냉전체제의 잔재"라고 비판하고, 쿠바의 참가를 강력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미주회의에 참가하는 34개국 중, 중남미 32개국이 쿠바의 참가를 요구했고, 미국과 그 동맹국인 캐나다 2개국만 반대했다. 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콜롬비아 등 미국의 색깔과 같은 국가가 있으나, 이번에는 미국 편에 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남미 국가사이에는 냉전시대부터, 쿠바의 참가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었기에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2009년의 회의에서도, 중남미 국가들은 쿠바의 참가를 요구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남미 32개국이 "쿠바의 참가를 인정하지 않는 한, 다시는 미주 정상회의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표명한 점이 확연한 변화다. 에콰도르와 아이티, 니카라과의 대통령은 미국이 쿠바의 참가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항의해 회의에 결석했다. 니카라과 대통령은 회의에 와야 할 날짜에 수도인 마나구아에서 쿠바를 지지하는 국민집회를 열었다.

오바마 정권은, 선대인 부시정권에 비해, 쿠바에게 관용적인 자세를 취해 왔다. 하지만 금년은 대통령선거로 오바마는 재선을 노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플로리다를 거점으로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을 강하게 적대시하는 망명 쿠바인의 세력(군산복합체의 일부)이 강한 정치력을 가지고 있다. 오바마는 가을 선거전에 미주정상회의에 쿠바의 참가를 허용하면, 망명 쿠바인들의 강한 반발을 사게 되므로 선거에서 불리하게 된다. 오바마는 쿠바의 참가를 인정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 영국의 약화를 틈타, 포클랜드 탈환을 시도

미국, 캐나다와 중남미국가가 대립한 또 하나는 아르헨티나와 영국이 영유권을 다투고 있는 "마르비나스 제도(포클랜드제도)" 문제다. 아르헨티나만의 마르비나스는 대서양상의 전략거점으로 그 근해에서는 해저유전도 발견되었다. 1820년에 아르헨티나가 독립하자마자 영유권을 선언했으나 그 후로도 영국이 영유했고 1982년에 아르헨티나의 군사정권이 경제혼란에 의한 국민의 불만을 돌리기 위해 마르비나스을 공격해 점령했으나 영국에게 반격을 받고 패배해 철수한 바 있다.

이번에 아르헨티나는 리먼 쇼크 후에 영국이 경제력을 읽고, 군비도 축소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세계적으로 유럽과 미국의 지배에 대한 반감이 높아가는 것을 틈타 중남미국가들의 지지를 얻어 마르비나스 탈환을 위한 정치적인 시도를 재연했다. 지금까지 중남미에서도 아르헨티나의 주장을 강력하게 지지했던 것은 반미주의인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대통령이 유일했으나 이번 미주정상회의에서는 미국과 캐나다이외의 32개국 전부가 아르헨티나를 지지했다.

미국은 911이후, 영국과의 동맹관계를 경시하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선진국끼리의 교분으로 영국을 지지하고는 있으나 금후 경제면에서 중남미시장이 미국과 캐나다 기업에게 있어서 중요성이 증가하는 만큼 마르비나스와 쿠바 문제에서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 양보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캐나다 신문에서는 "금후, 경제적 성장을 하는 중남미의 중산계급의 소비가 캐나다에게 대단히 중요해질 것이다. 캐나다는 중남미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90년대까지 중남미는 경제적으로 미국에게 의존해왔으며, 미국의 압력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남미의 대부분이 신흥시장으로 성장하고 브라질은 경제규모에서 영국을 제치고 중국과의 경제관계도 강화되고 있다. 중남미는 미국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신흥제국과의 경제관계로 생존이 가능해진 것이다. 금후 중남미에게 있어 미국과 유럽보다 신흥제국끼리의 관계가 더욱 더 존중되어갈 것이다. 미국에게 반대하지 못했던 중남미가 이제는 외교면에서 자립을 강화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이 있는 것이다.

▼ "마약전쟁" 그 종말의 시작

또 하나, 중남미국가와 미국이 대립하고 있는 것은 마약대책에 관한 것이다. 콜롬비아 등 남미에서 멕시코를 경유해 마약조직이 미국으로 대량의 마약을 밀수하고 있다. 미국은 냉전시대부터 마약 단속을 군사문제로 취급해 "마약 전쟁"이라고 하면서 중남미 국가들의 군대와 경찰을 강화해 마약조직과 싸우게 해왔다.

하지만 마약전쟁은 미군과 관련사업(군산복합체)가 그들의 이권을 유지⋅확대하고 있는 것을 감추려는 목적으로 변질되어 미국의 마약수사당국(EDA)이 수사를 위해서라며 멕시코의 마약조직원의 활동을 묵인하고 당국의 수사계획을 알려주기도 하고, 미국의 무기 상인이 멕시코 조직에게 대량의 무기를 팔도록 해 마약전쟁이 끝나지 않도록 획책해왔던 것이다.

그 결과 멕시코에서는 마약조직이 경찰보다 강력해져 그들에 의한 살인 등이 일상화되어 5년 사이에 5만 명이 사망했다. 911이후 군산복합체는 중남미의 마약전쟁보다 중동의 테러전쟁(알 카이다를 강화시켜 테러를 유발시켜 미국정부에게 거액의 테러 대책비를 내게 만드는 정책)을 중요시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마약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미주정상회의에서는 마약조직과 싸워온 전 장군출신인 과테말라의 모리나 대통령이 주도해 "마약단속을 전쟁으로 다루고 있는 미국주도의 정책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아무리 엄격하게 단속을 해도 수요가 있는 한 밀매는 계속된다. 오히려 마약을 범죄로 취급하는 것을 그만두고 술과 담배처럼 규제책과 마약중독치료를 중요시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편이 마약밀매의 가격을 떨어뜨려 마약조직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으로 관련국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정상회의는 중남미국가가 미국의 '마약전쟁'의 실패를 선언한 회의로서 획기적인 자리가 되었다. 종래, 학자와 각국의 전 관료가 '마약전쟁'의 실패를 선언한 적은 많았지만 중남미와 미국이라는 관계국의 정상들이 모인 공식적인 외교무대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마약전쟁의 실패를 선언한 것은 최초의 일이며 이번 정상회의에서 진정한 마약전쟁의 종결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남미측이 주장하는 마약의 비범죄화에 미국정부는 당연히 반대했다. 허나 오바마 정권의 마약문제담당 책임자(Gil Kerlikowske)는 '마약전쟁'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기피하고 최근 발표한 마약대책의 정책입안 보고서에서 마약 중독을 윤리의 결여로 보지 않고 치료가 가능한 병으로 취급해 마약단속과 중독의 치료, 마약방지를 위한 사회교육이라는 세 개의 기본 정책으로 나가야 한다고 보고했다.

오바마 정권의 마약대책은 메디케어(고령자등을 위한 관제 건강보험)에 대한 지출증가가 계속되어 미 정부의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대책과 연계시키고 있다. 메디케어의 커다란 위기의 하나는 전 부시정권이 의사가 처방하는 처방전의 보험적용을 제약회사의 압력을 받은 대로 인정했기 때문에 처방약에 관한 보험회계의 적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약문제에 대한 미국과 중남미국가들의 자세는 의외로 근접한 면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현실의 상황이 정책의 전환을 방해하고 있다. 미 정부의 신년도 예산에서는 여전히 마약수사와 중독치료의 비율이 6대 4로 수사의 지출이 높다. 이 비율은 '마약전쟁'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70년대의 닉슨정권과 다름이 없다. 오바마는 미국이 군산이권주도의 바보 같은 정책을 계속해왔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과 군산복합체의 반격은 만만치 않은 것이다.

▼ 중남미국가들의 자립은 여유롭게 진행 된다

국제정치면에서 보면 중남미는 눈에 띄지 않는 지역이다. 이라크 전쟁의 실패가 확정된 2005년경부터 미국의 패권이 붕괴과정에 들어가 패권의 다극화가 시작되어 중남미에서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대통령이 앞장서서 지역통합을 제창했고, 브라질은 중남미를 대표해 다극형 패권체제의 상징인 BRICS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후, 중남미 시장의 통합은 진전되지 않았고 국제정치상의 움직임도 많지 않았다. 나는 중남미의 정세도 가능한 한 자세하게 보려고 했지만 이렇다 할 커다란 움직임은 보지 못했기 때문에 중남미의 상황을 쓰는 일이 적었다. 국제정치의 많은 사건들은, 유라시아 대륙과 미국에서 발생한다. 중남미는 유라시아에서 커다란 사건이었던 제2차 대전과 거의 관계가 없고 역사적인 위상도 다른 지역과 다르다.

중남미국가들은 19세기인 나폴레옹 전쟁 시기에 스페인이 프랑스에게 지면서 독립운동을 시작했으나 영국의 모략 등에 의해 무수한 국가들이 분할되어서 독립이 되었다. (브라질만은 포르투갈 왕정이 계속되었기에 하나의 거대한 국가로 남았다) 그 후, 최근의 차베스에게 이르기까지 중남미에서는 국가 통합의 구상이 계속 제기되어왔으나 실현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미주정상회의를 보노라면,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는 만큼 중남미는 현실적인 면에서 자립하지 않을 수 없는 경향이 강화되어 마약전쟁과 쿠바적대정책, 워싱턴 컨센서스(중남미국가들을 재정면에서 압박하는 미국의 장치) 등 미국의 지배책에 따를 필요가 없게 되고 있다. 긴 안목으로 보면 중남미가 미국의 산하에서 벗어나 다극형 세계가운데서 자립해가는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주) ※ 워싱턴 컨센서스 (Washington Consensus)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장기적인 호황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70년대에 경제학자들과 정책결정자들은 새로운 위기를 체험하게 된다. 바로 실업률과 물가가 함께 폭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에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통화주의 경제학자들은 케인지안 경제 정책을 비판 하면서 고전적 자유방임주의로 돌아갈 것을 주장한다. 이들은 전후의 수정자본주의가 자유로워야 할 시장경제를 지나치게 간섭해왔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러한 지나친 복지 재정정책을 줄이고 통화정책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경기를 부양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래서 80년대 미국과 서유럽 등의 서방 국가들의 정치경제 정책이 신 자유주의 방향으로 큰 흐름을 타게 되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라틴 아메리카의 멕시코 같은 개발도상국들은 서방 국가들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채무 위기에 휩싸이게 되고, 동유럽의 공산국가들은 무너지고 시장경제로 전환을 꾀하게 된다. 그렇게 되자 세계은행, IMF, 미국 행정 부처들이 모여 있는 워싱턴에서 정책결정자들의 합의가 이루어지게 되고 제 3세계 개발도상국들이 시행해야 할 구조조정 조처를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맞춰 제시하게 된다. 정부예산 삭감, 정부 규제 축소, 시장 자유화, 외환시장 개방, 국영산업 민영화 등등의 조처들이 그 예이다.

<Washington Consensus 10항목>
건전재정
공공지출 축소
세제개혁
금리 자율화
국제경쟁 환율도입
무역의 자유화
외국인투자 장려
국영기업 민영화
경제규제 철폐
재산권보호

이런 합의를 1989년 ‘John Williamson’이란 경제학자가 자신의 저서에서 ‘Washington Consensus’라고 명명 한 것이 바로 그 시초이다.

Washington Consensus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정책으로 강요됐을 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경제정책의 기준이 되며, 신자유주의 정책의 대명사가 된다. 하지만 미국이 이익의 극대화를 시키기 위해 세계경제를 조작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미국 발 금융위기가 터지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이 시작되면서 Washington Consensus 란 단어는 힘을 잃어가게 되었다.

심지어는 10년 동안 영국 재무장관으로 신자유주의 확산을 지휘했던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가 Washington Consensus의 종말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 용어가 힘을 잃어감에 따라 정부 주도식 경제 발전 모델을 제시하는 Beijing Consensus 라는 말이 더욱 주목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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