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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의 폐해에 눈감는 자들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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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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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3.27. 한겨레신문 <세계의 창> /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


세계화 찬성론자들은 국제무역이
정의롭지 못한 부의 이동을 가져와도
이를 제대로 토론하려 들지 않는다

   
▲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

최근 하버드대 동료 교수 두명으로부터 세계화 관련 수업에 초청교수로 참석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한 교수는 미리 다짐을 해뒀다.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세계화 찬성 쪽이니 유념하라고.” 그는 첫 수업 때 수입 규제보다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봤는데, 90% 이상이 자유무역을 선호했단다. ‘비교우위’ 이론에 대한 강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우리는 같은 질문을 하버드대 학생이 아닌 일반 여론조사에서 던졌을 때 답변이 사뭇 다를 것이란 걸 안다. 미국에선 일반적으로 2 대 1 정도로 통상 규제를 선호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답변이 아주 놀라운 것은 아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이들은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나는 수업 시간이 되어 같은 질문을 다르게 던져봤다. 즉 통상교역이 누구는 돈을 벌고 누구는 잃게 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선 니컬러스와 존이라는 두 학생을 고른 뒤, 니컬러스의 은행 계좌에서 200달러가 사라지게 하는 대신 존의 계좌에 300달러가 입금되게 하는 ‘마술’을 부려보겠다고 했다. 전체적으로는 보면 100달러가 남는 장사다. 그런데 이 마술에 찬성하는 학생은 극히 적었다. 전체 파이가 커지더라도 둘 사이에 엄청난 부의 이동이 이뤄진다는 사실에 학생들은 불편해한 것이다. 나는 다시 질문했다. 그렇다면 이와 비슷한 (어쩌면 더 심한) 부의 이동을 가져올 자유무역은 왜 선호하나?

다시 다른 가정을 던졌다. 니컬러스와 존은 경쟁관계인 작은 기업을 운영한다. 존은 직원들이 열심히 일한 덕에 300달러를 벌었고, 이를 다시 투자해 더 좋은 상품을 만들었다. 반면 니컬러스는 경쟁에 패해 사업을 접고 200달러를 손해봤다. 이런 결과에는 니컬러스를 뺀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우호적이었다.

또 다른 가정을 제시했다. 존이 자체 생산성 증진 대신 해외수입을 통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니컬러스는 결국 사업을 접게 됐다. 존은 독일의 우수한 상품을 수입해 팔았을 수도 있고,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중국에 아웃소싱을 했을 수도 있고,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어린이노동으로 생산한 값싼 상품을 들여왔을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을 지지하는 학생들은 다시 급격히 줄어들었다.

학생들은 부의 이동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그 과정의 공정성을 따진 것이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이 법을 어기거나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오로지 창의적 영감을 통해 부자가 될 때, 비록 그 경쟁자들은 고통을 겪을지라도 우리는 게이츠나 버핏을 비난하지 않는다. 같은 조건에서 규칙을 지키면서 경쟁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반면 보편적인 윤리 기준을 어기면서 이뤄낸 부의 이동에는 반대한다.

세계화에 대해서도 이런 문제를 따져야 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세계화에 따른 부의 이동이 생산직 노동자라는 특정 계층만 집중 타격한다면, 우리는 세계화에 대한 낙관을 접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이에 무감각하다. 그들은 윤리적 문제가 쟁점이 되는 경우에도, 세계화에 대한 우려는 보호무역주의자들의 무지일 뿐이라고만 주장한다. 국제무역이 정의롭지 못한 부의 이동을 가져와도 이를 제대로 토론하려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국제교역을 무조건 금지하자는 건 아니다. 그럴 경우 오히려 훨씬 더 가난해지는 제3세계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민주주의 국가라면 어떤 정책을 선택할지 더욱 신중하게 토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세계화가 우리 사회 전체의 파이를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집착하다 보면 궁극적으로 세계화 자체를 정당화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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