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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에 열광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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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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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4.13. 뉴스코리아 <데스크칼럼> / 최윤주 편집국장 ]


   
▲ 최윤주 편집국장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하는 건 세 살배기 어린아이들도 가능한 일이다. 남의 것을 빼앗고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면 나쁜 사람, 규칙을 잘 지키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 좋은 사람. 도둑이나 강도는 나쁜 사람, 경찰이나 성직자는 좋은 사람. 영화 속 주인공은 좋은 사람, 주인공을 괴롭히는 사람은 나쁜 사람.

그러나 선과 악을 구분하는 이분법의 기준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좋으면서 나쁘고 나쁜데도 주목받는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 ‘나쁜 남자 신드롬’이다.

『내가 바람 펴도 너는 절대 피지 마 / 나는 너를 잊어도 넌 나를 잊지 마 / 가끔 내가 연락이 없고 술을 마셔도 / 혹시 내가 다른 어떤 여자와 잠시 눈을 맞춰도 / 넌 나만 바라봐』

최고의 인기그룹 빅뱅의 멤버 태양이 부른 ‘나만 바라봐’라는 노래다. 요즘 세대가 열광하는 ‘나쁜 남자’의 전형이다. 노래가사처럼 극도의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남자의 오만이, 배척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희한한 노릇이다.
나쁜 남자에 쏠리는 관심은 시대적인 상황과 관련이 깊다. 경제 불황기나 정치 혼란기에는 ‘부드러운 남자’보다 ‘거친 남자’ ‘나쁜 남자’가 주목받는 게 예사다.
전쟁시기가 대표적이다. 배려보다는 통제를, 부드러움보다는 강함을 내세운 남성은 군사력이 지배하는 전쟁 통이나 부족 간의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고대국가시기에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혼란기에 ‘거친 남자’가 각광받은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1997년 이래 2000년 초까지 조폭영화는 한국의 극장가를 점령했다. 한국의 성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넘버3, 조폭마누라, 두사부일체, 친구, 가문의 영광 등의 영화가 모두 이 때 만들어진 영화다. 사회적으로 볼 때 결코 착한 사람들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움은커녕 큰 사랑과 인기 가도를 달렸다.

당시 한국은 IMF를 거치면서 경제적으로 힘겨운 시기를 지날 때였다. 주춤하던 ‘나쁜 남자’가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최근 몇 년 전 부터다. 요즘은 다소 거칠고 이기적인, 그러면서도 힘과 경제력을 가진 나쁜 남자가 대세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제위기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나쁜 이기심은 여성들에게서도 나타난다. ‘보통’의 나쁜 남자는 그저 ‘성격 더러운 사람’이거나 제 분수를 모르는 ‘찌질 남’으로 치부한다. ‘진정한’ 나쁜 남자는 힘과 능력을 갖춰야만 가능하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더해진다. 아무리 나쁜 남자라도 자신에게만큼은 ‘나쁜 남자’가 아니어야 한다는 것. 나쁜 남자들과 다를 바 없는 이기주의의 극치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유행처럼 물 타기를 하는 ‘나쁜’의 수식어가 사회 곳곳에 대입되고 있다는 데 있다. 지하철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어른에게 육두문자와 주먹을 날리고, 스승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패륜범죄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젊은 처자의 몸을 280조각으로 난자하는 끔찍한 살인사건이 연일 온오프라인을 뒤덮고 있다.

‘까칠한 나쁜 남자’의 잘못된 가치관이 드라마, 영화, 학교, 직장, 인간관계는 물론 심지어 가정에까지 깊숙이 파고들면서 정치적, 경제적, 신체적 능력만 갖췄다면 인간성과 성품은 나빠도 상관없다는 능력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는 점점 더 뿌리 깊게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녹아내리고 있다.

삶의 가치 설정이 잘못되면 인간성은 상실되고 만다. 가정교육과 인성교육이 살아있는 ‘인간적인 사회’가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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